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개정… 외식 상한선 5만 원 충분할까
청탁금지법 개정… 외식 상한선 5만 원 충분할까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6.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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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개정 움직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청탁금지법’이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외식업계는 물론 농축수산물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며 개정을 호소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도 본래 취지가 무색할 만큼 역효과가 더 크다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 

‘5·10·10’ 한도 조정 언급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청탁금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설 때부터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을 언급한데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취임 즉시 청탁금지법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영세상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다 농가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농축수산물은 청탁금지법에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청탁금지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취임하면 곧바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전남도시자 시절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전남도 농축수산업 피해가 심해 농가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이같은 의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청탁금지법 개정에 공감하고 있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축수산물의 1차 산업을 예외로 치거나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의 적용 대상을 공직자로만 한정하는 방법, 한도 금액을 상향하는 방법 등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중 한도 금액의 상향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외식의 경우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등 이른바 ‘3·5·10’을 한도로 정하고 있다. 이를 ‘5·10·10’으로 상향 조정하면 어느 정도 피해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권익위가 보고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한도 금액 상향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법 자체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예상보다 큰 폭의 변화도 가늠해볼 수 있다.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과 예외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외식업계, 자구책 ‘약발’ 안 먹혀 

우선 농축수산물 등 1차 산업을 청탁금지법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방향은 타 업종의 극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점쳐진다. 즉 외식업계의 강한 반발이 자명하며 농축수산 가공식품 등 예외 범위를 규정하기가 애매모호하다.  

외식업계는 이미 청탁금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난무한 실정에서 청탁금지법이 과연 제 구실을 하고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한정식집의 경우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피해가 가속화되자 자구책 차원에서 5만 원을 사용할 수 있는 다이닝카드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는 다이닝카드를 선물로 인정, 5만 원을 식당에서 지출하는 건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다이닝카드와 함께 3만 원을 더 쓸 수 있어 실질적으로 한도 금액은 8만 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A식당 점주는 “오죽하면 다이닝카드 판매에 열을 올리겠냐”며 “밥값을 여러 번 나눠 결제하는 쪼개기 결제까지 청탁금지법을 피해가는 꼼수가이 만연한 상황이다. 음식값 3만 원이 정말 부정한 청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김영란 전 대법관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청탁금지법을 더 강력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대표는 “농수축산물이 피해를 받는다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눈감아주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논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나”라며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매우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73.8%는 3월 말 기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평균 매출은 법 시행 전과 비교해 평균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외식시장 전체로 환산할 경우 27.3%의 매출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2개월 시점인 지난해 11월 말에는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매출감소 업체는 63.5%, 매출감소율은 33.2%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매출이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모양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일식당의 82.0%, 한식당의 74.1%가 매출 하락을 겪었다. 중식당은 64.7%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매출감소율에서도 중식당은 29.8%로 한식당(38.1%)이나 일식당(36.0%)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식당 중에서는 육류구이 전문점의 매출감소가 두드러져 전체의 88.0%가 감소했다. 일식당도 매출감소율이 36%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서용희 한국외식업중앙회 선임연구원은 “청탁금지법으로 접대가 줄어들면서 고가의 식재료를 사용해 객단가가 높은 일식, 육류구이, 및 한정식 식당의 매출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식재료비나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의 꾸준한 인상에다 이러한 영업 상태가 지속된다면 상당수 업체들이 휴·폐업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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