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패스트 프리미엄’은 통한다
불황에도 ‘패스트 프리미엄’은 통한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7.0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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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간편하고 더 고급스럽게… 외식업계 ‘패스트 프리미엄’ 대세 따른다

올해 주요 외식 트렌드 중 하나로 간편함과 고급스러움을 표방하는 ‘패스트 프리미엄(fast premium, 패스트푸드와 프리미엄이 합쳐진 말)’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외식 전문가 20명과 소비자 3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외식 트렌드를 △나 홀로 열풍 △반외식의 다양화 △패스트 프리미엄 △모던 한식의 리부팅(퓨전한식 대중화)으로 선정했다. 그중에서도 패스트 프리미엄이 주목받고 있다.

나 홀로 열풍과 반외식의 다양화, 모던 한식의 리부팅은 최근 관련된 사례가 많았지만 패스트 프리미엄은 기존 외식 트렌드로 손꼽히는 ‘가성비’와 전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패스트 프리미엄은 빠르고 간편하되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점에서 가성비와 틀을 달리 한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게 먹더라도 건강하고 알찬 메뉴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새로운 소비 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것.

유해 환경과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만큼 건강과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패스트 프리미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조리시간의 단축, 품질의 고급화, 식재료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메뉴를 통해 패스트 프리미엄 소비층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패스트 프리미엄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간편한 한 끼’ 의미가 강했던 분식, 도시락, 패스트푸드 등도 더 좋은 식재료와 고급스러운 서비스로 무장하고 있다.

수제 핫도그전문점 ‘비엔나핫도그’는 길거리 간식 정도에 불과하던 핫도그에서 벗어나 프리미엄으로 승부했다. 깨끗하고 질 좋은 재료 33가지를 엄선해 90분간의 발효 반죽, 주문 즉시 제조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친 프리미엄 수제 핫도그를 선보이고 있다.

비엔나핫도그는 핫도그 자체로 훌륭한 영양 간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식품첨가물, 인공감미료 등을 첨가하지 않고 우수한 품질의 원재료만을 고집해 만든 11가지 핫도그 메뉴는 커피 등 다른 메뉴와도 조화를 이룬다. 

비엔나핫도그 관계자는 “최근 외식업계는 패스트푸드 하나도 고급스럽게 즐기고자 하는 패스트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혼밥, 가성비 등의 트렌드까지 합쳐진 다양한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현 시장 수요에서 그 틈을 잘 파고든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밥과 햄버거 등은 프리미엄화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죠스푸드의 ‘바르다김선생’과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 매드포갈릭은 수제 미트볼을 올린 신메뉴 ‘140 미트볼 피자’, 아웃백의 뉴질랜드 청정지역에서 자란 6개월 이하 어린양을 엄선해 만든 프리미엄 스테이크 ‘램 스테이크’ 등 다양한 업종의 다채로운 메뉴에서 고급화가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하고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건강한 먹을거리의 관심 증가로 패스트 프리미엄이 나타나게 됐다”며 “앞으로 패스트 프리미엄 외식소비 형태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극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제 핫도그전문점 비엔나핫도그는 주문 즉시 만드는 프리미엄 핫도그를 선보였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세븐일레븐의 프리미엄 제품인 ‘세븐골드 금식빵’. SPC가 운영하는 프림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매장 전경. 바비박스의 프리미엄형 도시락. 사진=비엔나핫도그, 세븐일레븐, SPC, 바비박스 제공

제품 부가가치 제고로 소비자 설득해야

패스트 프리미엄의 등장은 저가경쟁 이후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한 일본의 외식시장과 많이 닮아 있다. 일본의 규동 전문점 ‘마쯔야’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오랜 시간 저가 정책을 고집하다 지난해 프리미엄 카드를 꺼내며 반전을 이뤄냈다.   

일본형 패스트푸드 규동프랜차이즈 3사, 마쯔야·요시노야·스키야 등은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회전율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과열된 저가 경쟁이 한계를 보이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이에 마쯔야는 지난해 여름 ‘프리미엄 규동’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규동은 기본 사이즈가 290엔이지만 프리미엄 규동은 380엔으로 기본 사이즈보다 가격을 90엔 높였다.

프리미엄 규동은 소고기를 얼리지 않고 0도 정도의 온도에서 저장해 냉동 소고기보다 맛이나 성분, 식감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

세븐일레븐의 모기업 세븐앤아이는 2007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세븐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군을 대폭 확장했다. 그중에서도 ‘세븐골드 금식빵’의 리뉴얼 제품이 출시 후 7개월 동안 2500만개가 판매되는 되는 등 큰 인기를 보였다. 고급 재료를 사용해 타사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단순히 마진을 위해 가격을 높인 것이 아니라 제품의 부가가치 제고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면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후 패스트 프리미엄이라는 트렌드를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본의 사례는 국내 외식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 키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외식기업들이 정체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패스트 프리미엄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버거시장에서는 SPC가 운영하는 쉐이크쉑이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1호점 문을 연 쉐이크쉑은 최상급 식재료와 서비스를 내세운다. 메뉴가격을 살펴보면 쉑버거 6900원, 스모크쉑 8900원, 슈룸버거 9400원 등으로 단품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음료와 감자튀김을 함께 주문할 경우 1만5천 원까지 올라간다. 타사 패스트푸드 버거세트와 비교할 때 2배 가격이지만 소비자는 쉐이크쉑의 패스트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다.

오엠푸드의 오븐마루치킨도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레스토랑형 콘셉트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븐마루치킨은 치킨의 격을 높여 요리를 외식한다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 총 103개 매장 중 95%인 97개를 레스토랑형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븐마루치킨은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인식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신선설농탕을 운영하고 있는 쿠드는 서울 남산 경리단길에 ‘시·화·담’이라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고급화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패스트 프리미엄 확고히 자리 잡을 것”

올해는 패스트 프리미엄 트렌드가 업계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테이크아웃의 활성화와 배달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맞물리면서 매장이 아니라 집 안에서도 패스트 프리미엄급 식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도시락 시장의 패스트 프리미엄화도 눈여겨 볼만 하다. 2010년 론칭 시작부터 프리미엄 도시락을 표방한 본도시락은 지난 5일 250호점을 돌파했다. 이밖에 ‘바비박스’와 ‘호토모토’ 등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많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다른 도시락 브랜드도 구성력을 높인 메뉴로 빠르게 패스트 프리미엄족(族)을 공략하고 있다.

바비박스는 직영점 테스트를 거쳐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지난해부터 패스트 프리미엄족을 위한 맞춤메뉴를 선보였다. 밥 위에 다양한 토핑을 담은 후 특제소스를 뿌리면 완성되는 알차고 빠른 메뉴들은 2~5천 원대 실속형부터 7천 원~1만 원대 프리미엄형 도시락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충분했다. 주문한 메뉴를 2분이면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속이 편한 한식을 빠르고 간편하게 즐기자는 목적으로 탄생한 바비박스는 한식의 패스트푸드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바비박스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바비박스는 편의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맛과 분위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며 “앞으로도 가성비와 구성력을 갖춘 신메뉴를 분기별로 출시해 패스트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토모토는 고객 선택 폭을 넓힌 프리미엄 메뉴가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고객이 늘었다. 호토모토가 지난해 출시한 카레우동A는 통통하고 바삭한 새우튀김과 일본식 수란인 온센타마고를 올린 카레우동B, 여기에 불에 구운 소고기인 야끼니꾸를 올린 카레우동C 시리즈로 출시됐다.

하카타 우동은 담백한 하카타 우동A에 채소튀김과 온센타마고를 올린 하카타 우동B, 바삭한 식감의 새우튀김을 추가한 하카타우동C로 나만의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메뉴로 출시와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락전문점들이 테이크아웃?배달 시장의 성장으로 올해 패스트 프리미엄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당분간 패스트 프리미엄은 외식업계에 다양하고 깊게 영향을 미치면서 주소비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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