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의 인생 이야기 ‘다담회’가 걸어온 23년
맛과 멋의 인생 이야기 ‘다담회’가 걸어온 23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10.2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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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파 홍성유 ‘한국 맛있는 집 1234점’ 수록 외식업 경영주들의 모임

오는 11월은 고(故) 백파 홍성유 선생의 14주기다. 홍 선생은 일제강점기 김두환을 둘러싼 장편소설 ‘장군의 아들’로 잘 알려진 소설가. 그는 1987년 전국 각지의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한 ‘한국 맛있는 집 999점’에 이어 1999년 ‘한국 맛있는 집 1234점’을 펴낸 식도락가로 더 유명했다. 그는 맛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크지 않던 시절, 방방곡곡의 골목길을 발로 누비며 맛집을 찾아냈다. 그렇게 맺게 된 전국 외식업주들과의 인연은 ‘다담회’(多啖會)라는 단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다담회 제9대 회장인 정복모 ‘피자성 효인방’·‘청암박물관’ 대표를 만나 백파 선생과의 인연,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 4월 서울시 은평구 수색감리교회에서 개최한 재가복지 대상 어르신에 대한 다담회 음식봉사에서 정복모 회장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다담회는 올해 23년째를 맞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외식업 경영주들의 모임이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담회 회원은 백파 선생이 찾아낸 맛이 뛰어난 외식업소를 수십 년 이상 경영해온 업계의 중견들이다.

다담회는 지난 1993년 경기도 고양시의 ‘너른마당’에서 결성준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다담회라는 이름은 음식과 인생은 오래 씹을수록 진정한 멋과 맛을 안다는 뜻으로 ‘많을 다’(多), ‘씹을 담’(啖)을 쓰기로 했다. 초대 회장은 도예가이자 SBS 전국 맛집 리포터로 활약했던 故 이준희 씨가 맡았다.

이후 2대 회장은 다담회 출범의 주역인 백파 선생이, 3대는 한정식집 ‘대문’의 정명용 회장, 4대는 정복모 회장, 5~8대는 ‘청미횟집’ 김세환 회장, 그리고 지난해 9대 회장으로 다시 정복모 회장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임을 주도하는 회원들은 송창대·탁승호·박영수·이상철·추향초·김정자·황수창·임완규·이상숙·강창건·권수열·하영수·민진선·임순형·박순금·권기주·이정우·박명서 대표 등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전국 회원은 한 때 ‘한국 맛있는 집 1234점’에 소개된 외식업 경영주 1234명 모두 등록됐으나 지금은 약 200여 외식업 경영주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규 회원은 맛과 멋, 그리고 남다른 음식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가입이 허락된다.

외식산업에 기여하는 외식 전문가들의 모임

다담회는 순수한 친목 모임이지만 국내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외식업 경영주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들 회원은 수시로 한 자리에 모여 작은 음식 페스티벌을 연다.

이 자리는 단순히 먹고 마시며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각각의 경영주들이 비장의 레시피를 들고 나와 이를 회원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많은 매체에 소개되는 이른바 맛집에서 한결같이 되풀이하는 “우리 집만의 비법이기 때문에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상투적인 말은 다담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한 레시피를 스스럼없이 공개하면서 서로 보다 맛있는 음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레시피뿐만 아니다. 외식업체의 확장과 경영, 관리 등의 노하우를 서로 나누며 보다 선진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공유와 나눔은 우리나라 외식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전국 각지의 중견 외식업체들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지역 외식문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월 다담회는 정복모 회장의 청암박물관(경기도 장흥군) 다담관 앞뜰에서 개최한 ‘2016 다담회 가족 화합의 장&정명용 고문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다담회 회원 및 협력업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전국 회원들이 자신의 업소를 대표하는 음식을 준비해와 나눠먹는 음식축제와 함께 지난 40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은 정명용 고문의 작품 전시로 구성됐다.

▲ 전국 다담회 회원들이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음식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지난 5월 정복모 회장의 청암박물관(경기도 장흥군) 다담관 앞뜰에서 개최한 ‘2016 다담회 가족 화합의 장&정명용 고문 사진 전시회’. 정 고문이 앞뜰에 전시된 자신의 사진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ezho@

특히 회원들은 제주도, 흑산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항공으로, 육상으로 저마다 비장의 맛을 자랑하는 음식을 공수해와 함께 나눴다. 여기다 회원 업체 중 60여 곳은 2세 경영체제로 대물림하면서 지속적인 외식문화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외식산업도 100년, 200년 장수 업체를 중심으로 뿌리 깊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와 나눔, 사회공헌 활동에 한마음

다담회는 또 어느 모임보다 봉사(奉仕)에 열정적이다. 특히 정복모 회장이 모임을 이끌면서 회원들의 자질과 인품, 상호간의 봉사와 사회공헌 사업 비중을 키워왔다.
이같은 사업은 정부기관의 도움이나 일체의 후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끼리의 십시일반으로 진행한다.

밤늦게까지 고객을 맞이하는 외식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서로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주고 받는 회원들이 다담회의 가장 큰 힘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열심이다. 지난 4월 다담회는 서울 은평구의 마지막 산동네인 수색동 수색감리교회에서 성대한 음식나눔 봉사를 진행했다. 인근 재가복지 대상 어르신 150여 명을 초대해 구수한 아욱된장국에 감칠맛 그만인 돼지고기 간장불고기,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겉절이 등 다담회만이 가진 맛의 비법을 발휘한 음식을 대접했다.

이날 밥상을 차린 정복모 회장과 강민주 봉사위원장(야반), 이종주 사무총장(수유우동), 정명용 고문(대문한정식), 홍서현(넓은뜰밥상)·김은희(굴마을낙지촌)·김현경(신가네칼국수)·김상훈(신성세라트)·김효섭(삼성까운) 회원은 밥 한 그릇씩 뚝딱 비우는 어르신들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담회는 매년 2회 이상 낙후지역을 찾아 음식대접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복모 회장은 이같은 봉사에 대해 “회원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통해 어려운 분들께 작은 위안을 드릴 수 있어 오히려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역대 회장단 노고와 헌신으로 성장

다담회는 회원 모임이나 봉사활동 외에도 각종 외식산업 관련 포럼, 세미나, 명사초청 특강, 정책 토론회, 관계 장관 미팅, 각종 결의대회, 다담회 회원을 위한 손톱 밑 가시규제개선 간담회, 외식식재료 산지페어, 농수식품산업 생산자와 MOU체결 등 미처 열거 못할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또 다양한 봉사활동과 회원 간 교류 및 레시피 연구 및 공유, 국내외 유명업소 벤치마킹투어, 요리축제 참가와 음식페스티벌 개최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으로 우리나라 외식산업 전반에 걸쳐 중추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다담회가 23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이면에는 역대 회장들의 노고가 컸다. 다담회는 순수한 친목단체로 회원들의 연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집행부가 판공비를 별도로 책정해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봉사를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복모 회장은 이러한 봉사정신을 살리되 보다 체계화된 모임 운영을 위해 각 분과별로 위원장을 정하고 모든 업무를 분담해 각 사안별로 분과위원회에서 처리토록 하는 조직정비를 마쳤다.

지난 1993년 만들어진 다담회는 이제 혈기왕성한 청년의 나이가 됐다. 앞으로 50년, 100년 앞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대표 단체의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한 회원들의 뜻도 무르익고 있다.

‘백파 선생 생전 당부 거역해 아직도 마음 아파’

 

▲ 정복모 다담회 9대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청암박물관 앞뜰에 세운 백파 홍성유 선생 기념비 앞에서 옛 생각에 잠겨있다.

“백파 선생님과는 20여 년 전 외식업계에 뛰어들면서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그분의 소탈한 인간미에 매료됐습니다.”

정복모 제9대 다담회 회장은 백파 홍성유 선생이 작은 체구에도 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둘 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문학적인 소통도 활발해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정 회장은 “선생은 생전에 저에게 다담회를 맡아 줄 것을 간곡히 말씀하셨는데 이 모임의 얼굴은 선생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번번이 그 말씀을 거역했다”며 마음 아파했다.

선생이 살아있을 때 다담회의 번성하는 모습, 잘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 드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아파한다. 정 회장은 이후 다담회를 이끌면서도 항상 백파 선생의 당부를 되새기고 있다.

정 회장은 청암박물관 뜨락의 가장 좋은 자리에 백파 선생의 기념비를 세웠다.

그는 “수시로 뜨락을 거닐 때마다 선생을 마주하고 다담회와 우리 외식업계의 앞날을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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