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지진(背水之陣) & 긴장경영(緊張經營)
배수지진(背水之陣) & 긴장경영(緊張經營)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1.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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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1960년대 중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썰렁 개그 한 토막. 광화문 네거리 한 가운데에서 근무하던 능숙한 교통순경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는 냅다 도망치듯 근무지를 이탈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나중에 알려진 그 사연이 기가 막혀. 종로 쪽에서는 응급환자용 앰뷸런스, 신촌 쪽에서는 살인 현행범을 쫓는 경찰 백차, 남대문 쪽에서는 소방차, 중앙청 쪽에서는 대통령이 탄 방탄차가 동시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 식품외식업계는 네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혼비백산, 쩔쩔 매는 교통순경처럼 고약한 신세다. 사상 첫 3년 연속 2%대 저성장률로 인한 소비절벽, 최저임금 6470원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의 3중고 외에 올 들어 새롭게 등장한 AI 가금류 살 처분으로 인한 식재파동과 사드 직격탄에 따른 잠재적 위협요인과 돌발요인 등이 심상찮게 느껴진다. 올 들어 식품외식경제가 3회 연속 특집으로 게재한 식품외식관련 민, 관, 정, 학계 인사 70명의 70여 편 신년사 중 상당수가 식품외식업계의 당면한 어려움과 그 극복을 통한 희망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금의 식품과 외식업계의 경제와 경영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중국사기가 전하는 유명한 고사 한 토막(이동진, ‘동서양의 고사성어’, 해누리, 2004). 기원전 240여 년에 한 나라 한신(韓信)이 조(趙)나라를 침공했다. 그러나 조나라의 총사령관 진여(陳餘)는 전략가 이좌거(李左車) 주장한 정형구(井?口)에서의 기습작전을 무시하고 자기네 군사가 훨씬 많다면서 포위 섬멸 작전을 썼다. 한신은 기병 2천 명에게 밤에 정형구를 지나 매복, 적이 성을 비우면 점령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1만 군사들은 강물을 등지고 진을 쳤다. 배수진이었다. 조나라 군사들은 배수진을 비웃으며 총공격을 감행, 그 때 한신의 매복 기병대가 성을 점령했다. 한신은 거짓 패한 척 배수진 쪽으로 후퇴했다. 한신의 군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조나라 군사들을 물리쳤다.

부하들은 진을 칠 때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는 병법의 원칙에 반해 왜 배수진을 쳤는지 물었다.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군사들은 오합지졸이므로 죽을 땅에 몰아넣어야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적을 무찔러야만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산을 등지고 진을 쳤더라면 그들은 모두 달아나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배수진은 아무 때나 치는 것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문경새재에서 막지 않고 충주에서 배수진을 쳤다가 크게 패하고 자신은 전사한 신립(申砬)장군의 경우가 그 예다. 6.25때 아군의 낙동강 전선도 바다를 등지고 친 배수진이었다. 유엔군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그 목적을 완벽 달성했다. 그 때 낙동강 전선이 무너졌더라면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됐을지.

곧 닥칠 헌재 탄핵판결 이후의 우리나라 정국은 인용이냐 기각이냐 결과에 상관없이 대선과 맞물려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과 충돌, 그로 인한 갈등구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지금 당장의 외교 안보문제도 매우 까다롭다. 사드 관련 한중관계, 소녀상과 독도관련 한일관계, 트럼프 발 한미관계의 불확실성 등이 그 중심에 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식자재 품귀와 가격 앙등, 식품외식기업의 기업가치 하락 등 온통 지뢰밭이다.     

식품외식업계 모두 더 이상 깊고 어두운 좌절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빠를수록 좋다. 필자가 위에서 다시 인용한 잘 알려진 중국고사 ‘배수의 진’과 어디 기댈 곳이 없으니 우리 자력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흔들림 없이 올 한해를 이겨내야 한다는 뜻의 ‘긴장경영(緊張經營)’(식외경 595호, 2016.1.16.) 을 두 개의 키워드로 제시하는 이유다.

지난 해 필자가 본란에서 인용한 조순 석학(한은 총재, 경제부총리, 민선 서울시장역임)의 경고를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경제, 약 한두 첩으로 딱 낫지 않으니 성장에 대한 신앙에서 벗어나 앞으로 세상이 이렇게 될 테니 이렇게 가야한다는 걸 알고 대책을 강구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동아일보, 2016.4.25. 식외경 201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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