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수입식품검사기관 지정 자진반납의 시사점
민간 수입식품검사기관 지정 자진반납의 시사점
  • 김병조
  • 승인 2005.11.0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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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식약청으로부터 수입식품검사 기관으로 지정받은 한 민간업체가 검사기관 지정서를 자진 반납했다. 8개의 지정 검사기관 중 하나이며, 그중 두 개의 민간업체 중 하나이다. 2003년 12월에 지정을 받아 지난해 검사수수료 수입이 20억원, 올해는 25억원정도로 지정 검사기관 중에서는 매출규모로 2위 업체다. 초대 식약청장을 지낸 사람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런 회사가 스스로 식약청에 수입식품검사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포기선언’을 한 것이다. 이 회사가 밝힌 지정서 자진 반납 이유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수입식품 검사업무가 별로 돈도 되지 않으면서 골치만 아프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진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식약청의 단속에 걸려 12월부터 3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아야 하는데다가 얼마 전에는 유사 비아그라가 함유된 인삼제품을 ‘적합’으로 판정해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검사기관 지정서를 반납하지 않더라도 지정이 취소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씁쓸하다. 식품위생법상에 식약청장은 시설 등의 일정한 조건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를 수입식품검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수입식품 검사업무는 민간업체에 맡겨서는 안 되는데도 식약청이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 검사업체도 ‘검사기관’으로 확대해석해서 지정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 첫 작품이 1일 지정서를 반납한 (주)랩프런티어다. 랩프런티어가 수입식품검사기관으로 지정될 때부터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초대 식약청장이었다는 점에서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등 말이 많았다. 식약청은 그 후로도 역시 민간업체인 (주)부산식품연구원을 수입식품검사기관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 회사의 대표 또한 지방 식약청장을 역임한 ‘식약청맨’이다.

식약청으로부터 지정된 8개의 수입식품검사기관 중에서 민간업체는 2개, 우연하게도 그 2개 업체의 대표들이 식약청 출신, 그러면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검사기관으로 지적받아왔다. 이들 민간업체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이상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이 펼쳤던 검사수수료 할인 등의 영업행태는 수입식품검사 업계에 질서를 무너뜨렸고, 그 결과는 스스로의 사업포기로 귀착됐다.

1차적으로는 업체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식약청에 있다. 식품안전의 첫 관문인 수입식품의 검사업무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업체에 맡긴 자체가 잘못이다. 식약청으로부터 수입식품검사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지정을 받은 후에는 검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하던 업체가 이제 와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스스로 사업권을 반납하는 상황을 보고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중국산 김치 등 수입식품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문제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그 수입식품의 위생검사를 담당하던 한 민간업체의 수입식품검사 업무 포기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큰 교훈을 주는 것은 무슨 일이든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나면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감당해야할 의무를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에 넘겼다는 자체가 원칙과 정도에 벗어나는 일이었다.

결과는 민간업체의 포기선언으로 수입식품 검사업무는 국가기관 또는 신뢰할 만한 단체 등에서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지만 그 상처는 적지 않다. 민간업체도 ‘기관’으로 해석해서 지정해준 선례를 주어 담을 수가 없게 됐고, 그렇게 지정받은 민간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시장질서 혼란과 이에 따른 부실검사 우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난 행정들로 인해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식품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민간 수입식품검사기관의 ‘포기선언’이 주는 의미를 식약청을 비롯한 식품관련 행정기관에서는 깊이 되새겨 식품행정의 정도를 찾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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