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외식시장 잠식… 규제 법안 ‘절실’
편의점 외식시장 잠식… 규제 법안 ‘절실’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11.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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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업계의 식품 취급 확대에 따라 관리·감독 등 규제가 필요하는 지적이다. 한 편의점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식품외식경제 DB

편의점 업계가 판매 품목과 규모를 확대하며 문어발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어 외식·프랜차이즈 업계가 매출 감소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법적 규제 등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피해가 대부분 소형 골목상권에 집중되는 만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점·품목 제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점주 절반 영향’

최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회원사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편의점 확대에 대한 매출 영향 조사를 진행했다. 중간 취합 결과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회원사 중 약 70%를 외식업이 차지하는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편의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이 최근 규모와 형태는 물론 취급 식품 품목을 크게 확대하면서 외식 시장을 잠식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편의점 본사가 대기업인만큼 서민·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는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취급 식품 품목을 크게 늘렸다.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는 물론 어묵, 빵류, 치킨, 튀김, 떡볶이, 순대, 커피 등 간편 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대부분 외식 프랜차이즈 영역과 겹친다. 또 테이블과 의자를 크게 늘리며 휴게 공간까지 넓히고 있다. 편의점은 대량 생산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춰 외식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식품취급업소로 관리해야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즉석식품이라도 매장 내 물 사용 여부를 따져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일반 수퍼마켓 수준의 판매·서비스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의 식품 판매 확대나 좌석 확충 등 휴게 공간을 규제할 근거는 현재 찾기 어렵다. 편의점에서 조리가 이루어질 경우 식품위생법 상의 식품접객업소로 등록 후 사업자 위생교육 등을 받아야 하고 위반 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접객업소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포장된 식품을 전자레인지 등에 데우는 행위는 조리로 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조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식품접객업소상 규제나 관리 등을 할 근거가 없다”며 “테이블과 의자 설치도 규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의점의 취급 식품과 이용이 증가하면서 안전에 대한 불만 사례가 늘고 있고 점차 ‘푸드점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적극적인 식품 위생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편의점이 푸드점화되고 있지만 관리는 여전히 소규모 유통점 수준에 그치고 있어 위생의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있다”며 “편의점의 먹을거리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해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슈퍼마켓연합회는 대기업과 도시락 사업 축소 및 확장 자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 대기업은 정부조달 시장과 학교급식, 군납, 도시락 전문점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국내 판매를 위한 생산공장 설립을 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협약은 편의점의 판매 제한과는 거리가 멀다.

동반위 관계자는 “편의점 출점 규모를 165㎡(50평) 이하로 제한한다는 합의는 이뤄졌다”며 “하지만 판매 품목 제한과 테이블 규제에 대한 협약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편의점 품목 중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등 신청이 들어오면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경우의 수가 많아 구체적인 내용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확대로 인한 소규모 외식업계의 피해가 큰 만큼 정부나 국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동반위도 골목상권과 대기업간의 상생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 불황을 먹고 산다?
소비 침체, 1인가구 증가… ‘나홀로 성장’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편의점 업계가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조3722억 원으로 전년대비 1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12억 원으로 30.9%나 증가했다.

매장도 크게 늘어 3분기에만 403개, 올해에만 1100개가 늘었다. GS25를 갖고 있는 GS리테일도 편의점 사업의 호조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편의점 부문 매출이 1조5195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8% 증가했고 매장도 지난달 말 기준 322개가 늘었다.

편의점 매출의 약 80%는 식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BGF의 신선식품 부문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63% 큰 폭으로 증가했고 특히 도시락이 187%나 급증해 편의점 매출 신장을 주도했다. GS리테일 신선식품 매출(1~9월)은 전년대비 52.9%, 원두커피는 242.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집에 술까지 사서 들어가는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제과 및 외식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되며 출점이 제한된 것도 편의점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매장의 무분별한 확대는 본사만 배불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상위 4곳의 매장 수는 지난해 2만8203개에서 올 9월 3만1593개로 12% 늘었다. 매장이 급속히 늘다 보니 과당 경쟁과 이로 인한 점주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가맹은 본사가 대부분 비용을 제공하고 운영자만 모집하는 방식이 많다”며 “결국 과당 경쟁으로 점주의 매출은 하락해도 본사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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