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코카콜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매년 이어진 가격 인상과 함께 피자와 치킨 등 패스트푸드 시장의 견고한 성장이 뒷받침되면서 되레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美 코카콜라 직원 1200명 감축
코카콜라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본사 직원 등을 비롯해 1200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는 본사 직원의 20%에 달할 정도로 코카콜라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9년까지 추가 인력 감축에 나설 방침이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2019년까지는 연간 8억 달러의 비용 절감과 함께 별도로 향후 6년 간 38억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418억6300만 달러(약 47조 2842억 원)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13% 감소한 수치다. 미국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코카콜라가 눈독을 들이며 투자에 나선 남미 시장도 10억 달러 규모로 매출이 크게 꺾였다.
유럽 시장은 탄산음료를 기피하는 성향이 워낙 강해 시장 공략에 두 손을 놓기까지 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부터 유럽 시장을 중동·아프리카 시장 매출과 합산 발표할 정도로 유럽 시장에서 점점 철수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코카콜라의 글로벌 시장 부침을 두고 콜라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한몫했지만 2011년 핀란드에서 시작된 ‘설탕세’가 유럽은 물론 미국과 남미까지 확산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코카콜라는 위기가 지속되자 탄산음료군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건강음료를 일선에 배치하겠다는 ‘도박’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퀸시 CEO 내정자는 “소비자 니즈를 한층 반영해 설탕 사용을 대폭 줄인 건강한 음료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70%까지 차지하는 코카콜라 매출을 단기간에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카콜라의 최대 라이벌인 펩시의 경우 이같은 변화를 재빨리 직감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서 펩시콜라의 매출 비중을 20%까지 줄인 상태다.
펩시는 스낵업체인 프리토레이, 시리얼업체인 퀘이커오츠 등을 보유하는 등 펩시콜라가 더 이상 주 수익원이 아닌 종합식품업체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한국코카콜라, 두둑한 ‘배짱’
반면 이같은 추세와 무관하게 우리나라는 코카콜라의 위기를 전혀 직감할 수 없다. 콜라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 등 부정적인 정보들은 이미 널리 퍼졌지만 피자와 치킨, 햄버거 등의 외식 시장이 코카콜라의 매출을 든든히 지원해주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피자와 치킨, 햄버거 등은 이미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메뉴로 최근에는 1인 가구 확장에 따른 배달시장의 활성화까지 더해져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들 메뉴에 콜라는 빼놓을 수 없는 짝꿍이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의 수요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장기 불황에 따른 영향과 매년마다 단행된 한국코카콜라의 가격 인상도 유효했다는 견해다. 유통가에서는 단맛과 함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탄산음료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이 있어 불황 때는 탄산음료가 잘 팔린다는 의견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코카콜라의 모회사인 LG생활건강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6조940억 원, 영업이익은 8809억 원, 당기순이익은 5792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36%, 28.77%, 23.14%의 고공행진이다.
코카콜라의 국내 콜라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코카콜라를 포함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음료사업부문 매출은 1조3440억 원이며 전체 사업부문의 22.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카콜라 가격은 출고가 기준으로 지난 2014년 1856원에서 2015년 1932원, 지난해 2015원으로 매년마다 인상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원재료값과 제조비 상승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주원료인 원당의 국제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