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금리인상… 업계 위협하는 ‘뇌관’
초읽기 들어간 금리인상… 업계 위협하는 ‘뇌관’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6.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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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 따라 인상 카드 ‘만지작’, 자영업대출 270조1천억 원, 월 2조 증가

한국경제가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보다 1.1% 늘어나 6분기 만에 1%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0으로 전월보다 6.8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미국이 예정대로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는 연 1.0~1.25%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연 1.25%와 같아졌다.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이 뚜렷이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통화 긴축’ 시그널을 보냈다. 물론 당장 미국을 따라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어렵다. 수출 호조와 증시 활성화로 국내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나 아직 내수는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인상 압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는 오는 8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면 본격적인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을 때 한은은 미국의 인상 기조를 따랐다.

지금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 머무는 등 금리인상 압박 요인이 많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역외 탈출 러시를 막기 위해서라도 억제 조치를 취해야 할 입장이다. 특히 국내 금리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외식업계 등 자영업자들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70조1천억 원으로 한 달 사이 2조 원이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1∼5월 모두 9조1천 억 원이나 늘었다. 월간 증가액이 3월 1조9천억 원, 4월 2조2천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월 2조 원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업계는 최근 수출 호조와 달리 민간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음식점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계속 빚을 늘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계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8천억 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사이 6조3천억 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11월(8조8천억 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765조2천억 원으로 한 달 사이 2조 원 늘면서 4월(6조6천억 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5조7천억 원으로 7천억 원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609조4천억 원으로 2조8천억 원 늘었다.

이같은 대출 흐름에 비춰 볼 때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만약 1억 원을 대출 받았을 경우 2.7%금리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해 연간 270만 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한 달엔 22만5천 원이다. 금리가 3.5%로 0.5% 포인트 오른 경우 연간 이자부담은 320만 원으로 50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월 이자상환액도 26만6천 원으로 많아진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상호금융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 원금도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한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기준금리에 얹는 가산금리 역시 부동산시장 전망이나 차주의 리스크를 고려해 신용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가산금리 역시 떨어지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외식업계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그날그날 달라지는 매출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에서는 3~6개월마다 한 번씩 자금 관련 고비가 온다고 보고 있다. 이럴 때마다 연체하게 되면 연체 수수료는 물론 일시상환 압박을 받게 된다.

특히 자금 여력이 없는 외식업 창업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외식업소 경영주들은 제2금융권 등의 고리대금의 횡포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외식프랜차이즈는 주류 도매상과 짜고 창업 희망자에게 5천만 원 무이자 대출을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목상으로는 무이자지만 제2금융권 대출을 알선한 주류 도매상으로부터 수년간 독점 납품을 받아야 하고 술값에 연 20% 내외의 이자를 얹어 결제해야 한다. 실제로는 법정 이자보다 높은 고리의 늪에 빠지는 셈이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당국은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자금이 없는 창업희망자나 영세 경영주는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하고 제2금융권이나 사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많아진다. 결국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나비효과가 외식업계를 옥죌 수 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맹점주 대부분이 대출로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금리인상은 이들 가맹점주의 실질 소득을 줄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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