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한국의 노사문화
일자리 창출과 한국의 노사문화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1.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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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희 win-win 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 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 윤광희 win-win 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 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고의 정책목표로 두고 취업박람회, 창업아카데미 등을 거의 10년 이상 해왔다. 그러나 일자리는 늘지 않고 취업준비생과 실업자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법정 최저임금 시급 6030원에 미달하는 근로자는 266만3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13.6%에 해당하는 수치로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 263만7천 명보다 2만6천 명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의 노사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소위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의 노사문화로서는 대기업들이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투자를 할 수 없다. 사업성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겠는가?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인건비를 부담할 기업 경영자는 없다. 국세청이 지난 12월 발간한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연간 총급여액이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는 59만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3.3% 늘었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선진국보다 더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최하위이다. 현대차의 국내공장 대당 생산시간(HPV)은 30.5시간으로 해외(중국, 체코, 미국, 인도) 15시간의 약 2배이다.

2012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주야 2교대(10시간+10시간)에서 3조 3교대(8시간+8시간+8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없어서 못파는’ 현대차의 인기 때문에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춤으로써 30만 대였던 생산능력이 36만9천 대로 늘어났다. 덕분에 877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나 근무시간이 줄어든 직원들의 연간 임금(평일 기준, 특근 제외)은 6만4275달러에서 4만8095달러(한화 5500만 원)로 감소했다. 무려 25%의 감소율이었다.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이라는 노사문화의 상식이 작동하고 있었다. 2013년 6월 3조 3교대 근무로 전환한 기아차 조지아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연간 임금이 6만4200달러에서 4만8800달러로 24% 감소했지만 갈등은 없었다. 823명 추가채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찬사가 있었을 뿐이었다.

미국공장에서 통하던 ‘상식’의 노사문화는 한국에서 통하지 않았다. 근로시간은 줄어도 임금은 이전의 총액임금을 모두 받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대차 근로자 6만6천 명의 2015년 평균연봉은 9600만 원이 됐고 지난해는 아마 1억 원이 넘었을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신설은 1994년 아산공장이 마지막이었고 해외공장은 날로 늘어나서 해외생산 비중이 2003년 12.5%이었는데 2015년에 이미 70%를 넘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노사문화로 인해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생산설비나 공장의 해외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2000년대 초반부터 무수히 해외 공장 확장과 국내 공장 철수 등으로 해외 현지 고용인원이 국내 인원수를 초과했다.

이외에도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만도 등 자동차 관련 주요 핵심 사업장도 현대기아차를 따라 해외 공장 비중이 국내 공장 비중을 능가하고 있다. 오히려 늘려도 시원찮을 국내 일자리가 해외로 다 나가버린 셈이다.

이렇게 해외로 대기업들이 나가는 데는 현지 생산을 통한 물류비용 감소, 관세장벽 해소 등 효율적 시장공략이라는 경영적 측면도 있겠으나 국내 공장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본다. 경직된 노사문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경직된 노사문화 혁신이 일자리 창출의 열쇠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노사당사자간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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