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cing vs. Valuing
Pricing vs. Valuing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7.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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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잘 운영하던 음식점이 문을 닫기 전에 소위 전조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메뉴가 자주 바뀌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변동이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 일 년 넘게 운영해 오던 동네 빵집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에서 눈에 띄게 내 건 광고물을 보니 ‘아메리카노 한 잔에 1천 원’이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조만간 이 집도 문을 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이후로 불과 석 달을 채 못 넘기고 내부 시설을 철거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외식사업주 입장에서 영업이 잘 안되면 조바심이 나게 되고 점점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매출을 늘려보고자 메뉴 가격을 슬쩍 올려본다. 거기에 맞춰 신메뉴 출시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메뉴가 하나 둘씩 등장하게 된다. 일단 그렇게 하고 나면 매출이 늘어날 것 같고 당장의 영업위기에서 벗어날 것만 같은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별 반응이 없고 오히려 손님들이 더 줄어드는 것만 같아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래서 크게 마음먹고 가격인하 전략을 내세워본다. 비싸게 팔 것이 아니라 박리다매를 통해 손님이라도 많이 끌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만만치가 않다.

손님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업주의 이런 심리상태와 전략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손님이 찾지 않게 되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서 혹은 신메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가게에서 원하는 가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문을 연 중국집, 아니 짜장면집이 있다. 건널목에 위치해서 동네에서 나름 유동인구가 꽤 많은 지역이지만 그 점포가 문을 연 건 불과 두어 달 정도이고 입지도 음식점이 성행하는 상권은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 새로운 중국집은 일단 인테리어가 그 지역에 있어선 가장 고급스러울 정도로 눈에 띄었다. 그리고 70년 전통의 전설적인 짜장면 맛의 전수자라는 나름 스토리텔링을 내세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지역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가격이었다.

주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 혹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동네상권에서 가격은 가장 핵심적인 전략요소가 된다. 일반 동네 중국집처럼 즐비한 메뉴가 아니라 짜장면과 짬뽕을 대표메뉴로 내세우고 탕수육을 비롯한 서너 가지 요리만 판매하는 것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성공전략으로 분석된다.

2006년을 전후로 다가온 세계 곡물가격 폭등의 여파로 그동안 가격 인상이 거의 불가능했던 김밥이나 짜장면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제는 동네 중국집에서도 5천 원이 훌쩍 넘는 시대가 됐다.

웬만한 점심식사 가격이 8천 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는 요즘 그 만만한 짜장면조차도 이제 6천 원에 육박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70년 전통의 맛을 선보이는 짜장면이 불과 4500원이고 짬뽕이 5천 원이다. 거기에 탕수육도 단돈 1만 원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여느 동네 중국집보다 허술하지 않고 오히려 더 훌륭한 맛과 풍성한 양의 음식을 제공한다. 이 집이 문을 연 후에 바뀐 것이라고는 출입구 근처에서 기다릴 때 사용할 의자만 더 생긴 것뿐이다.

손님들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조건 몰려가지는 않는다. 가서 먹어야 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예전처럼 허름하고 싸니까 즉, 싼 게 비지떡이지 하면서 웬만한 건 감수하면서 가격만 따지는 소비자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할수록 손님들의 체면을 더 세워줘야 한다. 가성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소비자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체면과 자존심, 그것이 바로 사업주가 창조해야 하는 사업의 ‘가치’이다.

음식의 가격은 숫자로 표시할 수 있지만, 음식점의 가치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고객의 자존심을 얼마나 높이 세워줄 것인가에 대한 판매자의 마인드가 결국 사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상의 ‘가격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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