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이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청탁금지법, 이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1.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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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첫 명절을 맞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설 선물세트로 각종 수입산 농수축산물이 넘쳐나고 있다.

설 선물세트 가격을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준하는 5만 원대로 구성하려다보니 저렴한 수입산 식품으로 비싼 국내산을 대체하는 현상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설 명절을 앞두고 출시한 대다수 선물세트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입산 식품으로 꾸며졌다.

호주산 소고기(4만9천 원), 인도양산 자연산새우(5만 원), 기니아산 참굴비(4만9900원), 페루산 애플망고(5만 원), 미국산 찜갈비(5만 원), 인도네시아산 양념 민물장어(4만9800원), 노르웨이산 냉장훈제연어(4만9800원) 등 다양한 품목에 물량도 크게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설보다 40% 이상 늘어난 100여 종의 수입산선물세트를 준비했고 물량도 5배 많은 8만여 개로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수입산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57% 늘려 출시했으며 수입산 신선식품의 종류도 21개 품목에서 33개 품목으로 늘렸다.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3일까지 주문받은 예약판매에서 수입산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명절과 비교해 119.8% 증가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입산 설 선물세트 매출신장률은 2015년 24.5%, 2016년 66.6% 성장했지만 이번 설에는 200% 이상 신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조건 시행 후 뒤늦게 법 시행령 조정

수입산 선물세트가 급증하면서 피해는 애꿎게도 국내 농수축산물을 생산하는 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농가는 이미 30% 이상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한우의 사례를 보며 주로 명절에 많은 매출을 올리는 한과를 비롯한 전통식품을 생산하는 이들과 굴비와 전복 등 수산업자들에 이르기까지 크게 긴장하고 있다. 피해는 이뿐만 아니다. 국내 농수축산물과 연계된 산업의 피해는 아직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모두 아사할 지경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째를 맞은 지난 5일 경제부처 합동업무보고 자리에서 현실에 맞지 않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조정을 지시했다. 또 강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청탁금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금지법의 3·5·10규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행령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이어지는 청탁금지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이를 상향조정해 달라는 청원은 이미 법이 시행되기 전 관련단체는 물론이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에서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권익위도 헷갈리는 법 적용 기준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청탁금지법은 태생부터 온갖 문제점 투성이였다. 법 시행 전에 더 치밀하게 여론을 수렴하고 사회·경제적 현실을 감안해 신중히 시행했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밟지 않고 시행을 강행한 후 지난 100일간 드러난 폐해는 상상을 넘어선다.

국민권익위조차 수백 가지 유권해석 질의에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청탁금지법이 청렴사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더욱이 최근 탄핵정국에 묻혀 청탁금지법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희석되는 기분마저 든다.

지금이라도 국민권익위가 법을 수정·보완키로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기는 하다. 이번 기회에 관련 산업계와 시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고 더 섬세하고 철저한 조사·분석 이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명실상부한 청탁금지법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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