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미지급 범법자되거나 폐업하거나’
‘최저임금 미지급 범법자되거나 폐업하거나’
  • 박선정 기자
  • 승인 2017.07.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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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외식업체 막다른 길… 음식점업 대다수 지불능력 없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신고하고 아르바이트 일감 찾거나 둘 중 하나밖에 못하게 됐습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작은 스시집을 운영하는 황모 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일을 그만둔 보조 요리사와 홀 서빙 담당 직원들이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해 벌과금을 내야 했다. 여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이나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자 감당할 수 없다며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3조 원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황씨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백만 자영업자를 일일이 찾아내 지원한다는데 자신이 포함될지 여부를 확인할 길도 없다.

황씨 사업장 인근에서 베트남음식점을 하는 권모 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권씨는 가족과 베트남 출신 직원 3명을 탄력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베트남 직원들까지 4대 보험에 가입시킬 수 없어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씨는 “지금도 인건비 비중이 30%에 가까운데 내년에는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다”며 “창업 1년이 지나면서 고객이 크게 늘어 고용을 늘려야 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식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오를 임금을 감당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중소외식업체는 당국의 단속을 피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 범법자가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외식업 경영주들도 많다. 실제로 국내 사업체 가운데 최저임금 미지급 업체가 늘고 있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시급 6040원 기준) 미준수율은 13.6%로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6천 명 중 266만3천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점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06만 명(12.4%)이었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015년 280만 명(14.6%)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올해(시급 6470원)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313만 명(16.3%)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시간당 1천 원 이상 오르게 되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에서 근로자와 합의를 거쳐 규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1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된 근로자 비중은 35.9%인데 반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68.2%가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는 “기업규모가 영세할수록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사각지대 숙박 및 음식점업

지난 3년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특성별로 살펴보면 Δ영세규모 Δ일용여성 Δ19세 이하 및 60세 이상 Δ숙박 및 음식점업 등일수록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영세사업장 내에서 사실상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클 경우 미준수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악의가 있어서 안주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사업주 대부분이 영세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없어 못주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 부담에 폐업하는 외식업체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앞서 현재의 인건비 인상 비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까지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체별 영업이익 비중은 올해 기준 약 10.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에는 1.7%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년 후인 2019년에 이르면 외식업체 경영주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680만 원)이 같은 해 종업원 1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평균 지급액(860만 원)보다도 적어진다는 전망이다.

결국 중소 외식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는 위법행위를 하느냐, 아니면 근로자보다 적은 수입으로 경영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아예 폐업하느냐 등 3가지 길의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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