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 민간의 외식창업 ‘예행연습’
공공과 민간의 외식창업 ‘예행연습’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1.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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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orang’과 씨알트리 ‘Winnerchef’
▲ aTorang에서 외식창업의 실전 수업을 받고 있는 세종대 식품·외식계열 학생들. 사진=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외식창업에 나서기 전 무료로 예행연습을 할 수는 없을까?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외식창업 예행연습은 성공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꾸는 또 하나의 꿈이다. 이런 꿈이 지난해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공 영역에서 시작된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올해 민간영역으로 확대됐다. 지난 2015년 12월 시작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aTorang’이 시작이었다. 올해는 외식창업지원 업체 씨알트리에서 aTorang 사업모델을 확대한 ‘Winnerchef’가 시작됐다.

aTorang, 창업 실무능력 키우고 ‘묻지마 창업’도 예방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진행하는 aTorang은 외식창업을 설계하는 전국 각 대학 식품·외식계열 학생들이 직접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총 16개 팀, 230명의 대학생이 aTorang에서 외식창업의 실전 수업을 받았다.

aT는 지난해 사업결과를 밑거름 삼아 올해 더욱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aTorang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에 주방과 약 60석의 홀로 만들어졌다. aT에서 외식창업 지원을 위해 시설비와 임대료, 운영을 지원할 전문업체의 용역비 등 총 3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각 대학별 지원팀을 모집, 팀별로 3주씩 aTorang을 운영토록 했다. 참가팀은 식자재비와 수도광열비, 자체 홍보비 등만 부담했다. 영업을 통해 올린 수익은 각자 배분하거나 학회비 등으로 사용했다.

aTorang을 거쳐 간 학생 중 지금까지 실제 창업한 사례는 8건, 중견 식품·외식업체로 취업한 학생은 10여 명이다. 창업과 취업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운영 기간을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로 1주일 더 늘렸다. 또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가하게 됐다.

aT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정·관리하는 농가맛집 1팀, 청년팀 1팀의 지원을 받아 각각 5월과 6월 운영을 맡겼다. 농가맛집은 지역 농축산물을 활용해 운영하는 외식업체다. 서울 등 대도시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aTorang에서 인큐베이팅 과정을 밟기로 했다. 청년팀은 대학생들보다 창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예비 외식인들이다.

이밖에 11월 운영 팀만 남겨두고 백석예술대, 공주대, 장안대, 을지대 등 각각 한 달씩 1년간 진행할 팀 구성을 마쳤다. aTorang은 직접 외식업소를 운영할 수 있는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용역을 통해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한호전)가 aTorang 참가팀에 대한 운영지원을 맡았다.

aT와 한호전은 참가팀들의 외식업종 선택과 메뉴 구성에서부터 경영, 마케팅, 서비스 등 aTorang 운영에 대한 멘토링은 물론, 일정을 마친 뒤에도 지속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특히 aTorang 프로그램 수료자가 창업할 경우 밀착 지원으로 힘을 실어준다. 

남동현 aT 미래사업부 과장은 “aTorang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은 창업하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스펙을 얻게 된다”며 “식품·외식업체들이 aTorang에서 쌓은 경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 과장은 “aTorang과 일반 외식업체의 단기 인턴십은 다르다”며 “인턴십의 경우 주어진 단순업무만 하게 되지만 aTorang은 자신들이 조리와 경영, 서비스 등 각 분야별 업무를 정해 직접 체험하면서 학교나 인턴십에서 얻을 수 없는 실무능력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수원과학대의 경우 aTorang 운영기간을 텀(term)제 수업으로 편성, 참가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외식조리에서 경영까지 이론을 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집중화 교육으로 본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성과는 머릿속에 그리던 외식창업을 미리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실제 창업에 나설 경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참가자는 창업하지 않게 돼 ‘묻지마 창업’에 따른 개인적·사회적 피해를 줄이게 된다.

aTorang은 국내 첫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이목을 끌면서 집중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난해 3차례나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전파를 타진했고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실제 각 업종별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진행하는 창업지원사업 ‘G-두리두리’에 aTorang과 같은 콘텐츠를 도입하기로 했고 대구시는 청년사회진출지원사업 예산에 외식창업지원 예산을 반영했다. 서울시의 한강수상택시터미널은 오는 3월부터 40개의 창업공간을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기업인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청년창업 1호점 ‘차이타이’ 매장을 오픈했다. LH공사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한국전기안전공사,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공공기관도 각 업종별 창업지원공간을 마련, 본격적인 인큐베이팅 사업에 나섰다.

올해 aTorang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최대 1억 원의 50% 매칭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자체 예산으로 1년 사업을 진행했던 지난해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공공영역의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1년만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 ‘Winnerchef’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왼쪽). 유지상 씨알트리 대표. 사진=이종호 기자 ezho@

‘Winnerchef’, 지상 2층 단독건물서 6개월 실전영업

올 봄 서울 은평구청 근처에 예비 외식창업인 10명이 5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장르의 푸드코트를 운영하게 된다. 영업기간은 6개월. 직접 조리와 식자재 수급, 고객 응대 등을 체험하면서 외식창업을 체험한다.

지난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aTorang 운영지원 용역을 맡았던 유지상 씨알트리 대표의 ‘Winnerchef’ 프로그램이다. 유 대표는 중앙일보 외식 전문기자 출신으로 최근 올리브TV ‘한식대첩4’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Winnerchef(위너셰프)는 직접 요리까지 맡는 외식업체 경영주를 일컫는 Owner chef(오너 셰프)에 승리자의 뜻을 붙인 말이다.

이는 외식창업 전선에서 반드시 승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Winnerchef는 은평구 녹번동의 약 500㎡(150여 평)의 단독건물에 보금자리를 튼다. 약 330㎡(100여 평)의 1층에 5개의 조리공간과 테라스 포함 104석의 테이블을 갖추고 2층 약 165㎡(50여 평)은 강의실 등 교육시설을 마련했다.

Winnerchef는 오는 2월 13일까지 외식창업 희망자 2인 1조 5개팀, 총 10명을 모집 중이다. 1개 팀 2명 중 1명은 3개월 이상 외식업 종사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지원자는 서류심사와 면접, 간단한 실기평가 등을 거쳐 선발한다. 이후 오는 3월 오리엔테이션과 예비교육을 거친 뒤 4월부터 6개월간 실전 영업과 교육을 병행한다.

특히 국내 유명 외식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스가 Winnerchef의 외식창업 희망자를 밀착 지원한다.

총 10명의 멘토스는 한식 연구가 박종숙 원장, 중식전문 여경래 셰프, 외식업 마케터 민유식 소장, 오너셰프 정상원, 청년장사꾼 김윤규 대표, 외식경영 전문가 문정훈 교수,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 대표, 워커힐호텔 이산호 셰프, 외식조리 교육전문가인 김기영 경기대 교수, VMD 전문가 이랑주 대표 등이다.

이들 멘토스는 1:1 운영 컨설팅을 비롯해 경영, 푸드 스타일링 등 분야별 첨삭 지도를 6개월 동안 밀착 진행한다. 외식과 마케팅 교육뿐만 아니라 음식철학, 그림과 음식, 음악과 음식 등 문화·인문학적 소양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은 영업이 끝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2층 교육장에서 진행한다.

Winnerchef 선발조건은 첫째 외식창업에 대한 ‘절실함’, 둘째 ‘열정’, 셋째 ‘지속 가능성’이다. Winnerchef는 ‘2명의 외식창업자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지속적으로 외식업소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익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따라서 창업 후 규모를 키워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소위 ‘대박’을 노리는 지원자는 탈락 1순위다. 2인 1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Winnerchef 과정을 마친 뒤 그대로 창업토록 하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외식업계는 기업형 프랜차이즈와 2명 정도가 운영하는 소규모 외식업소 등 2가지 유형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Winnerchef는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2명 규모의 작은 식당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고 밝혔다.

Winnerchef와 이곳을 거쳐간 수료생들이 창업할 외식업소의 타깃은 ‘요리를 하지 않는’ 시민들이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외식이나 배달음식, HMR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시민이 증가하고 있다. Winnerchef에서는 이런 시민들이 한 공간에서 한·중·일·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

도시 골목골목에 창업 후에도 이같은 시민들이 따스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을 10년, 20년 운영하는 게 Winnerchef의 목표다.

Winnerchef 참가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단지 실전영업 개시 후 매월 영업매출 15%와 팀당 50만 원을 내면 된다. 한 팀이 월 1천만 원의 매출을 올릴 경우 식자재비 35%와 수도광열비를 제하고 250만 원의 수익이 남는다. 매출이 많아질수록 팀당 수익도 늘어난다. 주관사인 씨알트리 수익도 증가하지만 이는 적립 후 Winnerchef 참가자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이 Winnerchef에서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묶어주는 역할도 하겠다”며 “한쪽 팀의 영업이 부진하면 함께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하고 과정을 마친 뒤 먼저 창업한 팀이 다른 팀원을 고용하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 희망자는 다음달 13일까지 2인 1조로 팀을 구성하고 사업계획서와 응모원서를 작성해  ‘유지상의 위너셰프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www.winnerchef.com)에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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