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은행 등의 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한 뒤 폐업 후 악성 채무자로 낙인찍히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56조 원에 달한다. 최근 1년 새 23조 원, 올해 들어 17조 원 넘게 늘었다. 이는 2012년(173조4천억 원) 대비 47.6% 증가한 수치다.
신용도가 낮아 시중은행의 대출이 어려운 자영업자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어 대출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2015년 상반기 29조8천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9조7천억 원으로 10조 원 가량 늘었다.
제2금융권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져 갈수록 빚에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가처분소득 100만 원 중 29만 원을 부채상환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22만 원에 비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채무자 전체 평균(157.5%)보다 50%포인트 가까이 높은 206%였다. 여기다 정부의 자영업·소상공인 대책 지원이 정책금융 지원에 편중돼 ‘묻지 마 창업’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1조8천억 원이었던 자영업자 지원사업 규모는 올해 2조6천억 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진흥기금은 올해 2조 원 중 1조5천억 원을 융자 사업으로 집행했다. 이같은 융자지원은 자영업자들이 쉽게 빚을 지고 창업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537만 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지난 9월 568만 명으로 9개월만에 31만 명이 늘었다.
자영업자 수는 ‘베이비 붐(1955~1963년생)’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한 2014년 8월 580만 명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말까지 줄어드는 추세였다. 자영업자들이 처한 시장환경도 녹록치 않다. 올 2분기 가계 평균 소비 성향(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중)은 70.9%로 지난 2011년 1분기 78.2%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소비 비중도 지난해 49.5%로 1998년(48.3%) 이후 가장 낮았다. 외식업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으로 조기 퇴직자 등을 줄이고 예비창업자 사전교육 등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예비자영업자들에 대한 외식창업 교육과 전문가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며 “과도한 빚을 얻어 창업할 경우 1년이 안 돼 폐업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