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국수, 빵 그리고 탄수화물
밥, 국수, 빵 그리고 탄수화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10.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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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봄볕에는 딸을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듯이 가을이 무르익어 감에 따라 따가운 가을볕에 온 들녘이 누렇게 영글어 가고 있다.

올해도 벼농사는 풍작을 예상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쌀 소비는 변화된 식생활 문화, 1인가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kg으로 2000년 93.6kg에 비해 약 31kg 감소했고,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의 136.4kg에 비하면 무려 54%나 줄어 불과 1세대 만에 1인당 쌀 소비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키며 쌀 소비 감소세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집밥보다 외식활동이 일상화돼 가는 현대 사회에서 국내 외식 선호 메뉴로는 음식점 방문 시 찌개백반과 햄버거, 배달판매는 치킨, 자장면, 피자, 포장판매로는 김밥 등이 단연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에게는 소위 ‘밥심’이라고 해서 든든하게 한 그릇 잘 먹고 나야 일도 잘하게 된다는 고유 정서가 있다. 그러나 점차 집밥이 사라지고 외식생활에 의지하는 현대인들에게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라는 새로운 트렌드는 골라먹을 메뉴조차 없게 만드는 무서운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음식점에서 공깃밥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해 버려지는 양이 음식물 쓰레기의 1/4을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에 탄수화물을 기피하는 소비트렌드가 자리 잡게 된다면 단순히 버려지는 밥이 문제가 아니라 탄수화물을 주로 제공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외식업체는 소비자의 외면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과연 지나친 우려일까?

사실 탄수화물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거론됐다. 특히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초밥이나 주먹밥, 덮밥 등 흰 쌀밥을 주식으로 삼는 일본인들은 그만큼 거기에서 얻어지는 당질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아 불균형적인 영양 상태를 초래하기 쉬운 식생활 환경에 노출돼 왔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심각해진 각종 성인병의 원인을 식생활에서 찾게 됐다. 쌀밥과 국수, 그리고 서구화로 인한 빵의 대중화 등 탄수화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식생활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변화 속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가능하다. 일본 역시 고도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집중화 현상을 보였고 핵가족화, 맞벌이부부의 증가, 인스턴트식품의 발달, 1인가구의 증가 등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회문화적 현상을 수십 년 앞서서 겪고 있다.

일본의 식생활문화는 단순한 가십거리로 넘어가기 보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나타날 문화적 현상으로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나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한다는 개념보다는 간식 혹은 급한 끼니를 해결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다. 바쁜 식사시간에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하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문화로서 혼자 밥 먹는 경험을 즐기기도 한다.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1인용 음식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는 젊은 세대들을 묘사하는 드라마도 등장하면서 1인가구 시대가 정착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이제까지 반짝했던 다이어트 열풍의 반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쌀 소비 감소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사회문화적 현상이 변화돼 가는 시대적 흐름을 보면 단순히 체중감량을 위한 방법론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1인가구로 인해 주거환경이 원룸이나 땅콩집과 같은 소형화되는 추세에서 보듯이, 밥을 선택하거나 아예 먹지 않는 식생활 문화가 수십 년 후에는 이 땅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외식산업은 우리 국민의 식생활 문화적 관점에서 새로운 문화를 올바르게 주도해 나가야할 책임이 있다. 탄수화물을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시류에 흔들리지 않을 바른 식생활 문화를 선도해 주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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