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시장 내몰린 외식업계 생존 전략… 가성비·슬림화
바닥 없는 시장 내몰린 외식업계 생존 전략… 가성비·슬림화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12.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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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고 전부 개편한 FR, 가격인하 승부수 띄운 KFC… 소규모 매장 개발에 나선 주점

“이런 불경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아무리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한다고 해도 쉽지 않네요. 소비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중견 주류 외식 프랜차이즈 임원의 절절한 토로다. 특히 이 업체는 매년 발전을 위한 포럼을 열고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임에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규모가 작은 중소 업체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가온 소비절벽 시대, 연말 특수도 사라져

실제 주점 업체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매장 폐점률도 치솟았다. 불경기와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전체적인 소비 트렌드가 술을 줄이거나 가정에서 즐기는 형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연말연시 행사는 자제하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자’는 캠페인성 공익광고는 아득한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청탁금지법’과 대통령 탄핵 국면 등 큰 국정 이슈가 겹치며 가뜩이나 소비 절벽에 몰린 외식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국내 외식업 연말특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식업 경영자의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인 지난해 12월 매출이 10·11월에 비해서도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도 52.5%나 됐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트렌드 변화로 소비 절벽에 직면한 외식업계는 전면적인 쇄신과 가격인하 등 생존을 위한 대책과 방안 마련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과거의 영광을 잃고 부진에 빠진 패밀리레스토랑들은 기존 이미지를 벗고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부진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 이름만 제외한 메뉴와 인테리어, 서비스 등 전반적인 부분을 바꾸며 생존전략을 세웠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그동안 굳어진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이름 빼고 다 바꾼 FR, 과거 영광 찾기

CJ푸드빌의 빕스는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 일부 매장에 월드푸드마켓을 도입했다. 월드푸드마켓은 짜뚜짝 시장(태국), 첼시 마켓(미국), 피렌체 마켓(이탈리아), 쓰키지 마켓(일본), 보케리아 마켓(스페인) 등 5개 나라의 대표 시장을 테마로 정했다.

월드푸드마켓을 선보인 빕스 홍대점은 지난해 9월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실적을 얻었다. 지난해까지 전체 빕스 매장의 40%에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했고 올해에는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서울 논현동에 ‘Outback, The Starlight in Gangnam’ 콘셉트의 아웃백 강남점을 오픈했다. 아웃백 강남점은 아웃백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이해 아웃백의 과거, 미래를 보여주는 플래그십 매장이다.

디지털 영 트렌드에 맞춰 뉴미디어 영 아티스트 빅터 장과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매장 곳곳을 젊은 감각의 디지털 콘텐츠로 채웠다. 또한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오븐에 구워 제공하는 부시맨 브레드, 더욱 투명해진 360도 풀 오픈 키친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애슐리는 지속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은다는 방침이다. 분기에 맞춰 1년에 4번 정도 진행하던 메뉴 개편을 지난해 8번으로 늘렸다. 빠르게 편하는 트렌드에 맞는 메뉴 교체를 통해 고객 니즈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보통 메뉴 개발에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애슐리는 연중 내내 새로운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트렌드 변화가 빠른 고객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KFC, 메뉴 가격 인하 강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 외식업체는 가격 인하로 승부를 걸었다. KFC는 지난해 7월 ‘가성비 왕’ 제품인 ‘매직박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5가지 메뉴를 담아 4900원에 내놓으며 당시 하루 평균 6만6천개 이상 팔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KFC는 매직박스 출시 외에도 전체 메뉴 가격을 평균 17.9%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침체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진무 KFC KOREA 대표는 가격 인하에 대해 “가맹 사업을 않는 KFC 경영 상황에서 7~10%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 프로모션은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소비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주점 업계는 가성비 높은 콘셉트를 내세운 브랜드 론칭과 규모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주점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실내포차와 야시장 바람이 불었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안주를 내세운 실내포차는 빠르게 확산됐다. 가격 경쟁력 위에 다양한 인테리어 콘셉트를 접목해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실내포차 열풍 속에 ‘포차어게인’은 가맹 사업 약 1년 만에 10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성과를 냈다.

‘싸고 맛있게’ 가성비 앞세운 주점 봇물

‘야시장’ 콘셉트의 브랜드 론칭도 줄을 이었다. ‘동경야시장’, ‘뉴욕야시장’, ‘대만야시장’ 등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브랜드가 고객 몰이에 나섰다. 뉴욕야시장은 소고기 스테이크를 1만 원 안팎에 제공하는 ‘초가성비’로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다.

뉴욕야시장 관계자는 “불경기 가성비 높은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춘 콘셉트로 꾸몄다”며 “부담없는 가격에 품질 좋은 메뉴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고객도 만족하고 점주 만족도도 높다”고 밝혔다.

매장 크기를 대폭 줄여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를 줄이는 업체도 늘고 있다. 테이크아웃형 주점도 나왔다. 스몰비어 브랜드 ‘봉구비어’는 지난해 말 기존 매장 보다 면적을 크게 줄이고 테이크아웃형 소점포 콘셉트를 도입한 ‘봉구칩스’를 론칭했다. 기존 봉구비어가 면적이 넓은 편이 아님에도 경비 절감을 위해 더 작은 규모의 매장을 선보였다.

봉구칩스는 소규모 커피 또는 주스전문점처럼 푸드트럭의 형태로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 입점한다. 소비자가 맥주와 안주를 주변 테이블에서 가볍게 즐기거나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한다. 신세계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신세계 센텀시티몰 매장을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매장 몸집 줄이기 나선 주점

기존 매장 면적이 넓었던 브랜드는 소규모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다이닝펍 대표 브랜드로 매장이 넓었던 와라와라는 최근 소형 매장을 개발 중이다. 와라와라는 매장 콘셉트 유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최근 소형 매장을 고민 중에 있다. 기존 매장이 규모가 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관리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와라와라 관계자는 “기존 와라와라 매장이 덩치가 큰 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부담이 적은 창업과 운영을 위해 규모를 줄인 소형 콘셉트 매장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피쉬앤그릴과 치르치르 등을 운영하는 리치푸드도 기존 매장에 비해 창업 비용과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소형 규모 매장을 검토하고 있다. 크래프트비어 펍인 와바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기존보다 면적을 줄이고 운영비 절약도 가능한 매장을 내놨다.

반면 전체 산업이 성장세에 있는 커피전문점 업계는 매장을 키우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국내 소비자의 전반적인 커피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저가커피라는 이미지 대신 고객과 가맹점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일정 크기의 매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성장세 커피전문점은 규모 키워

이디야커피의 경우 지난해 말 66~83㎡(약 20~25평) 규모의 매장 오픈이 늘었다. 이디야는 경쟁 커피전문점들이 대형매장을 통해 가맹사업을 전개한 것과 달리 중소규모 입점으로 매장을 늘려왔었다.

하지만 사세 확장과 제품군 증가, 인테리어 개선 등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매장 규모를 키웠다. 또 호남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26~33㎡(8평~10평) 규모로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를 제공하던 커피마마도 매장 크기를 늘리고 있어 99~132㎡(30~40평)대의 매장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커피마마는 최소 매장 규모를 26㎡(8평)으로 하고 있지만 최대 규모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중·대형화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저가 커피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저가 커피의 박리다매식 운영방식이 낮은 수익률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소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창업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이 더 들더라도 본사에서 공급하는 다양한 제품으로 비치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장 규모를 될 수 있으면 키우려고 하고 본사 측에서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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