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소비시장 구조변화 ‘초가성비만 살아남는다!’
2017년 소비시장 구조변화 ‘초가성비만 살아남는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1.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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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효율 필수… 가격 내린다고 품질 놓치면 시장 혼란만 부추겨

“가성비로는 부족하다. 이제 초가성비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가성비가 불황기 생존의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로 거론되고 있다.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고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에 소비심리까지 크게 위축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무조건 저렴한 가격의 상품만 찾는다. 저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은 낮춰도 품질은 높여야 한다.

이는 모든 소비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남보다 앞서려면 더 싼 가격, 더 좋은 상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가성비를 넘어선 초가성비로만 살아남게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초가성비는 가성비는 기본이고 판매가보다 2~3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품질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우리나라 소비시장은 구조적 변화에 부딪히게 된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로 돌아서는 첫해다. 구조적으로 생산이 약화되고 소비도 줄어드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가계부채도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여기다 식품·외식업계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계란 품귀에 콩기름 공급 차질 등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더욱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94.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래 7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제동향 1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수주 등 선행지표도 부진해 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혼술·혼밥족 등장에 가성비 시장 확대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전에 없던 ‘혼술’ ‘혼밥’이 유행하고 있다. 3~4명이 어울려 외식하던 풍조는 급격히 사라지고 많은 소비자들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틀어박혀 혼자 식사한다. 이들 혼밥족은 편의점 등에서 HMR이나 도시락 등을 구매하거나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혼자 외식업소를 찾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이들 혼밥족을 타깃으로 메뉴와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 혼밥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미 일상적으로 혼자 외식업소를 찾는 일본의 뒤를 따르는 셈이다.

이러한 외식소비 방식의 변화는 가성비에 더 민감해진다. 가성비는 혼자 식사할 때와 여럿이 함께 모임을 가질 때 모두 외식업소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같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외식업종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주점업계다.

▲ 색다른 인테리어와 저렴한 메뉴로 소비자들에게 인기을 얻고 있는 포차어게인(왼쪽)과 삼오칠싸롱의 내부 모습. 사진=포차어게인·삼오칠싸롱 제공

주점 프랜차이즈 포차어게인은 1980년대 길거리 작은 포차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던 떡볶이와 우동 등이 대표 메뉴다. 가격은 3천 원부터 2만 원까지 다양하게 구성해 2030세대부터 4050세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찾는다. 최근 포차어게인은 만두똥집탕수육과 춤추는가쓰오부시면 등 초가성비를 앞세운 메뉴를 추가했다.

이들 신메뉴는 6900원에 1~2만 원대 못지않은 양과 퀄리티를 자랑한다. 전국 200여 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포차주점 프랜차이즈 1세대로 자리 잡은 수상한포차의 후속 브랜드 삼오칠싸롱은 3900·5900·7900원의 가격에 메밀전병, 연탄돼지불고기, 통골뱅이홍합탕 등 약 40여 종으로 구성된 메뉴를 제공한다.

이들 초가성비 주점 브랜드는 A급 상권인 주요번화가보다 주택가와 지방 대학가, 1층보다 2층 이상 등 B급 상권에 점포를 개설한다. 메뉴와 상권 모두 B급을 선택하고 주요 타깃도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향수를 느끼고자 하는 노년층 등 B급을 노린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B급 마케팅을 재연한 셈이다.

디저트·패스트푸드도 가성비 경쟁

디저트 시장도 가성비로 판도가 갈리고 있다. 1천 원대 저가 주스를 내세운 쥬씨, 쥬스식스는 지난해에만 점포가 800개, 200개가량 늘면서 급성장했다. 반면 4천∼5천 원대 생과일주스를 팔던 커피전문점과 주스전문점, 그리고 기본 메뉴가 1만 원 안팎에 달하는 팥빙수전문점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설빙, 옥루몽은 한때 점포가 각각 500개, 70개에 육박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가격이 최대 10분의 1에 불과한 저가주스가 대체재로 떠오르며 매출이 급감했다. 이들 브랜드는 각각 50여 개씩 점포가 줄었고 옥루몽은 아예 가맹본사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스무디킹, 망고식스도 가격 경쟁력에 밀려 고전 중이다.

패스트푸드 업계 ‘빅3’인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최근 2천~4천 원 대의 세트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동안 롯데리아는 2천 원대 햄버거로 저가 시장을 주도했고 버거킹은 최소 5천 원대로 고급화를 추구했으나 이같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 서울 양재점(왼쪽)과 커피식스 쥬스식스 복합매장 서울 마포점 전경. 사진=쥬씨·쥬스식스 제공

상대적으로 고가 전략을 쓰던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각종 할인쿠폰을 뿌리며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버거킹은 햄버거 세트를 거의 반값에 팔기 시작했고,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 파파이스도 통신사 VIP 고객에게 세트 메뉴를 월 2회 무료로 제공하며 저가 마케팅에 동참했다.

지난해 무섭게 번진 무한리필 삼겹살집도 초가성비의 사례다. 무한리필 삼겹살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부산의 중심 상권인 서면에서 일부 삼겹살 전문점들이 1인분 800원의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첫 출현했다. 하지만 당시 무한리필 삼겹살은 품질이 뒷받침하지 못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보다 앞선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유행하던 고기뷔페가 한국으로 상륙해 무섭게 확산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건너편 상권에도 2층 무한리필 고기뷔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무한리필 삼겹살 등은 가성비의 성패를 좌우하는 품질에 허점을 보이며 외식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퇴장하는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 문을 열었던 무한리필 삼겹살 브랜드도 한계를 보이는 추세다.

식품업계 설 특수도 가격경쟁으로

제과업체 파리바게뜨도 가성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설을 앞두고 제철 국산 원료로 가성비를 향상한 1만~2만 원대 선물 제품 12종을 출시했다. ‘제주 천혜향파이’는 제주산 천혜향과 사과를 사용한 제품이다. ‘궁중한과세트’는 전통한과와 제주 한천으로 만든 양갱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신년 덕담이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제품명에 활용한 가화만사성 세트, 만사형통 세트, 만수무강 세트, 새해소원 세트, 복(福)을 부르는 황금마들렌 등 가성비 높은 기획상품으로 설 특수를 노리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가성비 경쟁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설을 맞아 ‘올반 명품 한우세트’를 선보였다. 최상급 한우의 인기 부위만 모아 구성했지만, 시중 가격 대비 20% 저렴한 20만 원부터 29만 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동원F&B도 가성비 높은 ‘동원 설 선물세트’ 200여 종을 선보였다. 동원F&B는 설 선물세트 전체 물량 중 판매가 5만 원 이하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10% 이상 늘렸다.

식품·외식업계가 초가성비 전쟁에 뛰어들면서 전체 시장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30년’을 통과하면서 전체 외식산업 매출의 1/3이 축소됐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전체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작아진 시장을 주도하며 다른 브랜드에 비해 얼마나 빨리 외식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느냐는 점이다. 대응 전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가성비를 넘어선 초가성비의 상품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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