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에서 곳간 쌓이는 외식사업의 법칙’
‘인심에서 곳간 쌓이는 외식사업의 법칙’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6.0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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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비산동 여자수산의 이웃돕기, 하루 매출 1500만 원 쾌척
▲ 안양시 비산동의 횟집 여자수산은 지난달 26일 하루 매출 전부를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는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시의 횟집 ‘여자수산’(대표 박경애)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부 릴레이’

플래카드 한 쪽에는 ‘기부 릴레이는 계속됩니다. 6월: 홍미닭발 9월: 미앤미케익 10월: 청학동에서’ 등의 내용이 덧 붙었다 . 올해 여자수산을 시작으로 10월까지 3곳의 외식업소가 기부에 나선다는 얘기다. 기부 액수도 깜짝 놀랄 정도다. 여자수산은 이날 하루 매출액 1500여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식자재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만 기부하지 않고 이날 들어온 현찰이며 수표며, 심지어 카드매출액까지 환산해 내놓았다. 물론, 평상시 하루 매출이 이 정도까지 오르지는 않는다. 기부릴레이를 벌이는 날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단골손님과 안양 지역 유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관공서 관계자들이 새벽까지 먹자판을 벌여준 덕분이다.

여자수산의 기부활동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매년 이같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2010년 시작, 총 1억 이상 기부

여자수산의 매출 전액 기부는 올해로 8년째다. 지난 2010년 처음 시작한 뒤 지금까지 약 1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 왔다. 첫해 약 1천만 원에 달하던 매출은 회를 거듭할수록 동참하는 시민이 늘면서 으레 1500만 원을 넘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여자수산은 그 반대다.

남에게 퍼주는 인심 덕분에 곳간이 더 쌓이는 경우다. 이날 행사에도 낮부터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오후 4시께 박경애 대표(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위원)와 직원들은 한쪽 테이블에 식사를 차려놓고 손님 접대 중간중간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 박경애 여자수산 대표는 나누면 나눌수록 쌓이는 게 외식사업의 특징이라며 밝게 웃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박 대표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 내일 새벽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식사를 마쳐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다. 날이 저물면서 가게 앞 주차장까지 난장이 벌어졌다. 손님들은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은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주문을 넣었다.

당일 공급을 원칙으로 하는 돌돔이며 참돔, 능성어, 자리돔, 활고등어, 광어, 우럭 등 생선은 물론 해삼, 멍게 등 해산물, 커다란 킹크랩까지 쉬지 않고 38개 테이블, 152명의 손님 앞에 차려졌다.

박 대표는 “가장 큰 보람은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라며 “특히 다른 외식업체에서도 먼저 연락해 릴레이 기부에 나섰다는 게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안양시 비산동에 여자수산 1호점을 연 뒤 2008년 호계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그리고 1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산점에서 매년 기부행사를 진행한다. 그동안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산물 기피현상이 벌어지면서 폐업 직전까지 가는 위기도 겪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부행사는 멈추지 않았다.

난치병 아이들 직접 보고 봉사 결심

박 대표가 처음 기부행사를 생각한 계기는 안양시의 난치병아동돌봄센터를 알게 되면서였다. 당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기막힌 모습을 직접 보면서 무엇이라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다달이 후원금을 내다보니 성에 차지 않았다.

그것으로는 아픈 아이를 돌보며 피폐해져가는 부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또 그들의 어려움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민들에게 난치병 아이와 그 부모들의 어려움을 널리 알리는 판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들에게 치료에 필요한 목돈을 만들어주자는 목표도 세우게 됐고요.”

그래서 벌인 일이 하루 매출을 몽땅 기부하는 행사였다. 행사에 앞서 지역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난치병 아이들에 대한 리플릿도 자비로 제작해 시민들에게 돌렸다.

안양은 워낙 시민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도시다. 박 대표의 통 큰 기부 이벤트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웃 외식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박 대표에게 연락해 기부사업에 동참하고 싶다며 릴레이 행사를 제안했다.

경영에 빼놓을 수 없는 ‘나눔 정신’

▲ 여자수산의 기부 행사에 동참한 지역 고객들이 여자수산의 홀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박 대표의 ‘나눔’은 외식업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일이 많은 만큼 힘이 부치는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퍼준다. 새벽까지 전 직원이 종종걸음 칠 정도로 바쁜 날에는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20만 원, 30만 원씩 선뜻 나눠준다. 정말 수고 많았다는 격려도 잊지 않는다. 명절 보너스도 빼놓지 않는다.

한 달에 1번 이상 연휴를 보장해주고 근속 직원에 대해서는 2, 4, 6년차 등 짝수 근속 해에는 7일 휴가, 3, 5, 7, 9년차는 열흘 휴가를 준다. 어떤 직원은 올해 연차휴가는 가지 않을테니 내년에 보름 휴가를 달라고 ‘딜’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일손 구하기 어렵다는 외식업계에서 여자수산에는 10년 이상 근속 직원이 적지 않다.

또 지인들을 불러들여 함께 근무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팀워크도 그만이다.

이렇게 퍼주는 일은 고객들에게도 똑같이 이어진다. 여자수산의 마케팅 수단은 현수막이다. 그때그때 제철 맞은 해산물을 알리는 현수막을 건다. 릴레이 기부행사를 벌이던 날에는 ‘어버이 은혜는 하늘 같아라… 효 특선 메뉴 다금바리과(능성어)+왕새우 튀김 세트’ 현수막을 걸었다. 가정의 달을 노린 현수막이다.

박 대표는 “한 번은 부산 기장시의 멸치잡이 선주를 찾아가 살아있는 멸치를 직송하기도 했다”며 “결국 절반 넘게 버렸지만 남해까지 가야 먹을 수 있는 멸치회를 집 앞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양시민들이 열광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봉사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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