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죽어도 못 올린다’ 여론에 두 손
‘치킨값 죽어도 못 올린다’ 여론에 두 손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6.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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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 수익 악화 우려
▲ 일러스트=연봉은 화백

치킨 업계가 소비자의 반발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 밀려 가격 인상을 철회하며 ‘백기투항’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몇 년간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아 가맹점의 수익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BBQ치킨은 지난 16일 가격 인상을 전격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일 인상한지 한 달 반만의 일이다. 

BBQ치킨 관계자는 “서민 물가안정과 국민 고통분담 차원에서 1, 2차로 나눠 올린 치킨 가격 인상을 철회한다”며 “가맹점주가 치킨 가격 인상 철회 방침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책임지고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가맹점주를 설득하겠다”고 설명했다. 

BBQ·교촌, 소비자·당국 압박에 인상 철회

앞서 BBQ는 지난달 초 일부 메뉴에 대해 1400~2천 원으로 가격을 올리고 이달 초에도 900~1200원 가량 인상한 바 있다. 인상 이유로 인건비·임대료 상승, 배달 어플리케이션 수수료 부담 등에 따라 가맹점주의 요구가 많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본사가 가격인상을 철회하며 ‘없던 일’이 됐다. BBQ는 가격 인상 철회에 따른 가맹점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 가맹점과의 상생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BBQ 관계자는 “점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특히 국민 간식인 치킨의 가격 상승으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촌치킨도 가격 인상 계획을 접었다. 교촌치킨은 이날 가격 인상 대신 본사의 자구노력과 상생정책을 통해 가맹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촌치킨은 이달 달 메뉴 가격을 6~7%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대신 긴축 경영을 하고 가맹점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고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우선 올 하반기 계획된 광고 비용의 30%를 줄이고 내년은 기존 대비 30~50%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이어 가맹점에 부담이 되고 있는 부대비용들을 분석해 본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계속 상승하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가맹점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격 인상이 아닌 다른 방안들로 먼저 상쇄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BBQ와 교촌치킨이 이같이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배경에는 소비자의 반발과 당국의 압박, 경쟁사의 ‘할인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할인 마케팅에 명분 약화

소비자의 반발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대한양계협회까지 가격 인상 업체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가세해 악화 여론에 불을 질렀다. 때마침 터진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으로 치킨 업계 전체가 부정 여론에 시달렸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BBQ의 가격 인상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며 압박을 가해 결정타를 날렸다. 

경쟁사의 할인 마케팅도 가격 인상 명분을 약화시켰다. 또봉이통닭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달에도 한 달간 한시적 할인 마케팅에 들어가며 틈새 시장을 노렸다. bhc치킨도 또봉이통닭의 할인 판매 발표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한 달간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대표의 성추행 혐의 피소로 이미지가 급락한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일시적 가격 할인으로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표면적으로 서민 물가 안정과 가맹점 상생을 외쳤지만 소비자 눈치를 보다 생색내기 마케팅으로 반짝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몇 년 만의 치킨 가격 인상이 백지화되면서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실제 가격 인상은 점주의 오래된 요구 사항이었다. 임대료와 인건비의 상승, 과당 경쟁에 의한 마케팅비용 부담 증가, 인력난으로 인한 배달대행비 지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는 “열심히 일해도 임대료,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본사가 500원만이라도 가격을 인상하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구인난으로 배달인력 월급은 200만 원을 넘어선지 오래고 대행 수수료는 건당 3천~3500원에 달한다. 

‘비용 줄줄이 오르는데…’ 점주 한 숨

서울의 모 치킨 가맹점주는 “정부도 나서고 소비자도 나서서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데 힘이 있냐”며 “부부가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2, 3백만 원 수익이 날까 말까한 상황으로 한 사람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도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점주들 현실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공정위의 개입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 가맹점주에 대한 부당한 조치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가격인상 철회를 압박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 몫일텐데 당국이 국민간식이 돼 버린 치킨가격에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며 “앞으로 몇 년간 치킨값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하게 돼 가맹점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성락 제너시스BBQ 사장 사표 내고 물러나

이성락 제너시스BBQ 사장이 취임 3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사장은 금융권 임원 출신으로 취임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21일 이 사장이 개인 신변상의 이유로 20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후임 자리는 윤경주 제너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다. 

제너시스BBQ는 개인 신변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최근 논란을 빚은 가격 인상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앞서 BBQ는 지난달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거센 소비자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는 등 곤혹을 겪자 지난 16일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이 전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아이타스 대표, 신한생명 대표를 거친 금융권 출신이다. 제너시스에서 근무하다 지난 1일 제너시스BBQ 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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