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위한 ‘일학습병행제’… 효율성 ‘기대이하’
인재양성 위한 ‘일학습병행제’… 효율성 ‘기대이하’
  • 이정희 기자
  • 승인 2016.10.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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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후 해당기업 지속근무자 수 ‘반토막’
학습근로자 중도탈락률 3명중 1명에 달해
“청년 취업문제 개선 위해선 장기근로 수반 돼야”


2013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입된 ‘일학습병행제’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점검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학습병행제 참여자 중 훈련 후 해당기업에서 6개월 이상 일한 근로자는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4%에 불과했으며 중도탈락률은 3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양성을 위해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 업무와 더불어 대학 등 교육시설을 통한 이론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도제훈련 제도다.

정부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기업과 예산을 2014년 2079개, 434억 원에서 올해 7485개, 3535억 원으로 늘이는 등 사업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개정된 규정으로 ‘주독야경(晝讀夜耕)’

일학습병행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일과 학습을 병행한 뒤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을 얻는 ‘자격연계형’과 일을 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대학연계형’으로 나뉜다.

대학연계형 학습근로자의 경우 대학에서 요구하는 출석일(주중 1회)을 휴무일로 두고 주말을 포함해 5일간 주 40시간을 근무하며 학과의 선택에 있어서도 채용 기업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범위 내에서만 입학이 가능하다.

일학습병행제의 주무부처인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에 소모되는 비용은 대학과의 계약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간혹 넘어선 차액에 한해서는 학습근로자가 부담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비가 지원금으로 충족된다”고 말했다.

현재 음식서비스 업종에는 CJ푸드빌, 롯데리아㈜, ㈜MPK그룹, 한우리외식산업㈜, (유)디딤푸드 등 76개의 호텔 및 외식기업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A특성화고에서는 올해 기준 졸업생 정원의 17% 가량이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생들은 학습근로자로 입사해 별도의 취업 준비기간을 줄이고 취업과 대학 진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학교의 2017학년도 졸업예정자 중 일학습병행제를 준비 중인 학생은 단 5%에 불과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담당 교사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하면 일반전형보다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에 일종의 입학특례가 아니냐는 항의가 많았다”며 “2017년부터는 해당 기업에서 9개월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개정됐다”고 말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제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의 경우 방학을 제외하더라도 정규학기 중 최소 6개월간을 근무해야만 한다. 난데없이 ‘주경야독’ 아닌 ‘주독야경’이 된 셈이다.

중도탈락률 31.6%, 고용의 질적 문제 야기

일학습병행제의 중도탈락률은 31.6%에 이른다. 막상 학습근로자로 취업을 하고서도 유지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다. 서울의 한 외식업체에서 학습근로자로 근무하던 K모 씨는 관리자의 지나친 텃세와 무리한 업무 강요로 인해 학사취득까지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실상을 알고 보니 대학에서도 실습생을 보내지 않는 업체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주도한다는 특성상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며 “구조조정, 파업 등 기업 측에 의해 퇴사처리가 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타 기업으로 이직을 하면 학사과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만 해당돼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결국 K모 씨는 ‘고졸’에 머무른 채 제 3의 기업으로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고졸 취업률은 지난 2012년 37.5%에서 올해 47.2%까지 상승했지만 되레 고용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학습병행제 사업이 과도한 물량 목표 채우기에 급급해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이나 청년취업아카데미 등 유사 사업에 비해 참여자 1인당 4배 이상의 평균훈련비용을 들이지만 중도탈락률은 3배 가까이 높다”며 “도제훈련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일정 기업에서 다수의 학습근로자가 중도포기 하거나 민원이 야기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은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 취업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수치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양질의 고용환경에 따른 장기 근로가 수반돼야 한다”며 “일학습병행제 사업에 대한 효율성과 효과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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