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제2의 가정, 외식 그리고 서비스
[외경시론] 제2의 가정, 외식 그리고 서비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11.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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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사회학자 맥이버(McIver)는 중세 이후 자본주의 사회를 중심으로 나타난 생활의 변화 중 가정 내 가사 기능이 점차 축소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결국 현대에 와서도 가사 기능은 점점 더 축소되고 이를 대신해 줄 사회적 공급 시설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식서비스 역시 가정에서의 식사 기능이 현대사회로 오면서 점차 축소하게 됐고 이를 대신해 줄 사회적 서비스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학생들은 명절에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이모님’을 오히려 자주 가는 단골식당에서 찾는 모양이다. 소위 집밥이라고 하는 가정식에 대한 향수를 이제는 자기 집에서 찾지 않고 오히려 밖에서 해소하려는 현대인들의 모순된 모습이 안타까운 시대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한 것은 젊은이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은 예도 있다. 얼마 전 동네에서 소문난 국수집에 어른들을 모시고 갔다가 도리어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국수가 더 싸고 맛도 좋은데 왜 아까운 돈 더 줘가면서 이런데서 먹느냐는 나무람이셨다.

오랜만에 맛난 음식 대접해 드리려고 나름 고민해서 모신 자리인데 이런 반응을 마주하고 보니 한편 섭섭하기도 했지만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이제는 웬만한 음식점의 자장면, 냉면, 스파게티 등은 거들떠보지 않게 됐다. 오히려 식품 매장에 가서 시식을 통해 맛을 확인하고 할인된 가격까지 덤으로 얻어오는 알뜰함이 돋보이는 시대다.

일반 음식점보다 저렴하고 간편한 가공식품을 친절한 판매원을 통해 사 먹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고 인스턴트식품을 사서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더 마음 편한 시대다. 흔히 외식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정작 외식사업주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일할 사람 구하기조차 힘들고 임대료는 해가 바뀔수록 오르고 식재료 가격도 불안정하다. 경기불황에 손님구경도 쉽지 않은 곳이 많은데 무슨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인지 이해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경제적으로 고부가가치는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높은 가치를 말한다. 외식사업은 구조적으로 투입된 원재료 비용에 비해 판매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고정비용 부담이 높아 실질적인 이익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진정한 고부가가치란 실현이익가치가 높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선진사회에서 외식산업의 고부가가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실현되는데 체인시스템을 통한 대량생산과 정형화된 서비스 거래가 그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정형적인 서비스 거래는 팁(tip) 제도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는 판매활성화와 인건비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한다. 아직까지 중소기업 규모인 외식기업과 서비스 거래의 부재는 국내 외식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서비스의 개념은 무료, 덤 혹은 친절함이다. 손님들의 이러한 기대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들은 구조적으로 지게 돼 있다. 무료나 덤은 재료비용의 부담이 있고 친절함은 종업원의 태도인데 월급 이외의 보상이 없는 구조에서 친절한 마음은 타고 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식사업을 명실상부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서비스 문화가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음식점들을 가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물론 팁을 주는 관습이 일반화돼 있는데 그 내면을 살펴보면 손님과 종사원이 서로 동등하다는 것이다.

이는 서비스가 거래라고 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자세를 낮춰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당당하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합당하게 지불하는 사업적인 거래방식인 셈이다. 서비스 종사원들은 더 많은 봉사료를 받기 위해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결국 매출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갈수록 가공식품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외식산업이 지금과 같이 음식만을 팔고자 한다면 멀지 않아 식품산업에 자리를 내어줄 지 모른다. 근시안적으로 메뉴 개발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이 되는 서비스문화의 구축이야말로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편이 되기 때문에 범국가적 차원에서 연구와 접근이 절실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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