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시장 ‘브루펍’… 주세(酒稅)에 발목 잡혀
200억 시장 ‘브루펍’… 주세(酒稅)에 발목 잡혀
  • 이정희 기자
  • 승인 2016.12.1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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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펍 형태의 매장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지속성장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양조장&펍 매장. 사진=배상면주가 제공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브루어리(맥주양조장)와 펍을 한데 갖춘 브루펍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캔 또는 병에 밀봉된 시판 맥주만을 마시던 과거와는 달리 갓 생산된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브루펍 형태의 매장은 맥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전통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양조장&펍 또한 전통기술과 IoT를 융합한 양조기기 개발을 통해 매장에서 직접 양조한 우리 술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는 수제 맥주, 수제 막걸리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세 관련 추가 개정이 따르지 않으면 병 판매 등 시장 확장의 한계가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세법 개정… 소규모 브루펍 속속

신세계푸드가 지난 2014년 론칭한 ‘데블스도어’와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비롯해 벚꽃 라거를 선보인 ‘바네하임’, 가로수길에 위치한 ‘빈센트 반 골로’ 등 국내에 60여 개 이상의 브루펍이 오픈했다.

일정 용량의 양조시설을 갖춰야만 사업이 가능했던 이전과 달리 2014년 개정된 주세법에는 1㎘이상 5㎘미만의 저장용기를 보유한 경우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허가하고 있다. 개정 이전에는 대규모 시설에 대한 초기비용 부담과 수익 가능성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시장 진입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주택단지 골목에 66~99㎡(약 20~30평) 규모의 작은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산 출신 홈브루어가 설립한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은 동서를 막론한 전통적인 술 숙성방법(오크통 숙성, 옹기숙성 등)을 비롯해 야생 미생물들을 발효과정에 접목해 양조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락토바실러스균을 이용한 젖산발효법으로 양조한 ‘설레임’은 한국 최초의 사워맥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한 주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브루펍은 각 매장에서 양조하다보니 맥주마다 고유의 특징적인 향을 지니고 있어 마니아층이 두터운 편”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회비용과 가치적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상면주가, 수제 양조매장 운영

대표적인 전통주 브랜드 배상면주가도 ‘양조 대열’에 합류했다. 배상면주가가 지난 2010년 론칭한 느린마을 양조장&펍은 매장 내 양조시설에서 직접 빚은 생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숙성 정도에 따라 막걸리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선택할 수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정부의 하우스 막걸리 규제 완화 정책에 맞춰 99㎡(약 30평)의 소규모 시범매장을 열고,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느린마을 양조장&펍은 다음달 시흥 베니키아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5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서울 중구 센터원점의 경우 2014년 오픈 이후부터 지난 4월까지 연 평균성장률 9.73%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가맹점주도 손쉽게 일정한 품질의 술을 빚을 수 있도록 ‘이지브루어(Easy Brewer)’라는 양조기기를 개발했다. 기기는 양조규모에 맞는 원료를 투입하고 발효기에 장착된 기판의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술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양조 과정에서 발효나 혼합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데이터화 돼 본사로 전송되므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느린마을 양조장&펍에서는 갓 빚어낸 신선한 막걸리 이외에도 막걸리를 활용해 조리한 ‘양조장 돼지 목살 그릴 스테이크’, ‘양조장 치킨 그릴 스테이크’ 등 다양한 이색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지속성장 위해 제도적 지원 필요

국내의 수제 맥주, 수제 막걸리 시장은 아직 크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를 약 200억 원으로 추산하고, 5년 이내 점유율이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면 1조 원대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새로운 메뉴에 대한 니즈가 크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특성을 가지고 있어 세분화 된 브루펍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양조설비로 인한 높은 초기비용과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가하는 ‘종가세’ 구조로 인한 병입 판매의 한계” 등을 문제로 짚었다.

막걸리는 전통주 주세 인하 등 정부 지원 정책으로 인해 맥주보다 주세가 적어 상대적으로 유통업체로의 진입이 쉽지만 맥주는 출고가를 기준해 72%의 주세가 부과된다. 또한 주세에 대한 교육세 30%가 세율로 책정돼 중소 수제맥주는 병입 판매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대기업 주류업체는 대량생산을 통해 병입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못하다”며 “해외시장처럼 마이크로브루어리(소규모 양조장)를 통한 특색 있는 맥주가 탄생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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