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포도주 ‘보졸레 누보’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

이정희 기자l승인2016.11.25l수정2016.11.25 16:50l9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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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프랑스에서 생산된 ‘보졸레 누보’ 와인이 전 세계에 동시에 판매되는 날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는 항공기·모터사이클·제트비행기 등을 가리지 않고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을 이용해 수송하고 있다.

한 때 국내 항공사에서도 보졸레 누보를 수송하기 위한 특별기를 마련했을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 보졸레 누보가 최대 호황기를 맞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2만 원대의 저가와인이 극히 드물었을 뿐더러 프랑스 와인이 으뜸으로 인정받던 때이기도 했다. 때문에 대학가나 번화가에 위치한 와인전문점에서는 보졸레 누보를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보졸레 누보의 탄생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졸레누보의 유래는 다양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와인을 숙성시킬 여유가 없어 양조 후 바로 마셨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보졸레 누보는 9월 초 수확한 가메 품종의 포도를 4~6주간 숙성시켜 병입한다. 프랑스에서는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오직 보졸레 누보만큼은 예외다.

보졸레 지방의 포도주 농장 경영자 조르쥬 드보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정한 출하일을 정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후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러한 마케팅 방법은 가장 먼저 출하된 그 해의 ‘첫 포도주’라는 이미지와 숙성된 와인에서 느낄 수 없는 포도의 신선한 맛과 향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매월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판매 개시일로 지정해 판매해오고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보졸레 누보는 미 성숙된 와인에 불과하다. 와인의 핵심인 발효과정을 대폭 줄여버린 보졸레 누보가 세계적인 와인이 되기까지는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마케팅을 펼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시장 흐름에 따라 보졸레 지방의 와이너리들이 서로 가격경쟁을 벌였다면 세계적인 와인 축제도, 운송을 위한 특별한 광경도, 어쩌면 보졸레 누보라는 와인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식품·외식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은 장기화 되는 경기 침체 여파로 성장은커녕 매출 유지만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들의 소비 특성을 살펴보면 요즘 소비자들은 기능적 가치에만 만족하지 않고, 브랜드 자체의 상징적인 가치를 통해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선 단순히 고객의 시선을 끄는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기억하게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개발이 중요하다.

최근 칠레, 호주 등의 다양한 산지, 저렴한 가격의 와인들이 유통되며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보졸레 누보의 유래와 신선한 향미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약속된’ 11월 셋째 주를 손꼽아 기다린다.

이렇듯 일반적인 생산과 판매에 앞서 어떻게 하면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 된다면 국내에서도 ‘제 2의 보졸레 누보’가 탄생할 것이라 믿고 기대해본다.


이정희 기자  ljh@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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