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 할 불확실성과 좌절의 늪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식품외식경제l승인2016.11.25l9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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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현대사가 말해주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임기 말은 예외 없이 긴장과 혼돈의 계절이었다. 거의 어김없이 터지는 대형사건·사고와 그것을 계기로 더욱 심화·가중되는 이념 갈등, 진영논리 대결, 그리고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 때문이다. 미혼의 여성대통령이라 터럭만큼의 걱정도 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최순실의 초대형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청와대 위기가 시작되더니 지금은 국정혼란을 넘어 안보위기, 국가위기로 확대될까 걱정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참담하기 짝이 없다. 우리 후세들에게 개발  연대 이전의 ‘못난 조상’이라는 비하나 조롱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50?6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 역사와 현실에 대한 ‘못난 조상’투의 비하나 조롱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들을 수도 있었다. 어색하기는커녕 엄중한 자기반성이나 참회로 인식되기도 했다. 1955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5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과거 월간 사상계의 전성시대였던 1955년, 발행인 장준하 명의로 발표한 ‘사상계 헌장’(1955년  8월호)이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이 헌장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자유와 민주사회를 건설하는데 매진하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편집 방향으로 민족의 통일, 민주사상, 경제발전, 새로운 문화 창조, 민족적 자존심의 다섯 가지를 표방했다. 근대화 개념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포괄적 의미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그 뜻이 각별했다.(김건우, 근대화 모델 제시한 사상계그룹, 주간동아 1005호, 2015. 09. 14)

그로부터 60년, 사상계가 당초 제시했던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근대화는 상당부분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발전은 국제사회로부터 ‘기적’이라는 찬탄을 받았을 뿐 아니라(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 세계은행이 ‘고소득국가’로 분류할 만큼 폭풍성장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게 사실이다. 이같은 기적을 일군 당대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적어도 못난 조상, 부끄러운 조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난 조상’으로 격상될만 하다는 자부심으로 한 동안 어깨가 으쓱했었다. 하지만 요즘 뒤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환상이었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는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와 정당,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극단적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의 대충돌이 지금도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 특정 이념이나 노선, 또는 단체에 배타적으로 매몰돼 있는 사회운동가들도 끼어들었다. 그들의 존재가 꺼림칙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의 존재와 선의의 대립과 갈등은 건강한 민주사회의 소중한 자산이요 가장 강력한 발전 동력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상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극단적 대립과 파괴적 싸움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이같은 그들의 행태는 최순실 사태 이후 더욱 공고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온건하고 품격 있는 토론이나 싸움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이득이 별로 크지 않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상식 이하의 독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파렴치 정객들과 논객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각광을 받도록 성공의 메달을 달아 준 우리 사회의 왜곡된 경험법칙이 그들의 파괴적 퇴행적 언행을 더욱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막말이 우리 정치지도자들과 사회운동가들 심지어 방송 진행자나 토론자들에게 ‘트럼프 성공법칙’으로 읽혔을지 모른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현대사 주역으로서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우리 모두 더 이상 깊고 어두운 좌절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빠를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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