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브랜드 매각에 나선 이랜드그룹이 당초 제시한 가격을 대폭 낮춰 이르면 이달 안에 가구사업까지 정리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이랜드는 자연별곡, 애슐리 등 외식사업과 가구사업인 ‘모던하우스’를 약 1조 원에 매각키로 했다. 이후 인수 의향을 밝힌 MBK파트너스와 가격협상을 진행, 최근 양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매각 가격과 4천억 원 차이
지난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이 회사의 자문사인 EY한영은 최근 이랜드그룹의 외식ㆍ가구사업 실사를 마무리한 뒤 이랜드그룹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약 6천억 원대까지 가격을 줄여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여배를 적용, 4천억 원대를 적정 인수 가격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다 모던하우스의 매각 가격은 2천억 원 안팎으로 정했다. 이는 이랜드그룹 측이 제시한 매각 금액과 4천억 원의 차이를 보여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랜드그룹 측은 MBK파트너스와 최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B 업계는 이는 막판 변수가 남아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당초 이랜드그룹이 제시한 가격이 협상을 전제로 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던 만큼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외식ㆍ가구사업 매각이 마무리돼야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조기 협상타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은 이랜드파크, 가구사업은 이랜드리테일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파크 실적 부진에 기업가치 하락
이랜드파크의 경우 2016년 말 기준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11.4배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를 추진 중인 이랜드리테일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상장을 미룬 것은 이랜드파크의 계열 분리를 통해 연결기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상장 추진 중에는 자산 매각에 대한 규제 조항이 있다.
더구나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 직원급여를 지급하지 않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데다 미지급금을 빼면 영업이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외식사업의 상품가치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실시 결과 이랜드파크는 모두 4만4360명의 근로자에 대해 83억72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사항을 일부 누락하거나 근로시간 도중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등의 위반 사항도 적발됐다.
또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가 약 65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랜드파크 측은 이후 3차례에 걸쳐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밀린 자금 마련 계획을 설명하고 오는 6월까지 미납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이판 호텔리조트 펀딩과 이월드 지분 블록딜을 통해 300억 원을 마련하고, 부산 민락동 호텔 부지와 강원도 인흥리 부지를 매각하는 한편, 이월드 추가 블록딜을 진행해 총 700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룹 전반 재무위험↑ 지원여력 없어
그럼에도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1일 정기평가를 통해 이랜드파크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투기등급인 'BB+'(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등급 하향 이유는 그룹 전반의 재무위험 확대로 인한 지원여력 약화가 사업경쟁력을 저하시켰고 이미 과중한 수준의 재무부담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외식부문의 영업손실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영업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건비 체불사건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여파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악재를 가진 외식사업 매각에서 이랜드그룹 측이 협상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4천억 원대의 선에서 매각을 받아들이고 가구사업 매각가를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