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논란, 서로 피해자라는데… 누가 ‘갑’인가
가맹사업법 논란, 서로 피해자라는데… 누가 ‘갑’인가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12.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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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계류 개정 법안, 본부 규제 일색

갑·을 힘의 균형 맞추는 법안 절실

㈜놀부NBG 임직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전국 가맹점사업자 대표와 자리를 같이 했다. 이날 놀부의 브랜드 가맹점주와 본사가 상생을 위한 자율조정위원회를 발족한 것이다. 놀부는 자율조정위원회를 통해 가맹점주의 이해와 요구 사항 등을 수렴, 본사와 협의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놀부 관계자는 “최근 본사-점주간 이른바 갑을분쟁 소식이 종종 들려 안타까웠다”며 “이번 자율조정위는 분쟁을 사전에 막고 상생을 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놀부·와라와라 협약 맺고 상생 약속

본사-가맹점주간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의 경제적 손해는 물론 신뢰도 하락,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많은 피해를 남긴다. 이를 사전에 예방해 소모적인 비용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와라와라 본사(에프앤디파트너)와 점주가 만나 와라와라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그해 초 불거진 물품 강매 논란을 해결하고 점주와 상생을 도모하기로 약속했다. 소모적인 논란과 본사는 물론 점주의 일방적인 입장 강요만으로는 동반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맹점간 상생경영·동반성장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부분 본부는 상생경영과 가맹점주에 대한 지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 임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상생경영은 이제 필수로 자리잡았다”며 “과거 일부 있었던 본부의 ‘갑질’은 이제 생각도 못할뿐더러 그런 환경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배상책임 도입, 법 위반 처벌 강화 법안 줄줄이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생을 위한 노력에도 국민의 눈높이, 특히 정치권의 시각은 아직도 차갑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이번 국회에만 프랜차이즈 규제 법안이 16건 정도 발의 돼 있다”며 “대부분 가맹본부를 규제하는 법안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올 1월초 현재 국회에는 총 15건의 가맹사업 관련 법안이 발의·계류돼 있다. 모두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가맹사업에 관한 규제와 처벌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정보공개서 내용 확대와 법 위반 시 처벌 강화, 리모델링 강요 금지 및 본사 부담의무화, 가맹사업거래 조사 매년 정례화,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이학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가맹본부의 ‘징벌적 배상 책임’을 두고 있다. 법안에는 본부가 규정을 위반해 가맹점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또 부당하게 가맹계약을 해지한 경우 벌칙 규정도 새로 넣었다. 기존 법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 수준이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도 나와

민병두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분쟁조정협의회 설치와 관련해 현행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 국한돼 있는 것을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에도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분쟁조정협의회 위원도 시·도지사가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했다.

최운열 의원이 대표 발의(지난해 6월)한 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면하게 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의원이 지난달에 발의한 개정안은 가맹계약서에 필수 구매 물품의 기재를 의무화하고 위 물품이 아닌 품목의 강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가맹계약해지 사유를 명확히 규정해 가맹점사업자의 해지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가맹사업거래 실태 조사를 매년 정례화,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는 경우 공정위에 신고, 타 업체와의 제휴 할인 등의 경우에 강요 금지, 영업시간 구속금지 공휴일 확대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초에는 공정위가 진행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등 사이의 거래에 관한 서면실태조사 실시 및 공표 의무화와 법 위반행위를 신고할 경우 민법상 최고의 효력을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한 법안이 통과됐다. 발의 법안이 모두 통과될 확률은 낮지만 대안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 규제를 강화한 법안이 상당수 담길 전망이다.

“가맹본부 악마시 하는 법안”… 상생 노력 외면

정치권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시선은 과거에 얽매여 있다. 민병두 의원은 “한국 사회에는 갑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한 횡포가 만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 의원은 “공정위가 조사와 고발에 대한 독점적 규제권한을 갖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불공정 횡포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원만한 조정을 유도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규제는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제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가맹본부의 상생 노력은 외면하고 본부만  ‘악마시 하는 규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합리적이고 합당한 규제를 넘어서 가맹본부를 악마시 하는 법안이다”라며 “실제 통과될 경우 산업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형평성을 잃은 내용이 많아 누가 갑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주장했다.

“분쟁 발생시 일방적으로 본사 매도”

프랜차이즈 업계는 징벌적 배상책임이 실제 도입될 경우 가맹사업이라는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과잉입법이라는 입장이다. 또 구매 물품 규제 등의 내용도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프랜차이즈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을의 입장 대변을 넘어서 기존 ‘갑을’이 뒤바뀌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상황이다.

실제 본부-점주간 분쟁이 일어나면 사실 파악보다 무조건 본부를 비난하고 나서는 풍토가 팽배해 있다. 이는 업계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단편적인 시각이 원인이 된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하면 사실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 본사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해명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려고 해도 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사업자단체 구성과 관련해서도 점주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대표성 강화, 동일한 브랜드 사업자로 제한하는 등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점주 보호라는 취지는 존중하지만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취지를 벗어난 내용도 많고 본부를 압박하는 점이 많아 업계로서는 크게 우려된다”며 “과도한 ‘을입법’을 넘어서 진정으로 상생할 수 있는 입법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나설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가맹본부규제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놀부 자율조정위원회 외부 간사인 임영균 광운대 교수는 “국회에서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은 사업에 대한 규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다”며 “프랜차이즈 선진국과 비교하면 시장경쟁원리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어 “분쟁은 당사자간 노력을 중요시 해야 하지만 법에 의해서 해결하려는 잘못된 인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과도한 입법안에는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이미지 개선과 상생 프로그램 개발과 확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놀부 자율조정위 발족과 와라와라 상생협약식 등의 사례를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진정한 상생 경영은 소모적인 갑을 논쟁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필수항목이 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동반성장이 확산되도록 협회가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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