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절벽, 넘어서거나 건너가거나
소비절벽, 넘어서거나 건너가거나
  • 이정희 기자
  • 승인 2016.12.3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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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트렌드 능동 대처…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맞추기 전략

외식업계가 장기불황과 동시다발적인 악재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꽁꽁 닫혀 열리지 않는 소비자들의 지갑이다. 이같은 현상은 급기야 경기불황에 따른 불안한 심리로 소비를 하지 않는 현상을 뜻하는 ‘소비절벽’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소비절벽 앞에서 진퇴양난의 위기에 갇힌 외식업계는 이를 헤쳐 나갈 방안 모색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말특수’ 사라진 외식업계

지난 2015년 12월만 해도 대형 음식점마다 송년회 모임 인파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연말은 번화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직장인 김씨는 지난해 친구들과의 송년회 모임을 회사 근처에서 점심식사로 대신했다.

“이전까지는 2차, 3차에 거쳐 술집에서 보냈지만 나라가 뒤숭숭한데 마냥 부어라마셔라 할 수가 없어 조용히 넘기기로 했다”며 “평소였으면 최소 7~8만 원은 써야했지만 2만 원 선에서 커피까지 해결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신씨 또한 모처럼 한가한 연말을 보냈다,

그는 “재작년만 해도 거래처와의 술자리로 달력이 빼곡했지만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지난 연말은 외부 일정이 거의 없었다”며 “값비싼 양주 대신 가족들과 둘러앉아 소박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위축에는 어려운 취업시장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를 퇴직하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윤씨는 퇴근 후 자주 찾던 집 근처 단골 음식점 대신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월세가 만만치 않아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식비를 줄였다”는 윤씨는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다가 요새는 한 달에 한번정도 가다보니 사장님은 내가 이사 가서도 찾아오는 줄 아시더라.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20~30대 청년층의 경우 일반적으로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편이지만 지속되는 고용시장 침체와 소득에 대한 다변요소들이 소비동결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 국가, 사회적 이슈가 연달아 겹치며 전반적인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난 연말에 이은 올해의 소비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비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해 7월(100.9)에서 10월(101.9)까지 보합권을 유지해왔지만 11월 들어 (95.8, 6.1p)로 큰 폭 하락해 12월에는 94.2까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과 같은 수준으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주말 집회와 정치 불안 등이 소비심리 위축에 부채질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지출전망 CSI도 11월 106에서 12월 103으로 3p 하락했다. 경기와 생활형편이 나빠졌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지출을 줄일 것으로 보여 올해 상반기까지 소비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성비’, 트렌드에서 장기적 문화현상으로

지난해 삼구포차, 아맛나슈퍼 등 초저가 안주를 내세운 포차주점과 빽다방, 쥬씨 등 1천 원대 음료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다. 이러한 초저가 외식브랜드는 식재료 공급 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따라 수익성 여부가 결정된다.

더본코리아의 경우 축산물 무역, 도소매업, 소스제조업까지 운영하는 방식으로 식재료 공급 단가를 낮추는 한편 대중적인 입맛을 파고들었던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더본코리아 전체 매장 수는 2014년 544개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267개로 2.5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저가커피 빽다방은 25개에서 415개로 늘며 현재 국내에서 7번째로 많은 가맹점수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 2%대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시간과 금액을 들인 만큼 품질로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그간 꾸준히 이어져 온 ‘가성비’ 트렌드가 올해부터는 장기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HMR, 식품·외식시장의 새로운 활로

일각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비절벽에서 벗어나 내수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기둥인 유통산업의 판을 키우고 선진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주도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지난해 식품·외식업계에서 유일하게 선전한 분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마트의 HMR 브랜드 피코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약 10%에 달한다. 롯데마트도 간편식 브랜드 ‘요리하다’의 품목을 올해 500개까지 늘리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그룹 유통망을 총동원해 1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외식업계 또한 HMR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외식브랜드 ‘올반’을 HMR 브랜드로 확장시켰다. CJ제일제당은 한식브랜드 비비고를 활용한 ‘비비고 컵밥’을, 본아이에프는 낙지김치죽, 전복죽, 통단팥죽 등 베스트 제품을 모아 ‘아침엔본죽’ 시리즈로 출시했다.

‘순희네 빈대떡’, ‘홍대 초마짬뽕’ 등 제품의 자체 개발이 어려운 지역 외식업체들은 이마트 등의 대형 유통사와 제휴해 HMR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소비위축과 경제적 어려움, 혼밥족 증가 등 변화하는 외식시장에서 과거와 동일한 사이클로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국내 HMR시장이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야를 넓혀 접근한다면 정체된 식품·외식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아이에프의 HMR 제품인 ‘아침엔본죽’ . 사진=본아이에프 제공
▲ 신세계푸드는 외식브랜드 ‘올반’을 HMR 브랜드로 확장시켰다. 사진은 올반 키친 신상품.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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