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최저임금 시행 D-5개월, 업계 사정 들어보니…
2018 최저임금 시행 D-5개월, 업계 사정 들어보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7.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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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식품·외식업계 절박한 상황 내몰려…산업 차원 득보다 실 크다

5개월 후부터 전국 식품·외식산업 현장에서 올해보다 1060원 오른 최저시급을 적용해야 한다. 근로자 측에서는 당장 급여가 올라 좋겠지만 산업 전체 차원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영세사업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데다 자금사정도 녹록치 않기 때문에 매월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 중소 식품제조업계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행할 경우 대다수 업체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각 업계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하면 인건비 5억 원 증가'
이수동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 회장

▲ 이수동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 회장

중소식품제조업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존폐 위기에 처하고 있다. 국내 중소식품기업은 영업이익률이 3~4% 선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대부분 대기업 OEM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입찰 단계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150여 명의 임직원 중 최저임금 기준 급여를 받는 직원이 110명이다. 이들은 주간근무조와 야간근무조로 나뉘고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따라 각각 급여를 책정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은 22~23% 정도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보다 5억 원 정도의 인건비를 더 지급해야 한다. 올해 매출구조로 볼 때 당장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정부 지원금도 30인 미만 사업장만 해당되기 때문에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

대응방안도 특별한 게 없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고용을 줄여야 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자금 여력이 없다. 결국 납품업체인 대기업에 손을 벌려야 한다. 상품 단가를 30% 정도 인상해달라고 요청해야 하지만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소식품기업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제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설사 상품 단가를 올리게 된다면 대기업의 B2C 가격도 그만큼 올려야 하는데 물가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임금부담만 키워 업계를 사지로 내모는 격이다.  

현장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또 지방공단의 중소업체들은 임금 문제를 떠나 당장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최근까지 야간근무에 직원이 부족해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일하기도 했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사형선고 내린 셈'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

▲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

이번 최저임금 1060원 인상 결정은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경기불황으로 매출은 떨어지고 업소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장사를 해서 마진을 남긴다기 보다 생존을 위해 빚을 내 업소를 유지 하는 곳도 상당수다.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음식점업의 매출액별 사업체수는 2014년 기준 96.5%가 연매출 1억 원이 안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실제로 종로구의 한 식당 사장은 매출 부진으로 영업을 마친 뒤 파출부로 일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시급을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주는 것과 같다.

직원들의 퇴직금을 챙겨 줄 여력도 없는데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수용이 어렵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일단 폐업하는 업소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높은 임대료와 재료비 상승에 인건비까지 오른다면 많은 업소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1~2명 정도 직원을 고용한 식당의 경우 근로시간을 줄인다면 새로운 직원을 구해야 하지만 인력난 때문에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직원을 교육시키고 일이 익숙해지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경영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직접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저리융자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 지원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 융자지원은 더더욱 현실성이 없다. 많은 업주들이 빚을 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대출을 받으라는 것은 자영업자들을 빚쟁이로 내모는 것과 같다.

상가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은 쫓아내기 식의 막무가내 임대료 인상을 막을 순 있지만 강제 조항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대신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지출되는 비용이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1%대 이하로 인하하고 의제매입세액공제율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서비스업, 제조업, 접객업 등의 특성을 고려해서 업종별로 정해야 하고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등 업소별 규모와 매출에 따라서 차등 적용해야 한다. 또 최소 6년에서 8년의 시간을 거쳐서 점진적?순차적으로 최저시급을 올려야 한다. 

 

'청탁금지법 등 악재 짊어지고 벼랑 끝 내몰려'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큰 틀의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면밀하게 조사·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밀어붙이기식 정책결정이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국민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 등 순기능에 앞서 외식업계의 폐업 도미노와 대량실업 등 역기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대다수 외식업체는 내년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중견 외식업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따지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많은 업체들이 그나마 현찰이 도는 유동성에 의존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최저 시급을 한 번에 1천 원 이상 올려야 한다면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상당수의 외식업 경영주들이 평생 일궈온 사업을 접고 스스로 최저임금 근로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단체급식과 식자재 관련기업, 중견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어느 업종이든 인건비는 필수 경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자동화를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은 자동화 시스템 마련에 나서게 되고 결국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외식업계는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지금까지 폐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청탁금지법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그보다 최저임금 인상을 서둘러 결정했다. 외식업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업계 현황을 제대로 알고 보다 신중한 정책결정을 진행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내놓은 정부지원 방안을 더 확대해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고용 감축·폐업밖에 길 없어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회원사 중 80%가 외식업종이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외식업종은 최저임금에 특히 민감하다.

회원사 중 본사 기준 연매출 10억 원 미만인 곳이 64%다.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대부분 대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광고나 홍보의 이미지와 달리 95% 이상이 중소업체다.

그만큼 영세하기 때문에 인건비 관리는 경영의 핵심이다. 인건비는 가맹점의 성패를 좌우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맹본부의 지속 여부가 갈리게 된다.

최저임금이 한번에 1060원이나 오르면 가맹점의 경영압박이 심각해질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사실상 자영업자다. 인건비가 올라간다면 매장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어려움은 가맹점과 동반자 관계인 가맹본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아르바이트 3명을 고용한 가맹점의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고 가정해보자. 1인당 시급이 1060원씩 오르면 하루 2만5440원의 인건비가 추가된다. 한 달에 26일 근무할 경우 가맹점주가 66만144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주휴 수당까지 계산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1개당 4.3명의 고용이 창출된다고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직원 수를 줄인다면 사회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맹점도 일반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부 트렌디한 브랜드 매장으로 젊은 일손들이 몰리고 나머지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여기다 최저임금까지 대폭 올려놨으니 막상 직원을 구해도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가맹점주들의 최저임금도 보장하는 자영업자 보호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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