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 가득한 외식업계… 영세 자영업 낭떠러지
곡성(哭聲) 가득한 외식업계… 영세 자영업 낭떠러지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7.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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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 능력 없는 영세 식당, 종업원 임금이 경영주보다 많아진다

올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외식업계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이렇게 한 번에 1060원이나 오를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외식업체는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일자리위원회’ 3차 대책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소상공인 대표들은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소상공인 업종의 원가 중 가장 큰 부분이 인건비인데, 이번 7530원 인상안은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9030원을 넘어 감당할 수 있는 수치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고용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과 ‘줄폐업’ 역풍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소상공인 입장은 외식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식업계는 규모와 업종에 따라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을 최악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러 외식업체의 이번 최저임금 인상 대처방안을 들어보았다.

①답 안 나오는 영세식당… “현장을 이렇게 모르나”

“직원 감축으로 버텨보고 그래도 안 되면 폐업해야죠. 임대료와 식재비 등 고정비용도 버거운 마당에 인건비를 계속 올려줘야 한다면 답이 안 나와요. 그렇다고 저희 같이 점심 백반으로 먹고 사는 식당이 메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을까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가 소비자가격 인상은 틀어막은 채 자영업자들에게 비용 부담만 전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자영업자만 ‘봉’인 꼴이죠”

서울 가락동에서 30석 규모의 한식점을 10년 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두고 격한 분노를 토해냈다. 김 씨가 식당을 운영해 손에 쥐는 것은 한 달 200만 원 남짓. 5년 전 장사가 잘 될 때는 300만 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200만 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김 씨의 식당은 현재 조리원 1명을 고정으로, 서빙과 일부 조리를 맡고 있는 파트타임 근로자 2명을 고용 중이다. 현재 중학생 자녀 1명과 고등학생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김 씨는 식당운영과 아내의 맞벌이로 살림을 빠듯하게 꾸려가는 중이다.

김 씨는 “인근에 식당들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정비용의 지속적인 증가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며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이제 식당 운영을 그만둬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양 호계동에서 소규모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폐업을 결정했다. 이 씨는 최근 파트타임으로 6개월 넘게 일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통보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다른 주점보다 시급이 적었는지 그만둔 것 같다”며 “시급을 올려주고 싶었지만 손님이 늘어나지 않아 시급 인상이 어려웠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정부가 현장을 정말 모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기 불황에 따른 외식업 침체에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게 된 4인 미만의 영세 외식업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줄폐업을 가속화할 것이란 진단이다. 인건비 때문에 인력을 줄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얼마나 지속되겠냐는 하소연도 끊이질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국민 소득 증대라는 큰 그림에서 찬성할만 일이지만 시장에 이분법적 논리를 내세워 영세 자영업자를 폐업으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고 강조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결국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서민을 옭아매는 정책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②단체급식, 중소·대기업 모두 직격탄

단체급식업계도 최저임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업체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을 다수 운영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늘상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도심과 한참 떨어진 외곽 사업장도 적지 않아 인력난까지 겹쳐있다.

A중소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연간 10억 원대의 추가 비용이 생겨 수익성 악화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정민 제이제이케터링 이사는 “인건비 가중은 매년 부딪치는 문제라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업계와 아무런 소통 없이 일방 통행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선식 삼주외식산업 상무는 “이번 일을 봤을 때 단체급식업계가 미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며 “업계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협회가 전혀 없다보니 항상 새로운 정책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비단 중소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조리 인력을 아웃소싱으로 충당하는지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아웃소싱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몇몇 대기업들은 아웃소싱 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수탁사가 식단가 인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계약 만료 후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단 방침을 세웠다. 

결국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 실현되고 인건비 가중을 덜어줄만한 묘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중소 단체급식업체들을 중심으로 폐업이 속출할 것이란 위기감이다. 일부는 식단가제보다 관리비제로 전환할 수 있게 업계가 한데 뭉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단가제는 식단가 안에 식재료비와 인건비, 경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방식으로 식단가 안에서 사업장 운영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운영 방식이다. 일례로 3천 원의 식단가가 산정되면 식재료비 1800원(60%), 인건비 750원(25%), 경비 240원(8%), 이윤 210원(7%) 등이 평균 산출된다.

식수가 많고 유동식수가 적은 사업장이면 식단가제가 일정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관리비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직접비(식재료비 등)를 제외한 간접비(인건비, 경비, 관리비 등)를 고객사가 지원한다. 즉 급식업체가 간접비를 실비 정산한 후 직접비와 간접비를 합친 수수료를 부가해 고객사에 청구하는 것이다.

일본 등 한국보다 급식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들은 위탁사들의 고정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질 좋은 급식 제공에 힘써달라는 취지에서 관리비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다수 수탁사들이 급식의 질보다 낮은 단가에 목매는 형편이다.

③FC업계 담담한 분위기 속 생산성 높이기 안간힘

사상 첫 7천 원대 최저임금을 받아든 외식업계는 당혹감 속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체 규모에 따라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있다. 체계가 잡힌 프랜차이즈 업계와 중·대형 업체는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돼지고기 전문점 ‘하남돼지집’을 운영하는 ㈜하남에프앤비는 지난 18일 경기 하남 본사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10% 이상 오른 최저임금에 대해 가맹점주의 대책 문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남돼지집은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맹점주가 인력을 줄이거나 또는 유지하더라도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남에프앤비는 추후 더 다양한 지원책을 세워 가맹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남에프앤비 관계자는 “많은 가맹점주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많이 부담스러워 하며 문의를 해왔다”며 “현재로서는 인력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가맹점에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점과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현재도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직원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점 프랜차이즈 업체 리치푸드㈜는 직영점은 물론 가맹점의 대부분 직원이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곧 가맹점을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사항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와바 탭하우스’를 운영하는 ㈜인토외식산업도 현황 파악부터 하기로 했다. 인토외식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문의나 점주 애로사항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황 파악을 통해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맹본부의 생각과 다르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주점 프랜차이즈 업계를 더 불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휴수당과 인력난 등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은 단순한 수치 이상이라는 것이다.

한 주점 가맹점주는 “시급이 오르면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이동하는 쏠림 현상이 연달아 일어난다”며 “지금도 어려운 인력난이 더 가중될 수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배달직원 인력난이 심각한 치킨 업계는 최저임금은 물론 월 급여 200만 원 중반을 넘은지 오래 돼 이번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치킨 업종은 이같은 고비용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부부 경영’이 대부분이다. 가맹본부의 물류나 조리 레시피가 잘 돼 있어 소수 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고용 창출 효과가 하위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 업종은 최저임금보다 인력난이 더 큰 문제다”며 “다만 최저시급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의 임금 인상 요인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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