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세계화의 명(明)과 암(暗), 각국 식문화 이해 필요
음식 세계화의 명(明)과 암(暗), 각국 식문화 이해 필요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4.28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하면서 각처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우리의 일상식이 되고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던 커피가 밥보다 더 자주 먹는 음식이 되었고, 밀·콩·옥수수는 외국에서 수입이 안 되면 우리의 생존이 어렵게 됐다. 수퍼에 차고 넘치는 과일과 식재료가 대부분 수입품이고 가공식품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원료로 만들고 있다.

예전에 별로 먹어본 적이 없는 치즈,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프렌치프라이 등이 흔히 먹는 음식이 됐다. 음식 세계화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입 식품의 홍수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도 적지 않다. 특히 음식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식품 위해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스시’와 ‘사시미’가 세계화되면서 세계 주요 도시마다 일식집이 난립하고 있다. 날 생선에 익숙하지 않았던 서양인들이 사시미를 젓가락으로 집어 간장 찍어 먹는 것을 우아한 국제인(globalized)의 멋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다는 것만 알고 아무거나 먹다가 발생하는 식품안전 사고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에서 9월 사이 하와이에 있는 ‘겐기스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에서 스시를 먹은 성인 284명이 A형 간염에 감염된 사건이 발생했다. 발병 원인은 필리핀에서 수입한 냉동 패주(scallop)로 만든 스시를 먹고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71명은 상태가 위중해 입원치료를 받았다. 겐기스시 프랜차이즈는 모두 폐쇄됐고 오염된 필리핀산 패주는 모두 폐기 처분했다. 우리가 볼 때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패주는 채취 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재료이므로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생선회를 전통적으로 먹어온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생선회를 만들 때에는 신선도는 물론 날로 먹는 생선의 종류나 부위를 잘 선택해 조심스럽게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으나 그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수하게 된다.

유럽 여성들은 동양인 특히 한국 여성들이 채소를 많이 먹어 날씬하고 예쁘다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각종 채소를 샐러드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배추, 상추, 당근, 시금치 등 각종 채소를 잘게 썰어 통에 담아와 점심으로 먹는다.

그런데 배추는 살짝 데치거나 소금에 절여 먹어야 맛도 나고 위생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다. 이런 조리법을 모르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채소류에 의한 식중독성 대장균 감염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 의하면 지난해 8월 매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지에 있는 트로피칼 스무디 까페 프랜차이즈에서 스무디를 마신 사람들이 A형 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됐다고 한다. 감염자 129명 중 56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원인은 ICAPP사가 이집트에서 수입한 냉동딸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회사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수입한 모든 냉동딸기에 대한 회수명령이 내려졌다.

유럽에서는 냉동딸기류에 의한 A형 간염 발생이 2013년부터 보고되고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해 유럽연합 12개국에서 1440명이 감염됐다. 대부분 이탈리아로 여행한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

스웨덴에서는 냉동딸기류를 먹고 70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3명이 사망했다. 호주에서도 중국에서 수입한 냉동 나무딸기를 먹고 A형 간염에 감염된 사례가 보도됐다. 유럽식품안전처(EFSA)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식품안전관리당국은 냉동딸기류를 날것으로 먹지 말고 끓여서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음식 세계화로 전 세계의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 화려하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수입 식품의 안전관리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유래한 식품을 맹목적으로 유행에 따라 먹기보다는 외래 음식의 식용 방식과 음식 문화를 잘 이해하고 선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