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과학’(Meal Science)을 제안하며
‘외식과학’(Meal Science)을 제안하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7.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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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

멀지 않은 초기 농경사회에서의 식품과학기술은 훨씬 단순했다. 삽과 괭이로 흙을 파, 씨 뿌리고 거두는 농업에서 이후 크게 발전해 가축의 힘으로 쟁기질해 논을 갈고 맨손으로 힘겹게 모를 심어 물을 대주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 열매가 맺히면 수확해 식량원으로 취했다.

수확한 곡류는 절구로 껍질을 벗겨내고 솥에 삶으면 밥이 되고 필요에 따라 조리해 먹었으나 저장할 필요는 드물었다. 우리나라 1960년까지의 농촌 풍경이다. 이후 너무나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의 식품처리는 어찌 변했는가? 식재료인 농축수산물 생산 방법은 물론이고 원재료는 거의 전부가 어떤 형태로든 처리, 가공되고 조리된 후 여러 형태로 포장해 다양한 유통 경로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현대에 개발된 많은 과학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원료 생산을 위한 생명공학기술(BT), 제조 공정 관리를 위한 기술(IT), 인간 힘을 대신하는 로봇이 이용되고 있으며 생산과 가공의 자동화, 그리고 사람을 연결시키기 위한 사물 인터넷(IoT), 이들을 모두 관리할 인공지능(AI), 어느 것 하나 식품 분야에서 도외시할 수 없는 기술들이다.

이와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 발전은 큰 틀에서 식품과학기술이 계속 급격히 변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은 이미 우리 곁에 적용돼 인력을 대체하거나 원가절감, 새로운 제품 생산에 적용되고 있다. 모든 소비자는 다소를 불문하고 다른 사람이 생산하거나 조리한 음식을 먹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큰 흐름에 우리 외식산업과 식품가공산업은 상호 연계가 되고 있으며 상호 협력과 융합이 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외식산업과 식품제조업은 서로의 필요성에 절실함이 부족했다. 산업규모는 매출액 기준 외식산업은 85조 원, 식품 산업은 80조 원 정도로 전체 170조 원에 이르는 국가 중요 제조업이며. 서비스업인데도 서로 간 연결고리가 그렇게 확실하게 정립되지 못했다.

이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큰 범주에서 식품과학기술은 외식을 포함해 가공 제조분야는 물론이요 의학, 영양학, 기계공학까지를 아울러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런 필요에 따라 관련 분야를 연계, 융합하고 서로 연결할 조직체가 필요하다.

여기서 짚고 생각할 점은 식품가공, 제조분야는 식품과학으로 기술 영역이 확실히 돼 있으나, 외식산업을 총괄해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문 분야는 어떻게 정의하고 이름 지어야 하는가?

외식 산업도 분명 많은 부분에서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즉 사용하는 원료의 특성은 물론이고 가공 처리 과정에서의 변화, 조리에 따른 성분과 풍미의 생성과 소멸, 조직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 변화, 인테리어나 조리기계 등이 대상이 되고 이들을 묶어서 총괄하는 학문 분야가 정리돼야 할 때가 됐고 이에 걸맞은 기능이 부여돼야 한다.

이 영역과 연계할 수 있는 넓은 의미에서 식품과학, 영양학, 의학, 기계공학 등과 융합하는 매개체도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외식분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새로운 이름으로 관련 학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 학문과 산업 간에 굳은 벽을 치고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직접, 혹은 간접분야라 할지라도 협력하고 융합함으로써 다른 차원으로 발전할 전기를 마련하고 참신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식학(食學)으로 정의해 식품과 외식 등 관련 학문을 총괄하는 과학분야를 만들었고 “Eatology”라고 영문명까지 부여했다. 또한 식학연구(食學硏究)지를 발간(No.1, 2015. 4)해 통합개념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잡지의 내용은 한영(漢英)으로 발간하며 이 언어를 세계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식을 뒷받침할 학문 분야를 조심스럽게 ‘외식과학(Meal Science)’으로 제안하면서 조리과학 등 외식분야를 총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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