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의 제안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의 제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7.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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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꽃 한 송이’, Snow Fox Flowers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선릉역 앞에 신개념 꽃집 'Snow Fox Flowers'를 오픈했다. 사진=김상우 기자 ksw@

30대 직장인 B씨는 신규 사업기획 프리젠테이션에서 큰 질책을 받아 우울했다. 귀가하는 길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밝힌 꽃집이 있었다. 화이트 톤으로 꾸민 꽃집 안에는 온갖 색깔의 꽃이 진열돼 있었다. 그는 아이리스 한 송이를 골랐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구입해 사들고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들어갔다. 작은 식탁에 저녁거리를 펴놓고 목이 긴 컵에 물을 따라 한 송이 꽃을 꽂았다. 스마트폰을 스피커에 연결해 음악을 틀었다. 우울했던 기분을 아리리스 한 송이가 어루만졌다. ‘나를 위한 꽃 한 송이’였다.  

중앙대에서 3학년을 마치고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불가게, 증권선물회사, 한국식품점, 지역 신문사, 컴퓨터조립사업…. 일곱 가지 사업을 벌여 일곱 번 망했다. 탈탈 털려 무일푼이 됐다.

절망의 끝에서 ‘별’을 만나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 절망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섰다. 온몸을 관통하는 전율에 펑펑 울었다. 고흐가 고갱과 크게 싸운 뒤 자신의 귀를 자르고 생레미의 요양원 병실에서 그린 그림이다.

가장 절망적인 때, 굵게 소용돌이치는 장엄하고 강렬한 별빛을 그렸다. 고흐의 그림이 7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게 했다. 미국 휴스턴에 작은 김밥과 스시 가게를 차렸다. 테이블, 의자도 없는 가게였다. 진열된 도시락을 골라 사들고 가는 ‘그랩&고(Grap N Go)’ 매장 ‘스노우폭스(Snow Fox)’ 1호점이었다.

지난 2005년의 일이다. 12년이 지났다. 스노우폭스는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1400여 개 매장으로 성장했다.

4년 전 구상, 2개월 준비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얘기다. 그는 지난 5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글을 올렸다,

‘제 페북 친구 중에 혹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련 임직원분들 계십니까? 한국 원예, 화훼사업 확장에 대해 의견 교환하고 싶습니다.’ 4년 전에 꽃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최근 2개월 동안 구체적인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같은 달 23일 그는 페이스북에 튤립이 가득한 사진을 올렸다. 이어 6월 2일 ‘#나를위한꽃집 #스노우폭스 플라워스의 시작을 알립니다. 첫 매장이 오는 6월 26일 서울 선릉역 10번 출구 앞에 오픈합니다.<후략>’라는 글을 올렸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처음 본 얘기, LA 게티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아이리스’ 그림을 본 얘기도 상세하게 적었다.

아이리스는 고흐가 말년에 입원한 병실 창가에 핀 꽃을 ‘자신을 위해’ 그린 작품이다. 선릉역 스노우폭스 플라워스 2층에 아이리스 프린트가 걸려있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의 슬로건은 ‘나를 위한 꽃집’이다. 고흐가 죽기 직전 생애 처음 ‘자신을 위해 그린 꽃’ 그림과 같이 ‘나를 위해 꽃 한 송이 고르는’ 꽃집. 스노우폭스 플라워의 콘셉트다.

지난달 28일, 스노우폭스 플라워스 오픈 이틀째 그를 만났다. 김 회장은 페이스북에 그날 누구든 만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매장에서 꽃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머그컵 등 소품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샴푸를 만드는 청년도 있었고 화훼 관련 사업가도 있었다.

성공한 외식사업가로서 꽃집을 차린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조만간 정식 인터뷰를 청하기로 했다.

왜 하필 꽃집을 선택했나?

스노우폭스 플라워스 오픈 일주일이 지난 4일 다시 김 회장을 만났다. 다시 꽃집을 차린 이유를 물었다.

“우리나라 꽃시장은 많이 왜곡돼 있습니다. aT에서 나온 자료를 찾아 읽었습니다. 지난 2005년 1조 원 정도였던 화훼산업 규모가 2015년 6500억 원으로 즐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줄어든 6천억 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이같은 매출의 77.4%가 경조사 시장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꽃을 사는 시장은 1천억 원 정도라는 거죠. 미국은 개인적으로 꽃을 사는 비중이 80%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개인용 꽃 시장이 현재의 5~6배는 돼야 정상입니다.”

이런 계산이라면 앞으로 5천억~6천억 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가능하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문고리다. 아직 아무도 그런 문을 생각하지 못했고 어떻게 생긴 문고리를 달아야 할지 몰랐다. 만약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로 만들어진 문이 열리면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지금의 2배 이상 커진다.

정부는 줄지어 온상을 폐쇄하는 화훼농가와 산업을 살리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훼시장 위축의 주범으로 꼽히는 청탁금지법 완화를 공언하기도 한다.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시행령 완화에 회의적이다.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15평에 2억4천만 원 투자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는 무엇이 다른가? 선릉역 매장은 약 15평(49.5㎡)이다. 천장이 높아 2층을 만들었다. 2층은 가벼운 탁자와 의자를 놓고 손님들에게 커피 등 가벼운 음료를 서비스한다.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깨끗하고 우아하다. 테헤란로 대로변에다 지하철역 바로 앞 1층 매장인 까닭에 보증금만 1억 원이다.

인테리어에 1억4천만 원이 들었다. 꽃집 하나에 들인 돈치고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손바닥만 한 꽃집이 3천만 원의 월 임대료를 내면서 성업 중이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도 하루 매출 300만 원을 자신한다. 9천만 원 정도의 월매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꽃집의 첫 인상은 지저분하다는 겁니다. 한쪽에는 시든 꽃과 경조사 배달용 화환이 방치돼 있고 다른 한쪽에서 꽃꽂이 강습을 하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 쇼윈도를 보고 충동적으로 들어가 꽃 한 송이 살만한 곳은 전혀 없습니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가 이런 관행을 깨고자 합니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의 메인 타깃은 20~30대 중상류층 여성이다. 강남 일대의 전문직 여성과 맞아떨어진다. 이들은 스노우폭스 플라워스 앞을 지나다 스마트폰으로 입구 사진을 찍어간다. 당장 들르지 않더라도 조만간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시민들이 자신을 위한 꽃이나 미니 화분 등을 사가는 게 스노폭스 플라워스가 그리는 밑그림이다.

고밀도 다점포로 초기 붐 일으킨다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사람들은 주는 데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개인과 개인 간 선물 시장의 확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매장 수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먼저 강남 테헤란로를 따라 10여 개, 강남대로 라인을 따라 10여 개씩 오픈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의 빠른 시장 정착을 위해 ‘고밀도 다점포 전략’을 따르는 겁니다.”

앞으로 3~4년 안에 전국 주요 거점에 총 300개의 스노우폭스 플라워스가 만들어진다. 김 회장은 이를 ‘신산업의 창조’로 보고 있다. 이미 꽃시장은 있었지만 전혀 새로운 공급과 소비, 유통,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편의점식 꽃집’이다. 편의점은 기존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의 낡은 점포 분위기와 관리방식을 한 방에 시장에서 몰아냈다.

깨끗한 인테리어와 직관적인 상품 디스플레이, 본사의 중앙집중식 유통관리, POS 도입 등으로 소매유통의 혁명을 일궈냈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도 이같은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주먹구구 방식으로 운영됐던 꽃시장을 기업화, 표준화, 체계화하는 게 목표다.

절화, 팬시 화분, 작은 선인장류 등은 각 농장과의 직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니 소매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는데도 화훼농가와 스노우폭스 플라워스 모두 만족할만한 마진이 남았다. 그동안은 중간상인이 가져갔던 몫이다.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가격에 쾌적하고 우아한 꽃집에서 자신을 위한 꽃을 살 수 있게 됐다.

“경쟁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가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이 길 위에 다른 업체가 들어와 경쟁을 벌일 때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의 경영 노하우

김 회장에게도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는 신사업이다. 그는 4천억 원의 개인 자산을 가진 성공한 사업가다. 최근 포브스코리아의 인터뷰에서 5년 안에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 400대 부자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전 세계 1400여 개 스노우폭스 매장에서 연간 3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가 진행하는 사업은 7개나 된다. 사업체는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다. 관리는 주로 카톡방을 이용한다. 기자와의 인터뷰 일정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잡았다. SNS 경영인 셈이다. 하지만 누수를 염려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는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중앙대 외식산업경영아카데미에서 4학기째 강의를 마쳤다. 그의 수업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따라하지 못한다. 그의 강의록에는 자신의 성공 노하우가 단계별로 집적돼 있다. 

“사업을 하게 되면 직원이 3~4명일 때가 가장 편합니다. 이후 10명 정도 늘어나게 되고 다시 30명쯤 되면 반드시 창업공신의 배신이 따르게 됩니다. 이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또 50~100명 정도면 외부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이런 단계별 경영관리 노하우는 직접 체득한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의 강의는 따라서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교육이다. 김 회장은 ‘사업적 기(氣)’라는 말도 했다. 경영자는 사업의 기를 찾아야 한다. 이를 자신의 기로 만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내 가맹사업은 왜 하지 않는가?

김 회장은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공했다. 미국은 직접 가맹점 관리를 진행하고 유럽은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경영한다. 전 세계 가맹점으로부터 10%의 로열티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강남 뱅뱅사거리에 첫 매장을 낸 뒤 최근 서울로점까지 8개로 늘린 국내 스노우폭스는 모두 직영이다. 앞으로도 가맹사업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스도 가맹사업은 배제한다.

그는 국내는 프랜차이즈 사업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프랜차이즈, 즉 가맹본부의 정당한 경영활동도 프랜차이지(가맹사업자)의 집단 민원에 부딪히면 ‘갑질’로 처벌받는 가맹거래 관련법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균일한 메뉴의 맛과 모양을 위해 필수적인 식자재를 가맹본부에서 일괄 공급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갑질’이라는 이유로 지탄을 받고 법적 처벌까지 받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는 가맹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김승호 회장의 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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