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을 없앤 설탕, 전통의 맛을 살리는 소금
전통의 맛을 없앤 설탕, 전통의 맛을 살리는 소금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8.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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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대한발효식문화포럼 회장

맛은 음식·식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식품의 원래 기능이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섭취이지만 음식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맛이다. 세계에는 각 종족이나 민족만큼 다른 전통식품이 있고 고유의 맛이 있다.

동·서양은 전통음식과 식품의 맛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기준이 많이 달랐다. 또 전통의 맛을 대하는 방법도 달랐다. 서양, 특히 미국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다섯 가지 맛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았다. 음식을 이 다섯 가지 맛으로 규정하고 단순화하려고 노력했다.

요즘 서양에서는 매운 맛은 혀에서만 느끼는 미각이 아니라 세포에서 느끼는 통각이라 해 다섯 가지 맛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맛을 오미로 구분해 왔다(五味論). 당연히 매운 맛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음식도 구분해 먹어야 했고 이 때 각각 사람의 체질에 따라 느끼는 맛도 달라진다해 사기론(四氣論)으로 음식을 달리 먹었다. 그리고 오미의 맛에 따라 우리 몸에 작용하는 건강도 달라진다고 했다. 동양에서는 혀에서 느끼는 관능보다 몸에서 음식을 받아들이는 느낌을 더 중하게 봤다.

따라서 동양은 혀에서 느끼는 오미 이외에 맛을 나타내는 표현이 매우 다양했다. ‘시원한 맛’은 한국의 맛에 대한 대표적인 표현이자 몸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에 대해 대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소화가 잘 되고 몸이 건강하게 느껴 우리 몸의 기(氣)가 돋는 기분을 느낄 때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각 나라가 산업화되기 전까지 만 해도 각 나라와 종족은 전통식품과 그에 맞는 전통의 맛이 각각 있었다. 그 맛들이 지금과 같이 항상 달콤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방인들에는 쓰고 맛이 이상해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서양 선교사들이 쓴 책을 보면 100여 전 우리나라 음식과 맛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의 맛이 있지만 한마디로 서양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맛과 음식이었다. 그 뒤 요리연구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맛을 어떻게 죽이고 새로운 맛있는 맛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지금 각 나라가 설탕을 많이 쓰게 된 경위다.
익숙하지 않은 맛과 향, 냄새를 마스킹하고 단맛을 내는 데 설탕만큼 좋은 게 없다. 한마디로 설탕으로 전통의 맛은 죽이고 일원화된 단맛, 즉 맛의 패권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설탕의 달콤한 유혹을 벗어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기를 수십 년이 지난 현재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단맛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설탕 과잉 흡수 때문에 많은 병을 앓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맛과 음식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을 살리는 측면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일본은 이미 ‘일본의 맛’하면 우마미(감칠맛), 고쿠미(깊은 맛) 등으로 전통의 맛을 연구해 세계에 알려 외국인도 이들 맛에 익숙해지고 있다.

대부분 민족이나 나라가 설탕으로 맛을 내기 전에 소금을 사용했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재료는 설탕이 아니라 소금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국이나 탕, 나물 등을 만들 때 항상 간을 보았다. 서양에서는 ‘맛있다’는 표현은 ‘sweety’라고 하지만 한국은 음식을 만들고 간이 맞으면 맛있고 맞지 않으면 맛없다고 말한다.

소금 농도가 적어도 ‘간이 맞지 않았다’고 했고 농도가 높아도 음식이 써지면서 ‘간이 맞지 않다’고 한다. 농도가 무한이 올라가도 단맛을 내는 설탕과 달리, 소금은 일정한 적정 농도가 올라가면 음식이 쓴 맛이 나게 된다. 그래서 음식 맞의 기준은 간이 맞느냐 안 맞느냐이다.

설탕은 다른 맛을 죽이고 단맛을 내는 단맛의 패권을 이뤘지만 소금은 항상 다른 전통의 맛을 죽이지 않고 그 맛을 살려서 조화를 이뤄 맛있게 하는 물질이다. 소금은 과잉 사용을 스스로 견제해 맛의 균형을 잡히게 했다. 최근 연구 결과 한국의 음식에서 ‘시원한 맛’의 기본이 ‘간이 맞다’일 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글로벌 시대에 각 나라의 음식의 맛에 대해서도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기반하는 맛을 찾을 때다. 이제 식품 시장은 기술과 맛의 패권이 아니라 소금의 역할 같이 전통과 가치에 기반한 다양성과 상생과 공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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