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롯데, 신제품 ‘발포주’vs‘라거’로 한판
하이트·롯데, 신제품 ‘발포주’vs‘라거’로 한판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4.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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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 신제품 ‘필라이트’(왼쪽)와 롯데주류 신제품‘피츠 수퍼 클리어’. 사진=하이트진로·롯데주류 제공

맥주 사업 부진으로 고민이 깊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봄을 맞아 사활 건 경쟁에 들어갔다. 오비맥주의 독주와 수입 맥주의 파상적인 공세 속에서 전략 제품을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0일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Filite)’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알코올도수 4.5도로 100% 아로마호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브랜드 론칭은 지난 2013년 ‘퀸즈에일’ 출시 후 4년 만이다.

하이트진로, 신제품 가성비로 공략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를 맥주 대신 발포주로 분류한 이유는 국내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세법은 맥아 10% 이상을 함유해야 맥주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발포주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필라이트는 맥아 10% 미만을 함유하고 있다.

발포주는 일본에서 통용되는 말로 맥아 함량 65% 미만의 주류를 일컫는다. 맥주 맛과 거의 동일하지만 맥아 함량 미달로 맥주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일본 주류시장에서는 기존 맥주와 발포주 등 비율이 55%대 45% 정도로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발포주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맥아 함량이 낮아 생산 원가를 줄였다. 특히 기타주류로 분류돼 세율이 20%에 불과하다. 기존 맥주는 70%에 달한다. 실제 335㎖ 캔 출고 가격은 717원으로 기존 라거 맥주보다 약 40% 낮다. 대형마트 등에서도 800원 대에 판매될 전망이다. 일반적인 라거는 대략 1300~1500원에 판매된다.

하이트진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홈술’, ‘혼술족’ 등 가정용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전략 제품으로 키워 부진한 맥주 사업 실적을 만회할 카드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연이은 맥주 사업 적자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은 지난 2012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맥주 사업 매출은 7667억 원으로 전년(8312억 원)에 비해서 오히려 줄었고 영업 손실은 145억 원에서 21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점유율도 30%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김인규 대표가 직접 맥주 실적 개선을 공언했지만 ‘허언’에 그친 셈이다.

이런 부담감을 반영한 듯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강원 홍천 공장에서 열린 필라이트 출고식에 참석해 제품 출고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출고식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손봉수 생산총괄 사장 등 임원들도 대거 참가했다. 필라이트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기존 맥주와 차이가 없다”며 “새로운 카테고리로 시장을 개척하고 전략 제품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롯데주류 ‘피츠 수퍼클리어’로 돌파

롯데주류도 신제품으로 점유율 확대와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달 20일 신제품 ‘피츠(Fitz) 수퍼클리어’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충북 충주 2공장 완공 후 ‘클라우드’ 증산과 신제품 출시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신제품 론칭을 선택했다. 맥아 80%, 알코올도수 4.5도의 라거 맥주다. 출고가는 현재 미정이다. 유럽산 헤라클레스 호프를 사용해 가볍고 경쾌한 맛을 낸다.

롯데주류는 이 제품으로 국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라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라거가 장악하고 있는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클라우드로는 한계가 있어 제품군 다양화가 필요했다.

출시 3년이 된 클라우드는 초기 시장에 안착했지만 생산량의 한계와 수입 맥주의 공세에 성장이 정체됐다. 롯데주류의 지난해 매출은 7331억 원으로 전년(7591억 원)에 비해 3.4% 감소했다. 클라우드의 낮은 성장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는 프리미엄급으로, 신제품은 대중적인 라거로 마케팅 해 가정용과 B2B 시장을 공략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진 ‘처음처럼’ 영업망을 활용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 물량 공세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인지도를 높여가면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는 소주 영업망이 탄탄하기 때문에 초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며 “신제품 효과와 물량 공세가 합쳐지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품질·수입 맥주 트렌드 극복해야

하지만 업체의 기대와 달리 전략 신제품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맥주 소비 트렌드가 고품질 선호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 맥주 시장의 급성장이 보여준다.

지난달 24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맥주 수입량은 6933만5490ℓ로 전년 동기보다 57.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5만3404달러 규모다. 수입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1억1946만ℓ, 2015년 1억7091ℓ, 지난해 2억2055ℓ가 수입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3억ℓ를 넘어설 전망이다. 점유율도 2010년 3%에서 지난해 10%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가 맛이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가성비와 차별점없는 제품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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