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영급식 움직임, 중소업체 ‘위기’
공공기관 직영급식 움직임, 중소업체 ‘위기’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6.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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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공멸”… 위기의식 한 목소리 낼까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단체급식을 전면 직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급식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탁급식업체들은 이같은 방침을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탁급식의 일자리 창출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일자리를 빼앗아 주겠다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급식업체들은 인건비 인상과 식재비 인상 등 제반환경이 더욱 안 좋아지는 현실에서 공공기관 시장마저 막한다면 폐업을 택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 시장, 복잡다단함의 역사

최근 400식 규모의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A중소업체는 계약기간이 6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수탁사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단 통보를 받았다.

보통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기존 운영 업체를 포함, 공개 모집으로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이 관례다. 경우에 따라선 수탁사가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계약 기간을 자동 연장해주기도 한다. A업체 측은 수탁사의 이러한 통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A업체 관계자는 “위탁을 하지 않고 구내식당을 직접 운영하겠단 뜻인 것 같다”며 “짧은 기간 안에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한다는 건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윗선의 지시가 있지 않았겠냐”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장은 식단가도 낮은데다 계약 초기 설비 투자를 과도하게 요구받으면서 이익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단순하게 구내식당 운영에만 목적을 둔 해당 사업장이 직영을 택하면 전문성 부족으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급식시장은 전체 위탁급식 시장에서 10%가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시장이다. 그나마 식수가 많아 일정 부분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형 사업장은 오랫동안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대기업이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탁사가 위탁사의 자산 규모와 맡고 있는 사업장 개수, 시설 투자 역량 등 순수 급식 제공 역량보다는 외형적인 면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점이 불공평의 문제라 인식하고 지난 2012년 자산 5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당시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 대기업 계열이 41%를 차지했고 이들을 철수시켜 중소업체를 육성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기업이 빠져 나간 틈을 중견기업이 메우면서 규제의 역설이란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지난해 9월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진출을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상시 근로자 1천 명 이상에 직영식당이 없는 공공기관에 한정하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전력, 코레일 등 25개 공공기관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 316개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 포함)중 급식을 위탁하는 곳은 188곳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는 대기업에 문을 열어주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실적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보완책도 추가했다. 계약특성상 실적제한이 필요한 경우 단일사업장 급식 실적의 3분의 1배 이내에서만 실적을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소기업의 공공기관 시장 지배력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은 식수가 많지 않고 식단가도 최저 수준에 그치는 사업장이 대다수다.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사업장이지만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절박함에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운영이라는 하소연이다.  

중소업체, 협회 구성 한 목소리

B업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인건비 인상을 단행한 결과 적자를 보는 사업장이 크게 늘어났다. 원가 절감으로 적자를 최대한 줄이겠단 자구책이었지만 적자 사업장에서 손을 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례로 식수 200명에 식단가 3200원의 사업장의 경우 인건비를 인상하면서 남은 1년의 계약기간 동안 적자를 감수해야된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장은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식재비를 51.5% 정도 잡고 인건비는 38.9%, 기타 경비 19.3% 정도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매출이익은 0.32%로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B업체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고정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원가절감이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식재 비율을 깎아버리면 급식 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식재비는 건드릴 수 없고 인건비는 더 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식단가 인상이라도 해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련만 공공기관은 식단가 인상에 가장 인색한 곳”이라며 “현실이 이럼에도 현 정부가 공공기관 급식 시장을 전면 직영화하겠다는 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몇몇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급식 관련 단체는 지난 2006년 한국급식협회가 설립됐으나 회원사 간의 이해관계가 불거지면서 둘로 쪼개진 바 있다. 결국 2008년에는 회장직을 두고 법정싸움까지 가는 소동이 벌어졌고 회원사들이 대거 탈퇴해 유명무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급식협회가 홍역을 앓은 후 중소업체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최근 들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협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누군가 총대를 멘다면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협회가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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