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전성시대, 日 시장 보면 미래가 보인다
HMR 전성시대, 日 시장 보면 미래가 보인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7.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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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HMR 역사로 살펴보는 우리나라 HMR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대 등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장기불황에 기인한 저성장 기조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끼 식사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 HMR 소비에 많은 이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 주요 식품제조업체들은 가공식품 등 기존 카테고리의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 HMR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HMR 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가공식품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는 장류(고추장, 간장, 된장 등) 시장은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HMR 시장의 성장은 외식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MR이 성장할수록 외식을 찾는 비중이 낮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외식업계에서도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따라 가성비가 높은 품목을 전략 메뉴로 일선에 내세우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HMR 확대, 대기업 영향력 ↑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조3천억 원으로 추산되며 올해 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주요 식품 대기업을 중심으로 HMR 사업 확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국내 HMR 시장의 유통 소비 구조는 대형마트, 체인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품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유통업체들 역시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자 HMR에 주목하면서 자체 브랜드(PB) HMR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이마트의 ‘피코크’는 성공적인 HMR PB브랜드로 자리 잡은 상태다.   

특히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HMR 제조업체들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흐름도 읽힌다. 이들은 매출 규모가 작고 원가율이 높은데다 품목이 단조로워 매출 증대와 품목 다변화를 위해 브랜드와 상관없이 대기업의 OEM 방식 납품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과점현상을 낳는 독과점구조 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요인이다. 

HMR 시장 규모 세계 2위인 영국은 대형 유통업체 PB가 HMR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영국 공정거래청이 대규모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공급업체의 거래실태를 조사해 공표하는 등 공급업체에 대금지불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거래 규제가 철저하다.

일본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수산성이 연계해 거래실태 조사를 실시하며 불공정 거래를 주기적으로 엄중히 단속하고 있다. HMR 시장 확대에 따른 대형 유통업체와 대기업의 확장성은 필연적인 흐름이기에 우리나라도 중소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플랫폼 다양화, HMR 성장 일조

우리나라 HMR 시장 확대는 일본 시장의 흐름과 비슷하다. 1980년대 말부터 HMR 시장이 급성장한 일본은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인 가구의 급증, 여성의 사회 진출, 노령화 가속, 장기 불황 등에 기인해 자연스레 HMR 시장이 발달해왔다. 

현재 일본 HMR 시장은 전체 식품시장의 13.1%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HMR 시장은 전체 식품시장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의 HMR은 ‘나카쇼쿠(中食)’라는 말로 대변된다. 밖에서 조리된 것을 구입해 가정에서 먹는다는 의미로 1983년 일본의 경제신문에서 최초로 언급된 이후 일본의 현대 식문화와 식생활 진화를 상징하는 말로 대변됐다.   

일본의 나카쇼쿠 성장을 견인한 초창기 플랫폼은 중소형 슈퍼마켓이다. 그러나 중소형 슈퍼마켓은 자본과 기술,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대형마켓과 편의점에게 밀리면서 곧장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대형마켓은 PB와 대형 식품제조업체들의 상품,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을 중심으로 고급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반찬 등 소비자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품 개발로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신규 매장이 계속 늘어나면서 나카쇼쿠 시장은 확대일로를 걷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드럭스토어 형태의 매장도 나카쇼쿠 활성화에 일조했다. 의약품과 나카쇼쿠를 배치한 드럭스토어가 플랫폼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이다. 대표 업체로는 마츠모토키요시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이다.  

록필드와 같이 프리미엄 나카쇼쿠 전문 체인점도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록필드는 가격은 비싸지만 맛과 건강함, 품질력을 내세워 주부와 직장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한 친환경 식재를 사용하고 센트럴키친에서 반가공품으로 만든 후에 최종 조리는 각 매장에서 직접하는 방식을 취했다. OEM 방식은 전혀 없는 자사가 모든 과정을 일임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보장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가격 저항선에 부딪치며 큰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시장성이 높아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식품가공IT기술 극대화

지난 2015년 일본 나카쇼쿠협회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HMR 형태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HMR(1위), △국산 식재를 사용한 HMR(2위)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HMR(3위) △영양적으로 충분한 HMR(4위) △채소 위주로 구성된 HMR(5위) △짜거나 맵지 않은 HMR(6위) △금방 만들어 따뜻한 HMR(7위) △소량이면서 여러 종류를 갖춘 HMR(8위) △생선 위주로 구성된 HMR(9위) △유기농 식재를 사용한 HMR(10위) 순이다. 

또한 최근 6개월간 4회 이상 구입한 제품 목록에는 도시락, 삼각김밥, 크로켓, 샌드위치, 초밥, 치킨, 샐러드 순이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식품가공기술의 발달과 SCM(Supply Chain Management) 구축도 일본 HMR 시장의 주된 특징이다. 지난 2005년 세븐일레븐은 사람이 만든 것과 똑같은 식감을 구현하고자 밥을 짓자마자 삼각김밥의 형태로 변환한 후 급속냉각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맛과 위생을 동시에 추구했다.

포장지의 꾸준한 개발도 눈여겨볼 점이다. 외부로부터 냄새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고 맛과 향, 습도를 보다 긴 시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필름 개발, 공장용 가열장치나 전자레인지에 내열성을 한층 높인 필름을 만들어 적용 중이다. 

여기에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이물질 검출 기술 개발, POS 데이터를 제조업자 또는 유통업자와 공유하면서 신속한 배송을 실현시키고 결품률을 낮추고 있다. POS 데이터 축적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가능케 해 발주‧수주‧배송 업무의 신속 처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 전반에 걸쳐 IT기술이 발전했으나 HMR 등의 식품 분야에서는 IT기술을 활용한 기업과 산업 간의 연계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니어층 최대 소비층 부상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역사는 일본의 식품산업과 흡사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켓을 해왔고 소비 패턴마저 비슷한 추세로 흘러왔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품소비행태와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일본에서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를 맞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제야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 HMR은 제품의 다양성과 적정 가격에 주안을 두고 있다. 이 점도 일본 초창기 시장과 비슷하다. 현재 일본 HMR은 기존 1인 가구와 학생들을 벗어나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고령친화형 HMR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편의점 최대 이용층이 50대 이상으로 변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HMR 시장도 시니어층을 염두에 둔 다양한 상품 개발과 배달 서비스 도입, 도시락 상품군의 질적 향상, 다양한 플랫폼 개발 등이 이뤄져야만 한다”며 “HMR 시장에 대한 열기는 뜨겁지만 아직까지는 세밀한 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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