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풍속도 바꾸는 ‘프리미엄 HMR 제품’
명절풍속도 바꾸는 ‘프리미엄 HMR 제품’
  • 이정희 기자
  • 승인 2017.01.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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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가구 증가·귀향 인구 감소
나홀로 명절… 해마다 매출 증가


그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명절에도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연휴동안 귀향을 포기하고 도시에 머무는 이들을 일컫는 ‘귀포족’의 증가와 치솟는 물가 상승률로 인한 가계부담이 맞물리며 직접 조리하는 것 보다 HMR 제품을 사는 편이 더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점차 변화하는 명절 풍속도에 대비해 간편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명절 HMR 제품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설 명절 대목 맞은 ‘전통한식 HMR’

과거에는 설 명절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만두를 빚고, 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집집마다 풍겨왔다. 하지만 지난해 1인가구가 520만 가구를 돌파, 맞벌이 부부의 비중 또한 전체 43.9%에 달하는 520만6천 가구까지 증가하는 등 가족구성 변화로 인해 명절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는 컵라면 형태의 떡국부터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잡채와 적전류 등 명절 음식 장만이 부담스러운 1~2인가구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HMR 제품들을 속속 출시했다.

설 명절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떡국이다. 각종 쌀떡 종류는 물론 간편하게 봉지를 뜯어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가마솥곰탕떡국, 똑쌀떡국, 칠갑산골떡국 등을 판매하는 칠갑농산이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 칠갑농산 HMR 제품. 사진=칠갑농산 제공

칠갑농산은 소비자들이 직접 불린 쌀을 인근 방앗간이나 떡집에 맡겨 해먹는 떡국보다 맛이 떨어진다면 상품 가치가 없다는 신념 아래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이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50년이다.

칠갑농산은 떡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메밀면, 칼국수, 수제비 등 국수류, 참깨, 들기름, 미숫가루 등 미분류, 쌀로 만든 즉석용기 제품 등 총 500여 가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판매채널도 넓혔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카카오톡을 이용한 선물하기 등 SNS 기반 유통 시스템을 강화하자 판매량도 따라 증가했다.


칠갑농산·사옹원의 ‘토종 노하우’

▲ 사옹원 설맞이 명절 실속 세트. 사진=사옹원 제공

1995년 전통한식, 그 중에서도 적전류와 튀김류를 최초로 제품화한 사옹원은 김치전, 야채전, 녹두전, 부추전, 해물파전, 산적 등 전통 적전류와 김말이, 고추튀김,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 단호박튀김, 야채튀김 등 튀김류, 잡채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사옹원은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일까지 ‘사옹원 설맞이 명절 실속 세트’ 사전 예약을 받았다. 사전 주문고객에 한해 20% 할인 혜택도 제공하는 등 주문량과 생산량을 적절히 조정해가며 명절 특수기를 준비했다.

22년 노하우는 제품의 품질로 나타난다. 사옹원의 전류와 튀김류, 잡채 등은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를 점령하고 있는 각종 HMR 제품들 가운데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평가된다.

목기에 올리기 적당한 양으로 분할 포장된 제품은 간편하게 포장을 뜯어 프라이팬에 5~7분간만 조리해주면 된다. 특히 손이 많이 가고 불기 쉬운 잡채류는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갓 조리한 듯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사옹원은 각 금형설비의 개발과 더불어 유통과정의 콜드 체인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일정한 모양과 맛은 물론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사업 초기만 해도 각 가정에서 쉽게 부쳐 먹는 전을 내놔봐야 누가 먹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전류와 산적, 튀김류 등은 ‘한식HMR’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식품기업, HMR 전쟁 출격

수 십 년간 HMR 시장을 다져온 중소기업에 이어 대형 식품기업들도 탄탄한 제품 개발 노하우, 판매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HMR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이 씨는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전을 직접 부치는 것보다 완제품을 구입하는 편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며 “제품의 맛과 품질은 이미 검증됐다보니 직접 조리했을 때보다 오히려 맛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설은 AI 등의 악재와 치솟은 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며 HMR 제품으로 명절을 맞이하겠다는 소비자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기간 적전류 판매량은 평월 대비 30% 가량 증가했으며 올해는 수요가 더욱 늘어 구정을 앞둔 2주간 평소보다 약 40~5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식반찬’ 또한 올해 설 명절 기간 매출(명절 이전 30일 기준)이 지난 16일까지 67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도떡갈비, 언양식바싹불고기, 한입떡갈비, 도톰 동그랑땡, 도톰 해물완자 등 5종으로 구성된 비비고 한식반찬은 2014년 추석 65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2015년 설과 추석에는 70억 원대, 90억 원대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설에는 처음으로 100억 원을 넘었고 추석에는 138억 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2인가구 및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며 명절 음식을 간소하게 준비하거나 장시간 매달리지 않고 간편식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며 “가장 많은 소비가 발생하는 마지막 일주일 매출까지 더해지면 명절 매출만 15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피코크는 아직 판매량 변화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추석기간 관련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했던 것을 참고해 올해 물량을 30% 이상 늘렸다. 업계는 명절 HMR 제품이 가성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매해 명절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아워홈 적전류 제품,(왼쪽부터 시계방향) CJ제일제당 비비고 한식반찬, CU 횡성한우 도시락. 사진=아워홈·CJ제일제당·CU 제공


‘귀포족’ 증가로 명절도시락 함박웃음

편의점 또한 민족대명절 설을 앞두고 ‘혼밥족’, ‘귀포족’을 겨냥한 명절 도시락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잡채, 불고기, 동태전 등 다채로운 명절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CU가 최근 3년간 설, 추석 명절 연휴 기간의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2013년 18.4%, 2014년 24.3%, 2015년 45%에 달하는 등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 고시촌, 오피스텔 등 주택가의 명절 연휴기간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50.3%나 됐다.

GS25는 명절도시락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수도권에서만 운영하던 명절도시락을 지난해 추석부터 전국 점포에서 운영한다. 그 결과 2016년 추석 명절도시락의 일주일 간(명절 휴일 포함) 매출은 2016년 설 동기간 대비 353.4%, 2015년 추석 동기간 대비는 580.8%나 오르는 등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명절도시락이 판매기간 동안 도시락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편의점들은 올해도 명절을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GS25는 오는 31일까지 흑미밥에 명절에 즐겨 먹는 돈불고기찜, 동그랑땡, 오색전, 잡채 등 메인 반찬과 명태초무침, 콩나물볶음, 볶음김치 등 총 10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명절도시락을 출시했다.

CU가 지난 17일 출시한 고급 ‘횡성한우’ 도시락도 명절 대목을 노린 제품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횡성축산업협동조합과 제휴를 통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1등급 이상 횡성한우 소고기를 사용한 도시락을 개발했다.

미니스톱도 ‘신년맞이 일품도시락’을 출시하고 구매고객에게 전통음료인 비락식혜 또는 청정샘물을 증정한다. 제품은 김치전, 해물부추전, 오색전의 모듬전과 고기산적구이, 잡채 등 명절 음식에 고추장불고기와 메추리알장조림 등을 추가해 총 10가지 반찬으로 구성한 명절 특선 도시락이다.

정재현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MD는 “명절 도시락은 기존에 편의점 도시락에서 맛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명절 음식이 포함되는 등 소비자에게 색다른 한정판 도시락으로 인식되면서 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역시 다양한 명절 음식으로 푸짐하게 준비한 만큼 고객들의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도시락을 비롯한 명절시즌 HMR 제품의 인기는 최근 1~2인가구 증가와 귀향 인구 감소 등으로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며 매 시즌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휴에는 식당들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점과 한정판 도시락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향후에는 주문제작과 같이 보다 고급화된 명절도시락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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