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률 70% 외식창업… 창업교육 손 놓은 정부
폐업률 70% 외식창업… 창업교육 손 놓은 정부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6.27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기관 창업 인큐베이팅 aT·서울시 단 2곳

민간 창업 대비 프로그램도 대기업 지원 의존 
서민경제·골목상권 살린다는 정부, 외식업 배제

외식창업 교육은 외식산업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밖에 섣부른 창업에 따른 폐업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외식창업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실전을 통한 창업 체험과 준비 과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 등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외식업계 등 소상공인 지원 방안은 카드수수료 인하 등에 그치고 있다. 무분별한 창업 후 가게 문을 닫게 되면 십중팔구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외식 관련 정책이 빈곤한 이유는 정부의 외식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을 관할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장관 업무인 외식산업진흥법에 따른 정책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영리사업자를 위한 예산 배정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설사 농식품부가 외식산업진흥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정부부처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가 막아서면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서민경제·골목상권 활성화를 통한 국민소득 증대에 맞춰져 있다면 외식업 종사자 지원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욱이 창업과 폐업을 무한반복하면서 무너지고 있는 베이붐 세대와 청년 창업자의 실패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가장 필요한 정책 중 하나는 바로 외식창업 준비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공공 성격의 외식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부분적인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aTorang'과 서울시의 ‘키친 인큐베이팅’, 민간이 운영하는 ‘Winnerchef’ 등 3개에 불과하다. 

▲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9일까지 aTorang에 ‘백석예술기와집-팔도 시래기’를 차린 백석예술대 학생들이 점심메뉴 준비를 하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의 aTorang은 외식관련학과 학생들이 미래 외식인으로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는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1억 원 매칭사업 지원 유일

aTorang은 첫 정부 차원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았다. 지난 2015년 말 시작한 aTorang을 거쳐 간 학생 중 실제 창업한 사례는 8건, 중견 식품·외식업체로 취업한 학생은 10여 명이었다.

올해는 문호를 넓혀 농촌진흥청에서 지정·관리하는 농가맛집 ‘광이원’ 1팀, 청년팀 1팀에게 각각 한 달씩 운영을 맡겼다. 광이원은 aTorang에서 대도시 진출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aTorang은 국내 첫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이목을 끌면서 집중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만큼 외식창업 프로그램이 드물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지난해 3차례나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전파를 타진했고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실제 각 업종별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민간기업인 롯데마트는 aTorang 사례를 참조, 지난해 10월 청년창업 1호점 ‘차이타이’ 매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올해 외식산업진흥 예산 중 1억 원을 aTorang을 운영하는 aT에 매칭사업비로 지원한 게 전부다. 보다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통한 사업 확대 등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 서울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창업허브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정부 앞서는 지차체의 창업지원

농식품부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의 외식창업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외식 창업을 희망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창업허브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키친 인큐베이팅은 외식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적은 초기투자비용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용주방을 제공하고 설비와 집기, 교육, 브랜딩, 마케팅, 유통, 멘토링 등 창업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운영기간은 기수 당 3개월이다.

총 20여 평의 공용주방에는 레인지, 오븐, 냉장고, 집기 등을 갖춘 실습 공간을 구성해 다양한 메뉴를 실험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를 통해 개발된 메뉴를 시장에 빠르게 접목 시킬 수 있는 실습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사업의 요지다.

이밖에 외식업 개론, 기초 인테리어, 사진 촬영 기법, SNS 홍보 등의 외식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고 성장 여부에 따라 프라이빗 키친 및 HMR스토어 입점 기회를 준다.

또한 수시로 진행하는 메뉴 점검 프로그램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참가자들이 음식을 검증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의 실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은 각각 개별주방에서 서울창업허브 방문객 및 지역거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조리한 메뉴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의견을 받고 음식 레시피를 조정하는 등의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

개별주방 이용자들은 자신의 음식 메뉴 검증 뿐 아니라 오프라인 이벤트 참가를 통해 지역·상권 등 환경에 맞는 경험을 쌓는다. 또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생산한 다양한 HMR (가공식품, 건조식품 등) 식품은 여러 유통망의 연계 지원을 받아 오프라인에 진출할 지원을 받게 된다. 우수한 메뉴를 선보인 창업 희망자는 대기업 푸드 코트의 유휴 공간 지원을 받아 오프라인 입점지원도 할 수 있다.

▲ 민간 차원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Winnerchef’ 사진=Winnerchef 제공

민간 차원 6개월 체계적 프로그램 운영

올해는 민간 차원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생겼다. 지난 3월부터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초 문을 연 서울 은평구청 인근의 ‘Winnerchef’다. Winnerchef는 지난해까지 aTorang 위탁운영을 맡았던 유지상 씨가 식품기업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Winnerchef는 외식창업 희망자 2인 1조 5개팀, 총 10명이 지원, 국내 유명 외식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스로부터 지도받고 있다. 최근 Winnerchef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메뉴 수준과 매끄러운 서비스에 감탄한다. 

4개의 푸드코트를 외식창업 희망자들이 이미 한식 연구가 박종숙 원장, 중식전문 여경래 셰프, 외식업 마케터 민유식 소장, 오너셰프 정상원, 청년장사꾼 김윤규 대표, 외식경영 전문가 문정훈 교수,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 대표, 워커힐호텔 이산호 셰프, 외식조리 교육전문가인 김기영 경기대 교수, VMD 전문가 이랑주 대표 등 화려한 멘토스의 지도를 받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들 멘토스는 1:1 운영 컨설팅을 비롯해 경영, 푸드 스타일링 등 분야별 첨삭 지도를 밀착 진행한다. 외식과 마케팅 교육뿐만 아니라 음식철학, 그림과 음식, 음악과 음식 등 문화·인문학적 소양까지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Winnerchef의 외식창업 교육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Winnerchef에서 실전과 같은 준비 기간을 거친 뒤 각자 창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Winnerchef의 목표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도시 골목골목에 창업 후에도 시민들이 따스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을 10년, 20년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Winnerchef는 식품대기업이 사회기여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건물과 시설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개인이 공익사업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같은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