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의 변화를 감지하라(2)
외식산업의 변화를 감지하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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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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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지난호(470호) 칼럼에서 외식산업이 점포 위주의 접객 서비스 산업에서 ‘테이크 아웃’ 또는 ‘가정 대용식(또는 중간식)’개념의 유통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는데, 이와는 차원이 조금 다른 외식산업의 또 하나의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식의 맛이 ‘손맛’에 의해 좌우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징적인 사건이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요리사 로봇’을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인간 요리사’가 아닌 ‘로봇 요리사’가 지지고 볶고, 삶아서 짧은 시간 안에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IT박람회에 출품된 이 로봇은 실제 5분 만에 중국요리 특유의 향과 먹음직스런 모습의 새우요리를 완성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는데, 수 천 가지의 중국 전통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오븐 등 기존의 전자 조리기가 흉내낼 수 없는 중국 특유의 맛을 분별해 조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로봇을 개발한 회사측의 설명이다. 빠르면 내년쯤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로봇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점 조리실에서도 사람의 설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같은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외식산업의 구조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 영세한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고도화, 대형화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사람의 손에 의지하고 있는 재래식 외식경영으로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맛’에 의한 외식업소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희소성의 가치는 유지가 될지언정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돼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생산성 향상을 통한 외식산업의 고도화는 오늘날 외식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해 볼 때 필연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상가 임대료는 해마다 치솟고, 사회 전반의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는데도 인력난은 계속되고, 식재료 등 원료 조달 비용은 상승하는데 치열한 경쟁 탓에 서비스 제공 대가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외식산업의 현주소다. 이런 현상은 특히 국내 외식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외식업계도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원리에 철저해지지 않으면 안 되게 돼있다. 외식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구조적 변화의 핵심은 생산성이고, 생산성 향상의 방법으로는 공장형 생산, ‘1아이템 다점포’ 형식의 운영이 부각되고 있다. 공장형 생산의 상징인 CK(Central Kitchen)를 통한 물류와 이를 갖춘 프랜차이즈 방식의 점포 운영이 바로 그 핵심이다. 영업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구입하고, 현장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외식업계에도 이미 이런 변화의 물결은 시작됐다. 패스트푸드형 외식업소는 이미 프랜차이즈 형식이 아니면 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고, 심지어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손맛’에 의해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생각했던 한식 부문도 그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0월 23일 1호점을 오픈하는 ‘불고기 브라더스’다. 주방장의 ‘손맛’이 아니라 조리법의 매뉴얼에 의해 어느 점포에서든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5년 안에 100호점을 전개하겠다는 것이 정인태 대표의 계획이다. 한식도 시스템적으로 운영을 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따라서 ‘1아이템 다점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필자가 예견컨대 조만간 반찬공장도 등장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대부분의 생계형 외식업소에서 사용하는 비슷비슷한 밑반찬을 이제는 전문화된 공장에서 생산해 주문에 의해 공급하는 시대가 반드시 오게 돼 있다. 식재료 조달 비용이나 조리에 들어가는 시간적 비용, 이에 따른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공장에서 생산한 반찬을 주문해서 쓰는 것이 훨씬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직접 만든 것보다 맛이 뒤떨어질까. 천만에 말씀이다. 이미 김치나 된장, 고추장 등 주요 밑반찬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외식업소는 물론 가정까지 점령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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