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줄이기’ 나선 외식업계
‘반찬 줄이기’ 나선 외식업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8.2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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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소비자 눈치에 가격인상 카드 못 꺼내

서울 종로구의 A한식당은 지난 17일부터 반찬 1가지를 줄였다. 일부 단골손님의 불만이 나오지만 A한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동구의 H베트남 음식점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고수를 1/3 정도로 줄였다. H베트남 음식점 관계자는 “폭염과 폭우로 고수 생산이 줄면서 가격도 2배로 뛰었다”며 “서비스로 제공하던 채소는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올 여름 가뭄에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신선식품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올랐다. 여기다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지면서 식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지난 기준 시금치(1kg) 평균 가격은 1만4509으로 1개월 전 6223원보다 8100원이나 급등했다. 양배추(1포기)도 한달 전보다 84.9% 오른 4699원에 거래됐다. 무(1개) 평균 가격도 2833원으로 같은 기간 1094원 올랐다. 이밖에 한식당의 필수 식자재인 상추, 오이, 양파, 마늘, 파 가격도 모두 올라 가뜩이나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외식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보다 12%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계란(64%), 돼지고기(8%), 오징어(50%), 수박(20%), 감자(41%), 호박(40%)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로 가격 압박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계란은 AI 발생 후 평년 대비 1300만 개 가량 줄어든 3천만 개가 유통되면서 한 때 한 판에 1만 원 이상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미국산 계란에 이어 태국산 계란까지 수입하는 등 가격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살충제 계란 문제로 빛을 잃었다. 가공식품인 장류와 조미료 등의 가격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다시다’와 대상의 ‘미원’ 가격도 최대 10%까지 올랐다.

대상은 지난 5월 미원과 감칠맛미원·발효미원 등의 규격별 제품가격을 평균 7% 올렸다. 미원 500g짜리 제품은 대형마트가 기준으로 9350원에서 1만350원으로 10.7%나 올랐다. 미원 가격이 인상된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올해 3월 CJ제일제당의 다시다도 제품별로 가격을 5~9%가량 인상했다. 쇠고기다시다 100g 제품은 대형마트가 기준으로 1980원에서 2070원으로 5% 인상됐다. 외식업계는 과거 사례에 따르면 이같은 조미료 인상이 각종 장류와 소스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미료나 소스류는 외식업계의 필수 식자재인 만큼 가격 추이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 5월까지 라면·치킨·맥주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바 있다.

문제는 식자재 값이 올라도 외식업계가 곧바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외식소비가 감소하면서 소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본부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이미 치킨업계는 제너시스BBQ그룹이 인상에 나섰다가 사실상 범정부 차원의 압력에 손을 들면서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전체로 이어지고 있다.

C한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관리비 등이 오르는 등 가격인상요인은 많지만 소비자 판매 가격은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다 공정위의 상생정책이 가맹본부에 대한 압박에 편중되면서 채산성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D김밥 프랜차이즈의 구매담당 K씨는 “계란 값이 2배 이상 오른 데다 살충제 파문이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가맹점 공급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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