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HMR(Home Meal Replacement)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 HMR의 대표주자인 RTH(Ready to heat) 제품에 이어 최근 RTC(Ready to cook) 제품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이다.
RTH는 레토로토 식품 등 완전히 조리된 메뉴를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RTC는 포장된 식재료를 꺼내 직접 요리해야 하는 제품이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셰프들이 출연해 화려한 요리솜씨를 뽐내는 쿡방의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완벽하게 갖춰 포장한 식재료를 꺼내 굽거나 삶거나 튀기면서 스타셰프가 된 듯한 만족감을 느낀다. 롯데닷컴이 한국 갈비찜, 중남미 연어세비체 등 구색을 갖춰 판매하는 ‘굿잇츠’나 CJ제일제당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쿠킷‘ 등이 대표적인 RTC 제품이다.
RTC는 지친 몸으로 귀가해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싱글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등의 힘을 덜어주고 심리적 위안까지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식품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조리하는 행위는 시장이나 마트에 직접 나가 식재료를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보다 신선하고 맛깔나는 식재료를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RTC는 이같은 과정을 포장지를 뜯는 일로 대신하게 한다.
음식의 맛은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요리할 때의 정성은 완성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향한다. ‘어머니 손맛’도 깊은 사랑을 이르는 다른 말이다. RTC에서는 이런 사랑과 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 심지어 최근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찍어내는 3D 푸드 프린터까지 나오고 있다.
정히 직접 요리할만한 시간이나 여력이 없다면 이런 대체 음식보다 갈 때마다 눈도장 찍을 수 있는 식당에서 단골을 알아보는 주방장이 뚝딱 해주는 밥이 훨씬 건강하고 맛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