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불황 속 홀로 성장 편의점
HOT ISSUE│불황 속 홀로 성장 편의점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7.02.2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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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도시락’… 편의점의 이유 있는 성장

#1. 경기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 직장인 이OO 씨(41?남)는 오늘도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과 군것질 거리를 샀다. 이 씨는 제품의 종류와 가격을 따진다면 대형마트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으레 편의점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집에서 가까워 퇴근 이후의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편의점에만 있는 PB와 한 번에 다 먹고 처리할 수 있는 소포장제품들 때문에 편의점에 자주 간다.

#2. 치킨을 좋아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최OO 씨(31?여)는 최근 치킨전문점보다 편의점에서 치킨을 먹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새벽에 주로 작업을 하는 최 씨는 출출할 때마다 갔던 집 앞 편의점에서 직접 치킨을 튀겨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다. 먹고 싶은 부위별로 원하는 조각을 개수와 시간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자칭 ‘치킨성애자’ 최 씨를 편의점으로 발걸음하게 만들고 있다.

편의점이 일반 소비자들의 삶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에 최소 한 번, 많게는 예닐곱 차례 편의점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편의점이라는 유통채널의 효율성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 내 제품 판매량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편의점 본사들이 매출 최고점을 찍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편의점 전국 점포수는 3만 점을 넘어섰고, 매출 5조 원을 돌파한 편의점 본사도 생겼다.

고객 수요 파악한 편의점의 ‘혁신’

편의점은 소비 인구층 변화에 따른 고객 수요 파악을 가장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여건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운영 시간 등 기본적인 조건도 오늘날 수혜에 한몫했다.

▲ 세븐일레븐의 서울 남대문에 카페형 편의점 내부(왼쪽). CU의 서울 종로 마로니에공원점은 작은 공연장을 설치해 버스킹 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CU 제공

최근에는 지역 상권이나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형태로 출점되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구매 패턴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을 찾아가는 ‘맞춤형 편의점’이라는 콘셉트로 고객 만족도 제고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사무실이 많은 서울 남대문에 카페형 편의점을 출점했다. ‘힐링·여유·감성’을 콘셉트로 카페 분위기가 나도록 내부를 구성했다. 원목 테이블과 소파 등을 갖춰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음료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울 종로 마로니에공원점에 자리한 CU편의점은 작은 공연장이다. 점포 밖에 마이크·앰프·조명 등 공연 장비를 마련했다. 많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이곳을 찾아 버스킹 공연을 열어 고객을 모은다.

서울 덕성여대 학생회관에 자리한 CU는 대학교라는 특성을 감안해 매장 내에 스터디 존과 파우더 존, 피팅룸 등을 구성했다. 다양한 맞춤형 편의시설을 갖추면서 이전보다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내에 자리한 GS25 파르나스타워점은 호텔의 주요 고객층인 비즈니스 종사자와 관광객 등에게 최적화됐다. 호텔 투숙객들의 편의를 위해 매장 내에 의류 살균기, 무인 택배함, 고가의 이어폰 및 헤드폰 등을 설치했다.

1인가구 만족시킨 ‘도시락’의 힘

유통업체 중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편의점의 성장 배경에는 ‘1인가구’가 있다. 초창기 음료와 과자 위주로 비교적 단순했던 편의점 상품 구성이 ‘혼자’ 밥을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도시락을 포함한 HMR(가정간편식)제품과 저가 원두커피, 금융, 택배, 세탁 등 종합적인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했다.

편의점이 혼밥족, 혼술족, 포미족, 네오싱글족 등 새로운 소비층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취급하고 있는 3천여 가지 품목 중 단연 ‘도시락’의 성장이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간편식 시장과 관련한 도시락, 레토르트, 신선편의식품 등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락의 편의점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13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70.4%가 커진 것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섭취식품 중 도시락의 매출 점유율은 2014년 19.2%에서 2015년 27.9%로 늘어났다. 2016년 2분기엔 34.1%까지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전체 간편식 중에서 도시락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도시락 출하액은 4446억 원으로 전체 즉석섭취식품(9922억 원)의 44.8%를 차지했다.

국내 대표 편의점 3사의 도시락 매출 신장률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CU는 2014년 10.2%에 그쳤던 도시락 매출 신장률이 2015년 65.8%, 지난해 168.3%로 급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지난해 전체 카테고리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74.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151.4%, 152.3% 증가한 이후 매년 40~5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2.1% 올랐다.

지난해 GS25의 매출액 기준 상품 순위 10위 중 ‘김혜자 바싹불고기 도시락’과 ‘홍석천 치킨도시락’이 2개나 이름을 올렸다. CU도 도시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배 오른 것이다.

‘CU 백종원 한판 도시락’을 비롯해 ‘CU 매콤불고기 정식’과 ‘매콤 한입 돈가스&소시지 정식’이 10위 안에 들며 매출 상위 10개 품목 중 도시락이 3개나 포함됐다. 세븐일레븐 역시 ‘혜리 11찬 도시락’이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편의점의 원두커피도 강세를 보였다. 2015년 말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를 론칭한 GS25는 지난해 즉석 원두커피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52.5% 늘었다. CU는 자체브랜드 ‘카페겟’을 포함한 즉석 원두커피 판매가 81.2% 늘었고 세븐일레븐의 경우 2015년 론칭한 ‘세븐카페’가 지난해 2700만 잔이 팔려 판매량 기준 1위에 올랐다.

CU 도시락 구매 ‘20대’ 가장 높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인 편의점 도시락의 성장세는 현 시대의 슬픈 청춘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적지 않다.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 기성세대가 과거의 고난과 역경을 비유한 ‘눈물 젖은 빵’이 지금은 ‘눈물 젖은 도시락’으로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CU의 지난해 연령별 도시락 구매 비중을 보면 20대가 31.4%로 가장 높았다. 30대(26.7%), 40대(19.7%), 50대 이상(13.2%), 10대(9%)가 그 뒤를 이었다. 20, 30대 매출 비중을 합하면 58.1%에 이른다. 편의점 도시락 구매자 10명 중 6명이 2030 세대다. 

반면 편의점 도시락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해도 제품 한계상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거쳐 제공되는 외식업소의 음식 질을 따라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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