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안착 or 반짝인기’ 기로에 선 쉐이크쉑
‘시장안착 or 반짝인기’ 기로에 선 쉐이크쉑
  • 이정희 기자
  • 승인 2016.11.11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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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문을 연 쉐이크쉑 강남1호점. 오픈 초기 일 평균 3천 명 가량의 고객이 방문했던 모습과 이달 8일 눈에 띄게 한산해진 모습이 대조적이다. 사진=이정희 기자 ljh@

올해 7월 문을 연 미국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 개점 100일을 지나면서 고객이 크게 줄었다. 외식업계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너도나도 ‘가성비’를 내걸고 있는 가운데 객단가 1만 원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버거의 열풍이 ‘반짝 트렌드’로 그치는 게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시장 ‘수제버거의 늪’

지난 8일 오후 2시경 강남대로의 쉐이크쉑 매장 앞은 한산했다. 장사진을 치던 대기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방문객 또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매장 내부의 주문 대기열도 10분 정도면 줄었다.

이날 쉐이크쉑을 방문한 20대 남성 김모 씨는 “하도 유명해서 맛보기 위해 발걸음 했다”며 “버거 맛은 좋지만 한 끼 식사로는 양이 적고 가격이 비싸 재방문은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쉐이크쉑의 기본 버거인 ‘쉑 버거(싱글)’의 가격은 6900원이다. 버거에 감자튀김(3900원)과 탄산음료(2700원)를 더한 세트 구성은 1만3500원까지 뛰어오른다. 일반적인 식사 가격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햄버거를 저렴한 가격에 빨리 먹을 수 있는 간편 음식으로 인식한다”며 “오픈 초기에는 고객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호기심에 방문하지만 이들 중 얼마나 재방문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8년 론칭한 ‘크라제버거’는 한때 매장 수가 100여 개까지 이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현재 6개 점포(16년 8월 기준)만이 남아있다.

이마저도 지난 5월에 매물로 나왔으나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의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높은 가격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12개 점포에 머무르고 있다.

대기업의 글로벌 버거 브랜드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신세계그룹이 2009년 들여온 ‘자니로켓’과 아워홈의 ‘버거헌터’ 또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최모 씨는 “쉐이크쉑 본점인 메디슨 스퀘어 파크점과 타임스퀘어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점 등을 제외하면 줄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2호점이 오픈하고 나면 한국 쉐이크쉑의 ‘품귀’ 현상은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성장둔화와 가격인상 예고

쉐이크쉑의 미국 본사가 이미 성장 둔화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지난 9일 쉐이크쉑 본사가 공개한 올해 3분기 재무 자료에 따르면 총 수익 대비 영업이익이 12.3%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점한지 최소 2년 된 점포의 매출 또한 2.9%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 2분기에 예상했던 4~5%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지난 8월 2분기 실적에 이어 고전하고 있는 쉐이크쉑 본사 측은 3분기 재무 자료에 2017년 전망을 통해 약 1.5~2%의 메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SPC 관계자는 “아직 쉐이크쉑 본사를 통해 고지 받은 내용이 없다”며 “따라서 인상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쉐이크쉑 또한 전세계 매장과 일정 수준의 가격대를 맞춰가고 있는 만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쉐이크쉑 강남1호점이 문을 연지 3개월이 지났지만 매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여지는 매출은 높지만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상 주요 상권에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을 갖춰야 하는 만큼 임대료, 권리금,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이 높다. 이와 더불어 쉐이크쉑 본사가 그동안 접촉해온 한국기업들에게 약 8%의 로열티를 제시해온 만큼 SPC에서 지불하는 로열티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매장 확대의 한계성에 대해서도 거론되고 있다. 쉐이크쉑 본사와 SPC의 관계는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로, SPC 자체적으로 가맹점을 출점할 수 없다.

SPC 관계자 또한 “매장의 추가 오픈 일정이나 위치 선정 등은 쉐이크쉑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 맞다”며 “때문에 지방에서의 수요도가 높은 걸 알지만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뉴 가격이 일반 패스트푸드점보다 2배 이상 높은데 추가 인상이 된다면 고객 부담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시대적인 유행’으로 그칠지 국내 패스트푸드의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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