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은 왜 급식답지 못할까
급식은 왜 급식답지 못할까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8.25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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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을 보면서 급식업계에 만연한 불합리한 시스템은 수십 년이 흘러도 바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구내식당 위탁사업의 필수 조건으로 시설 투자가 들어가는 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모습일 것이다.

더군다나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마저 시설투자는 물론이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위탁사의 기부채납을 당연지사라 말한다. 

급식을 공무원의 복리후생의 하나로 인식하기보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줘야만 하는 의무사항으로 치부하는 수준이란 방증일 게다. 제대로 된 급식 제공보다 최대한 값싸게 제공하겠다는 니즈가 더 강한 것이다.      

급식은 급식 그 자체로만 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메뉴 계획부터 위생 관리, 서비스 관리의 세 가지 측면이 실상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메뉴의 질적 수준을 우선하기 보다 시설과 인테리어 등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중소급식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선진국 급식이 우리와 다른 것은 급식업체와 고객이 음식과 서비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감을 이뤄가는 것”이라며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조리에서 접근하기보다 음식의 영양학적인 부분을 더 따지고 음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A대표의 말처럼 급식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다. 고객사 수주과정에서 환경, 시설,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춰 제안하기보다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둬야만 한다. 

실제 유럽과 미국은 시설 부분과 같은 하드웨어는 수탁사가 맡고 소프트웨어만 위탁사인 급식업체가 맡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 이유는 급식을 실행하는데 시설과 환경적인 투자가 많아지면 실제 상품인 급식은 반드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숱한 경험을 통해 입증했기 때문이다. 서구의 실용적인 정서에서 우리의 풍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초창기 때는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쟁탈을 위해 시설에 우선 투자하고 수주하려는 몇몇 업체의 잘못된 방식이 시장 건전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물론 고객사 입장에서는 무료로 시설과 환경까지 개선해 준다니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이러한 일들이 제 살 깎아먹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모른 체. 

몇몇 의식 있는 급식업계 관계자들은 오랫동안의 ‘적폐’ 시스템을 청산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씁쓸하게도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건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내 단체급식이 본격 태동한지 이제 30년이 다 되간다. 아직까지도 급식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낼 수 없을 만큼 일정 부분의 경영 자료도 오픈되지 못하는 폐쇄성은 여전히 답답하다. 

수많은 업체의 난립을 흡수해주고 안아줄 단체 하나 만들지 못하는 불행한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대다수 업체들이 비상시국이다. 정부를 비롯해 수많은 수탁사들의 배짱을 튕기는데 당하기만 할 것인지, 이제는 합심해 묘수풀이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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