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지(暗默知)’는 무형의 국가 공공 자산, 활용 방법을 찾자
‘암묵지(暗默知)’는 무형의 국가 공공 자산, 활용 방법을 찾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10.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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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
▲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

우리가 교육과 경험 그리고 사고를 통해 얻는 모든 지식을 구분해보면 크게 남에게 전달할 수 있거나 기록해 남길 수 있는 명시지(明示知, explicit knowledge)가 있고 기록하거나 말로 전달할 수 없는 지식,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가 있다.

즉 언어나 글을 통해 공유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일반적인 전달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이 쉽게 알게 할 수 없는 앎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영역인 학문분야나 기능성을 요구하는 제조업에서도 흔히 구분되는 영역이다.

즉 한 분야에서 도를 깨친 장인이나 명인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해 전달할 수는 있으나 다른 사람이 그 기록한 것을 그대로 따른다 하더라도 장인이나 명인이 이룬 경지에는 쉽게 도달할 수 없다. 단지 가는 길을 으스름하게 알려 줄 뿐이다.

자기 정신수양과 체험에 의해 얻은 지식은 본인만이 갖고 있는 것이고 그 내용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는 없는 것이 타인에게 얻는 지식의 한계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 분야건 한 경지를 이룬 장인과 명인 그리고 현자들이 있다. 그 영역이 육체적으로 이룬 결과든 정신적인 분야든 다른 사람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로 들어서 있다.

흔히들 잘 훈련된 한 고참이 신참 열 몫을 한다고 한다. 신참에게 글로 쓴 훈련방법을 숙지하게 한들 하루이틀 사이에 고참이 되겠는가? 피나는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내가 스스로 얻은 경험과 지식이 축적돼야 고참으로 제 구실을 한다.

모든 제조업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 한 분야에서 경지를 이룬 숙련된 사람의 경우 공장에 들어가 기계 소리만 들어도 바로 기계의 이상 유무를 알아낼 뿐만 아니라 개선방법까지 제시할 수가 있다. 이런 일들은 기록만으로 전달이 불가능하다.

흔히 이런 현상을 감(感)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만의 오랜 노력과 경험의 결정체이다. 많은 역사에 남는 종교지도자와 성인의 경우도 오랜 정신수양의 결과로 존경할 수 있는 인격과 인품을 갖추고 있다. 어느 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정신과 철학 그리고 혜안을 내면에 품었기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며, 그들의 길을 따르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식품 가공공장과 외식업 등 제조업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리사의 경우 같은 재료를 가지고 제시된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을 내는 음식이 된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흔히들 한 집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담근 김치 맛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손맛이라 일컫는데 이 예가 바로 암묵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암묵지를 폭넓게 그리고 풍부하게 갖고 있는 사회 속 사람들을 우대하고 그 암묵지가 계속 기업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많은 제조업이 자동화되고 기계화돼 인간이 관여할 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자동화를 구상하고 기계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이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결국 사람이 맡아야 한다. 훈련된 그리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암묵지를 갖춘 장인과 명인은 실수를 최소화하고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다. 이들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이 사회 구석구석마다 필요한 명시지와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암묵지를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명시지는 자기 스스로 소화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얻는 지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암묵지는 스스로 얻은 지식을 자신의 내면에서 되새김해 본인의 피와 살로 만든 지식이다.

암묵지를 폭넓게 갖춘 명인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이용할 기회를 줘야 우리 사회에서 노력에 대한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다. 기계화, 자동화가 판을 쳐도 결국 모든 것이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다.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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