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증가 없는 4차 산업혁명
생산성 증가 없는 4차 산업혁명
  • 박선정 기자
  • 승인 2017.06.2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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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 고도화일 뿐! 4차 산업혁명 용어 90% 우리나라에서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경제 정책의 핵심 축으로 정했다. 대선 당시 공약대로 지난 13일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했다. 이같은 정부 움직임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 당장 눈앞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인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술적 근거도 부족하고 정의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내건 학술심포지엄 등 행사가 열리고 있으나 논의 내용도 제각각이다. 식품·외식업계는 아직 배달앱이나 키오스크 단말기 등 지엽적인 서비스 차원에서 4차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4차 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 수립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적합하냐는 논란은 이 말이 처음 나온 2016년 다보스 포럼 직후 시작됐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을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산업혁명에 수반되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1차 산업혁명이나, 전기의 발명이 이끈 2차 산업혁명은 각각 공업화와 대량생산 체제라는 경제 구조의 변화를 몰고 왔다. 생산성이 무섭게 증대하며 큰 부를 쌓은 자본가 계층이 등장하고 인구가 급격히 느는 등 경제·사회 전반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AI나 사물인터넷, IOT 등의 기술발전은 기존 산업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 또 일반적인 경제활동의 생산량 증대와 새로운 매출기회도 얻을 수 없다.

식품·외식업계 직접적 혜택 부정적

식품·외식업계의 경우 배달앱으로 대표되는 O2O서비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외식업에 떨어지는 파이는 없다. 

지난 3년 동안 3개의 배달앱 업체와 제휴를 맺고 영업하는 서울의 한 외식 브랜드 가맹점주는 익명을 전제로 “배달앱은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며 “소비자들이 대부분 O2O 서비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근 외식업체와의 경쟁은 전단지 홍보 당시와 다를 바 없고 따라서 매출이 오르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배달앱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고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한 광고를 이용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배달 사원을 따로 둘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고 배달전문 푸드테크를 이용해도 추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배달앱 이용 여부는 각 가맹점주가 선택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배달앱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배달앱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외식업체는 시장상황에 따라 매출이 줄거나 잘 해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산업에서 파급되는 생산성이 한쪽에 쏠리면서 산업혁명이란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는 게 회의론자들의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연구기관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김진형 원장도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인 흐름은 맞지만 굳이 산업혁명이란 용어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 용어 90% 우리나라에서

▲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그는 최근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쓰인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전체의 90%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정작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만든 클라우스 슈밥의 책이 가장 많이 팔린 곳이 한국이란 말도 덧붙였다.

반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부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독일의 스마트공장 국가 프로젝트인 'Industrie 4.0'과 혼동하기도 하고, 심지어 4차 산업의 출현으로 받아들여 4차산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불과 6년 전에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벌써 4차 산업혁명이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 2011년 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3차 산업혁명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클라우스 슈밥은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용어와 정의에 대해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김 원장은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새 산업들이 창출되고 경제와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그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18세기 말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19세기 중반 이후의 2차 산업혁명은 제강기술과 전기의 출현이 혁신을 이끌었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전자, 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 혁명을 3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김 원장은 밝혔다.

기술은 혁신을 낳고 혁신이 기술 낳는 순환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다며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핵심요소 기술로 지정했다. 그렇다면 과연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21세기에 새로 시작된 기술일까. 기술은 혁신을 낳고, 그 혁신이 또 혁신적 기술을 낳는다.

따라서 기술의 파급은 처음엔 미미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상승하는 기하급수적 성격을 갖는다. 김 원장은 따라서 어느 시점 이전의 변화는 미미하고, 이후의 변화는 급격하지만 그 성격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볼 때 사이버 피지컬(Cyber-Physical) 시스템, 3D 프린터, 드론, 로봇 기술은 70년 전에 시작된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기술의 기하급수적 파급 효과일 뿐이란 것이다. 최근 경제ㆍ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기보다 3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혁명의 심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김 원장은 여러 외국 연구기관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보다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 줄여서 DX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DX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본질은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언했던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 만들기'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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