막 내린 1세대 식품업계, 새로운 경영 여건에 놓인 2세들
막 내린 1세대 식품업계, 새로운 경영 여건에 놓인 2세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6.10.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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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훈 기자

국내 식품산업의 현대화를 이룬 식품업계 1세대 창업주들이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 한 채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는 대부분 2세 경영진으로 꾸려졌다.  

지난 12일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1969년 오뚜기 식품공업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창업한 함 명예회장은 국내 최초 즉석식품인 ‘3분 카레’를 출시하며 국내 카레 대중화에 기여했다. 1971년에는 토마토케찹, 다음해에는 마요네즈를 생산・판매했다. 국내 식품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한 함 명예회장은 지난 2010년, 장남인 함영준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49년 만에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등기이사로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사장이 선임되면서 사실상 롯데제과는 신 회장의 손에 놓이게 됐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현안에 대해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경영 전반을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에게 맡겼다.

지난달 타계한 박승복 샘표 회장 역시 샘표와 샘표식품으로 분할되면서 실질적 경영권을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내줬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일찍이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 금융 사업을,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에게 식품사업을 맡기는 등 후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정식품의 정재원 명예회장도 2세인 정성수 회장에게 기업을 물려줬다.

대상그룹은 임대홍 명예회장이 장남인 임창욱 현 명예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긴 이후 1997년 이후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가 경영 외연을 넓히고 있어 때가 되면 승계구도를 갖출 것이라는 업계 전언이다. 

오너들의 기업 경영권 세습이 1세대가 외부 인사를 못 믿어서 인지, 2세들의 탁월한 경영 능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재편된 2세 경영진들의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롯데의 껌, 대상의 미원, 오뚜기의 카레・케찹 등 주력제품을 토대로 성장을 일궜던 1세대들과 달리 지금은 시장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와 소비 행태를 빠르게 파악해 선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경영 성공에 대한 부담도 크다. 1세대들의 활약에 따른 족적이 뚜렷한 반면 최근 시장의 성장률은 한계를 보이고 있어 경영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식품기업 2세 경영자들은 기업 철학을 반영하면서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재도약을 일궈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1960~70년대 척박한 경제 환경 속에서 시장을 일군 1세대들이 인프라 구축과 저변 확대라는 성과를 보였다면 2세들은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품종 맞춤제품 출시와 신시장 개척, 새로운 먹을거리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국내 식품기업들이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족적을 남기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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