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생각해야 하는 식품·외식기업
동물복지 생각해야 하는 식품·외식기업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2.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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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이번 설 연휴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TV를 볼 기회가 평소보다 많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땅속에 파묻은 닭이 제대로 묻히지 않아 죽은 채로 바람에 나뒹구는 장면, 그 닭의 사체를 뜯어먹고 있는 개, 감염된 닭의 열처리 공장에서 흘러나온 붉은 핏물이 흐르는 개울 등 이런 장면이 참으로 괴이하게 보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구제역이다 AI다 하며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가축 전염병 문제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아예 처음부터 꼬리를 잘라버리거나 특정 이빨을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닭은 일렬로 배치된 A4 용지만한 칸막이에 한 마리씩 들어가 층층이 쌓아올린 양계장에서 수천수만 마리가 바글대며 알을 낳는다. 닭들이 더 많은 알을 낳도록 24시간 불을 켜놓고 잠을 재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치 공장 같은 환경에서 돼지와 닭들은 더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하는 기계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기에 상품화시키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트레스에 병이 생기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를 투입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사육방법은 닭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는 식육 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은 비용과 쉬운 방법으로 큰 만족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심이 이러한 생산 시스템을 출현시켰을 것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고기는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가. 이러한 생산 환경이 오늘날 가축 전염병의 원인이 되거나 전염병에 저항할 수 없는 면역력 저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이러한 사육방법은 비인간적인 방법으로서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선책이 마련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문제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축산농가의 개선노력도 필요하다. 축산물을 소비하는 식품기업과 외식기업, 소비자의 각성도 필요해 보인다.

오래전 개고기를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난하는 프랑스 여배우에 대해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오리 주둥이에 억지로 먹이를 밀어 넣어 오리의 간이 부어오르도록 사육하는 당신네 나라는 떳떳한가 하고 힐난했던 기억이 있다. 이럴 때 문화상대주의라는 개념은 어떠한 문화도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의 축산식품 소비문화를 뒤돌아 볼 때가 됐다.

선진국의 식품?외식기업들이나 레스토랑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왔다. 동물복지나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압력에 대한 반응이었다. 기업에 따라 항생제나 호르몬을 투여해 사육된 가금류와 소고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거나, 초원에서 원하는 풀을 마음껏 먹고 자란 풀 피드(full feed) 소고기를 사용한 음식만을 판매하거나, 음식에 인공 첨가물과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음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동물의 복지까지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해당 기업의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며 기업으로서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셈이 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012년부터 소?돼지?오리?닭 등에 대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해 현재 110개 농장이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밝힌다. 이러한 제도가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고 인증받은 축산식품이 식품?외식기업과 음식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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