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샀다. 피곤해 집에 가서 빨리 쉬고 싶은데 배는 고프고 이때 생각나는 게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다.
으레 도시락하면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주시던 계란말이와 분홍 소시지, 볶은 김치가 떠오르지만 이제는 편의점에서 그 도시락을 비슷하게 흉내 내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때로는 밖에서 맛있는 음식과 멋진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일상은 간단히 배고픔을 해소하려고 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매일 밖에서 쫓기듯 거의 비슷한 식사를 하는 것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은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어머니가 싸주시던 도시락을 사서 집에 와서 편안한 식사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면 과연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집에 와서 먹는 것은 외식일까? 집밥일까? 외식이라 부르기도 집밥이라 부르기도 모호한 식사로 외식(外食)과 집밥(內食)의 사이에 있는 식사인 중식(中食)이다.
식당에 가서 하는 식사는 외식, 재료를 구입해 조리해서 먹는 식사는 내식, 외부에서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와서 먹는 식사는 중식이다. 중식(나카쇼쿠)은 일본의 외식 산업에서 등장한 표현으로 외식과 집밥 사이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의미한다.
최근 외식과 내식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식 시장은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경기 불황, 1인가구의 증가, 고령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외식과 집밥 보다는 중식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혼자서 밥을 해결하는 ‘혼밥족’은 외식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먹기 위해서 간단한 도시락 등을 사서 집에서 먹는 중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중식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유통 채널은 편의점이다. 집 앞, 회사 근처, 학교 주변 등 어디서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중식 분야 중에서도 싸구려 음식이라는 편견에 시달렸던 편의점 도시락의 품질이 개선되고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고객층을 흡수하게 돼 도시락 시장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의 ‘눈물 젖은 빵’이 지금은 ‘눈물 젖은 도시락’으로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이제는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만 어필하는 편의점 도시락이 아니다. 이제는 맛과 영양은 물론 이미지까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도 점차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민물장어덮밥’, ‘홍삼불고기 도시락’ 같은 웰빙 품목이 출시됨에 따라 건강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시장 확대 전략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대가 다양하게 확장됐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프리미엄 도시락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편의점의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이 개선되면서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메뉴와 조리법 개발로 편의점 도시락은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 제법 오랫동안 배가 고프지 않기도 하지만 소화가 잘 안 되는 불편함도 있다. 이는 도시락 반찬들이 대부분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채소를 먹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좀 더 짭짤하고 달달한 기름진 음식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이러한 영양소의 무너진 균형은 편의점 도시락에 불만을 가진 도시락 기피자들의 비구매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균형 잡힌 식단으로 메뉴를 개발함으로써 치열한 편의점 도시락 시장에서 차별화해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은 가성비 좋고 맛도 무난한 도시락이 아니라 좀 더 시장을 세분화해 각 고객층에 적합한 다양한 상품 확장을 통해 매출증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편의점 중식 시장의 활성화에도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