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와 동지팥죽의 간극

이정희 기자l승인2016.10.14l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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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인 할로윈데이(Halloween day)가 국내에서도 특별한 가을 축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할로윈 시장의 규모는 이미 69억 달러(약 7조7570억 원)를 넘어섰다. 일본 또한 1220억 엔(약 1조3260억 원)을 기록하며 3대 이벤트로 성장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또한 할로윈 제품의 판매량이 2년 전과 비교해 7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리나라의 할로윈 풍경은 일부 어린이들이 분장을 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이벤트성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티 문화’를 접목시키면서 외식·쇼핑·게임·문화업계를 불문하고 할로윈 시장의 확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이태원은 각양각색의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붐볐다. 할로윈파티가 열리는 클럽과 바는 물론 작은 음식점까지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한 이자카야의 대기시간은 2시간에 달했다. 서울 강남과 홍대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러한 추세에 외식·유통업계는 각종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할로윈 특수 잡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는 할로윈데이 콘셉트에 맞춰 ‘미라’, ‘해골’, ‘유령’ 등을 형상화한 메뉴와 MD상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 패키지는 할로윈에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홈파티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이밖에 대형마트들도 할로윈 용품 판매 마케팅에 나섰다. 대형마트에서는 할로윈 파티를 여는 어린이집, 유치원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어린이들이 필요로 하는 가면, 사탕바구니, 망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예년보다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량도 늘리는 추세다.

오는 29일과 30일 주말에는 ‘서울디저트페어 할로윈’이 개최돼 레드벨벳 블러드 케이크, 호박 컵케이크, 수혈팩 에이드, 크림치즈 가득한 유령 마카롱 등 개성 넘치는 수제 디저트의 장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할로윈데이를 단순한 ‘코스튬 축제’ 정도로 여기는 등 할로윈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본래 할로윈은 켈트족의 전통 축제 ‘사윈’에서 기원했다.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할로윈 분장의 원형이 됐다고 한다.

국내에도 유사한 풍습이 있다. 바로 ‘동지(冬至)’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사당에서 고사를 지내고 대문과 집안, 헛간 등에 놓아두거나 뿌리기도 한다. 이로써 집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쫒아낸다고 믿었다.

그러나 동짓날의 업계 분위기는 할로윈데이 만큼 화려하지 않다. 문득 요즘 어린이들은 동지에 가족과 함께 팥죽을 나눠 먹어봤을지 궁금해졌다. 같은 주에 겹친 크리스마스 프로모션만 성황일뿐 동지 관련 프로모션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외식업계가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정희 기자  ljh@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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